깊은 밤, 강아지와 거닐다

함께 걷고, 함께 쉬고, 함께 잠드는 시간

by 나리솔


깊은 밤, 강아지와 거닐다


반려견이 침대 곁에 멈춰 섰을 때, 저는 부드러운 발소리를 들었어요. 제 귀는 이미 녀석에게 맞춰져 있었죠. 밤이면 녀석이 한숨 쉬거나 침대에서 뒤척이는 소리도 들렸습니다. 그래서 녀석이 일어나 조용히 제 곁에 섰을 때도 저는 알 수 있었어요. 이미 하얗게 센 주둥이를 가진 늙은 개가 되어, 움직임 하나하나가 느리고 조심스러웠습니다.


산책은 전보다 짧아졌지만, 오늘 녀석은 보도 위를 뛰어가는 다람쥐를 보고는 갑자기 젊은 시절의 에너지를 다리에서 뿜어냈어요. 녀석은 저를 잡아끌며 길을 따라갔습니다. 다행히 다람쥐는 잡히지 않았지만, 녀석은 그 추격전을 즐기는 듯했어요. 다람쥐가 나무 위로 올라가 녀석을 놀리고, 자기들이 얼마나 빠른지 아는 작은 동물들의 언어로 말할 때 녀석은 짖어댔습니다. 저는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최선을 다했다고 말해주었습니다. 공원에 가지 않을 거냐고 묻는 듯했어요. 저는 녀석에게 손을 뻗어 올려두고, 졸음 가득하지만 모든 것을 이해하는 마음으로 발을 바닥에 내렸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녀석은 가끔 한밤중에 나가야 할 때가 있었습니다. 저는 조금도 불평하지 않았어요. 가운을 걸치고 슬리퍼에 발을 넣은 채, 우리는 뒷마당으로 내려갔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저는 그저 녀석을 내보내고 몇 분 후에 다시 데려왔지만, 이번에는 문을 열었을 때 공기에서 느껴지는 어떤 기운이 저를 밖으로 이끌었습니다. 한밤중, 새벽 세 시쯤 되는 깊은 어둠이었어요. 가을과 겨울 사이를 오가는 날씨가 계속되는 주였습니다.


차가운 공기는 제 눈을 번쩍 뜨게 했고, 저는 고개를 들어 별과 달빛이 환하게 비추는 맑은 하늘을 보았습니다. 달은 반쯤 차올라 있었죠. '상현달이구나' 하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강아지가 제게 돌아온 후, 우리는 아주 조용히 서서 귀를 기울였습니다. 여름밤은 벌레들의 윙윙거림, 개구리들의 울음소리, 그리고 어디서 오는지 모를 이유 없는 웅웅 거림으로 가득하죠. 아마도 그것은 자라나는 흔들리는 식물들의 비옥함이거나, 햇볕 아래서 보낸 하루가 남긴 삶의 흔적일지 모르지만, 그것은 분명 소리로 가득합니다.


하지만 겨울이 오기 전 한밤중에만 들을 수 있는 특별한 소리가 있습니다. 바로 충격적인 정적이죠. 지나가는 차도 없었고, 우리 외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으며, 머리 위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에서 아주 가벼운 바람이 희미하게 스치는 소리만이 들릴 뿐이었습니다. 대지는 잠들어 있었고, 그 안의 생명체들은 다음 계절을 준비하며 굴속에 몸을 웅크리고 있었죠. 알뿌리들은 멀칭과 흙 깊숙이 박혀 있었고, 이제는 봄이 되면 화려한 분홍색, 보라색, 노란색 꽃으로 피어날 꿈만 꾸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좀 더 서 있었고, 저는 차가운 공기가 손가락을 꼬집고 목을 타고 흐르는 것을 느끼며, 곧 따뜻한 침대로 돌아갈 것을 알았습니다.


저는 몇 차례 아주 깊은숨을 들이쉬었고, 마른 나뭇잎의 알싸한 향기 아래로 맑고 깨끗한 무언가가 공기 중에 느껴졌습니다. 아마도 그것은 눈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내일은 이 맑은 하늘이 아마도 짙은 구름으로 뒤덮일 겁니다. 그리고 다시 한밤중에 나선다면, 아마도 우리는 첫눈이 내리는 눈송이 아래 서 있게 될 것입니다. 저는 허리를 굽혀 늙은 녀석의 머리 꼭대기에 천천히 입을 맞춘 다음, 우리는 몸을 돌려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녀석은 물을 마시기 위해 멈췄고, 저도 물을 마셨습니다. 그리고는 천천히 계단을 올라 다시 침실로 향했습니다. 녀석은 몇 번을 빙글빙글 돌더니 커다란 부드러운 쿠션 위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저는 강아지에게 담요를 덮어주고 사방을 잘 여며주었어요. 몇 초 후면 녀석은 이미 잠들어 있을 겁니다. 우리 모두는 개들에게서 이것을 배워야 합니다. 그들은 깨어 있다가 순식간에 깊은 잠에 빠질 수 있고, 그만큼 쉽게 다시 깨어날 수도 있지요.


저는 가운과 슬리퍼를 벗어던지고 침대의 두꺼운 이불을 젖힌 다음, 시트 위로 미끄러져 들어가 이불을 다시 잘 덮었습니다. 발끝이 다시 따뜻해질 때까지 차가움이 몸에서 점차 사라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저는 계절의 변화와 창밖의 고요한 바람, 그리고 강아지가 저를 밖으로 이끌어준 것에 얼마나 감사한지 생각했습니다. 이것이 우리 친구들이 주는 마법입니다. 그들은 우리가 혼자서는 가지 않았을 곳으로 데려가고, 우리가 아니었다면 놓쳤을 것들을 보여주죠.


저는 천천히 숨을 들이쉬고 옆으로 돌아누워 어깨까지 이불을 끌어올렸습니다. 잠이 쏟아지는 것을 느끼며 오늘 밤의 조용한 순간들이 꿈결처럼 스며드는 것을 느꼈습니다. 나무 높은 곳에서 꼬리를 흔드는 다람쥐, 갑자기 뛰고 싶어 져 팽팽해진 목줄, 차오르는 달과 잠든 대지, 그리고 첫눈이 내릴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따스한 평화와 함께 저의 밤을 채웠습니다.




그렇게 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저를 품어주었습니다.
큰 깨달음도, 특별한 결심도 필요 없는 시간.
그저 숨 쉬고, 곁에 있고, 살아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한 순간이었어요.

늙은 강아지의 느린 숨결이 집 안의 리듬이 되고,
창밖의 차가운 공기는 내일을 재촉하지 않은 채 오늘을 조용히 닫아주었습니다.
세상은 여전히 바쁘게 돌아가고 있겠지만, 이 집 안에서는
지금 이대로 괜찮다는 신호만이 남아 있었습니다.

아마도 행복이란 이런 것일지도 모릅니다.
무언가를 더 얻어서가 아니라,
이미 가진 것을 잃지 않으려고 마음을 낮추는 일.

강아지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고,
저 역시 대답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서로의 온기를 확인한 것만으로 밤은 완성되었으니까요.

이 밤이 지나도, 계절이 바뀌어도,
우리는 또다시 이렇게 걷고, 멈추고, 돌아올 것입니다.
그리고 그때마다 저는 알게 되겠지요.
삶은 크고 눈부신 순간이 아니라
이런 작고 조용한 밤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이불속에서 천천히 눈을 감으며
저는 마음속으로 아주 작게 속삭였습니다.
“오늘도 잘 버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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