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지나가는 말의 결
나는 가끔
사람에게도 온도가 있다는 생각을 한다.
체온을 재는 온도계 말고,
병원에서 알려주는 숫자 말고,
말과 표정,
침묵과 숨결 속에 숨어 있는
보이지 않는 온도.
어떤 사람 곁에 있으면
이유 없이 마음이 따뜻해지고,
어떤 사람과 이야기를 나눈 뒤에는
괜히 어깨가 조금 무거워진다.
아마도
우리는 서로의 온도를
말을 통해 느끼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침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 들려오는 짧은 대화들.
무심한 인사,
짜증 섞인 한숨,
급하게 던진 말 한마디.
그 속에서
나는 자주 생각한다.
지금 나는
얼마나 따뜻한 사람일까.
우리는 말을 너무 쉽게 사용한다.
하루에도 수백 번,
생각보다 훨씬 많은 말이
아무 준비도 없이
입 밖으로 흘러나온다.
그리고 그 말들은
사라지지 않는다.
말은 공기 속으로 흩어지지만,
그 온도는
사람의 마음속에 남는다.
차가운 말은
금방 잊힌 것처럼 보여도,
이상하게
가장 오래 기억된다.
반대로,
아주 짧은 위로의 한마디,
“괜찮아”라는 낮은 목소리는
오랜 시간
누군가의 하루를 지탱해 준다.
나는 예전에
아무 일도 아닌 말에
하루 종일 버티지 못했던 적이 있다.
그리고 또 다른 날에는,
정말 사소한 친절한 말 덕분에
생각보다 오래 웃으며 지낸 적도 있다.
그때 알았다.
말은
생각보다
훨씬 큰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종종
말을 통해 자신을 드러낸다.
조급한 말은
조급한 마음을 보여주고,
비난하는 말은
자기 안의 불안을 드러낸다.
그리고
천천히 고른 말은
그 사람의 삶의 속도를
조용히 보여준다.
나는 이제
말을 조금 늦게 하려고 노력한다.
바로 대답하지 않고,
한 번 더 생각하고,
상대의 얼굴을 한 번 더 보고
말을 꺼내려고 한다.
그러면
말의 온도가
조금 달라진다.
같은 문장인데도
덜 차갑고,
조금 덜 날카롭다.
어떤 날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따뜻한 선택이 되기도 한다.
침묵은
차가운 것이 아니라,
때로는
상대를 다치게 하지 않기 위한
가장 조심스러운 말일지도 모른다.
나는 아직도
자주 실수한다.
괜히 날카로운 말을 하고,
돌아서서 후회하고,
이미 지나간 말을
혼자서 여러 번 다시 고쳐본다.
하지만
그래서 더 믿고 싶다.
사람은
조금씩
말의 온도를 배워가는 존재라고.
완벽하게 따뜻한 사람은 없지만,
조금 덜 차가운 사람이 되기 위해
매일 연습하는 사람은
분명히 존재한다고.
오늘 나는
어떤 온도의 말을 했을까.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숨 쉬기 쉬운 사람이었을까.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내 하루를
말의 온도로 되짚어 본다.
그리고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 더 따뜻한 사람으로
말해보고 싶다고
조용히 다짐해 본다.
어쩌면
우리는
말을 통해
서로의 하루를
조금씩
살게 해주고 있는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