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두르지 않아도 되는 시간에 대하여
우리는 하루를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하루를 다 써버린 것처럼 피곤해져 있다.
알람 소리에 놀라 눈을 뜨고,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채
머릿속에서 먼저 하루를 달리기 시작한다.
그러다 아주 가끔,
아무것도 재촉하지 않는 아침을 만난다.
그 아침은 우리에게 묻는다.
“너는 요즘, 어떻게 시간을 살고 있니.”
가끔 나는
우리 삶에서 가장 드문 것이
행복도, 행운도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가장 드문 것은
어디에도 서두르지 않아도 되는 아침이다.
그런 아침은
자주 오지 않는다.
대부분의 하루는
알람 소리에 놀라 눈을 뜨고,
이미 늦었다는 생각으로 몸을 일으키고,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채
머릿속에서 먼저 하루를 시작한다.
하지만 가끔 — 정말 가끔 —
아침이 전혀 다른 얼굴로 찾아올 때가 있다.
아무런 불안 없이 눈을 뜨고,
창밖에는 자동차 소리도 거의 들리지 않고,
도시는 아직
일어날지 말지 망설이고 있는 것처럼 조용하다.
빛은 천천히 벽을 타고 흐르고,
그 움직임에는
조급함이라는 것이 없다.
그런 순간에
나는 문득 느낀다.
내가 얼마나 오랫동안
그저 ‘있다’는 상태를
허락하지 않고 살아왔는지를.
부엌으로 가서
주전자를 올려놓고,
나는 이상하리만큼
휴대전화를 확인하고 싶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지금 이 순간,
당장 답해야 할 사람도 없고,
도착한 메시지 하나가
이 시간을 망가뜨릴 수도 없다.
물은 천천히 끓고,
나는 김이 오르는 것을 바라보며
요즘 얼마나 자주
아무것도 아닌 것들을
놓치고 사는지를 생각한다.
우리는 늘
중요한 일은
어딘가 앞에 있다고 믿으며 산다.
다음 달에.
내년에.
조금 더 여유가 생기면.
그리고 오늘이라는 하루는
머무는 장소가 아니라
빨리 지나가야 할 계단처럼
사용해 버린다.
나는 시간에 대해 생각한다.
우리는 늘
시간을 잃을까 봐 두려워하지만,
정작 그 시간 속에서
살아가는 법은
잘 배우지 못한 것 같다.
돈은 아끼고,
체력은 관리하고,
말은 조심하면서도,
시간만큼은
끝이 없는 것처럼 써 버린다.
이런 느린 아침에
나는 분명히 알게 된다.
내 삶은
커다란 사건들로 이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을.
드문 성공도 아니고,
인생을 바꾸는 결단도 아니며,
나중에 누군가에게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순간들도 아니다.
내 삶은
아주 사소한 장면들로 이루어져 있다.
따뜻한 차 한 잔.
벽 위에 번지는 빛.
몇 분 동안 이어지는 조용한 침묵.
어쩌면
바로 이런 장면들이
가장 중요한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떠올린다.
얼마나 자주
누군가와 함께 있으면서도
마음은 전혀 다른 곳에 있었는지.
얼마나 많은 대화를
반쯤만 듣고 흘려보냈는지.
얼마나 많은 하루를
거의 느끼지 못한 채
지나쳐 왔는지.
가끔
조금 부끄럽기도 하고,
조금
아쉽기도 하다.
시간은
우리가 놓쳐버린 아침을
다시 돌려주지 않는다.
그 아침에는
그저 앉아
천천히 밝아오는 창을
바라볼 수 있었는데.
나는 차를 다 마시고
생각한다.
오늘도 나는
어디론가 서두를 것이다.
메시지에 답하고,
문제를 해결하고,
어딘가로 이동할 것이다.
하지만
그 모든 일들 사이에서
나는
이 아침의 몇 분만큼은
내 안에 남겨두고 싶다.
추억으로 가 아니라,
사는 방식으로.
어쩌면
우리 삶의 진짜 사치는
일에서의 해방도 아니고,
걱정이 없는 상태도 아니라,
이미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 속에서
가끔이라도
제대로 살아보는 일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