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언제나 흐른다.
우리가 눈을 감고 고요 속에 숨어 있어도,
그 흐름은 멈추지 않는다.
얇은 얼음 밑을 스치는 물처럼,
혹은 봄날의 거센 물살처럼.
때로 삶은 고요한 호수처럼 보인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듯,
모든 것이 잠잠하고 멈춰 선 듯하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일 뿐,
가장 고요한 물속에서도
보이지 않는 흐름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우리는 매일 이 강 속으로 발을 들인다.
누군가는 과거를 되돌리려 하듯
거센 물살을 거슬러 오르고,
누군가는 아무 저항 없이
그 흐름에 몸을 맡긴다.
또 다른 누군가는
강 위에 다리를 놓아
다른 언덕으로 건너가려 한다.
하지만 시간의 강은 우리의 것이 아니다.
우리는 그저 그 리듬을 배우며
귀 기울여야 할 뿐이다.
어쩌면 지혜란,
흐름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그 흐름을 신뢰하는 것일지 모른다.
강이 결국 우리를
가야 할 곳으로 데려다 줄 거라는 믿음.
가끔 강가에 서서 뒤를 돌아본다.
그곳에는 이미 흘러간 얼굴들,
물속에 녹아 사라진 사건들이
희미한 그림자처럼 비친다.
그럴 때 마음은 멜랑콜리로 젖는다.
그러나 그 그림자들이 속삭인다.
우리가 살아왔음을, 사랑했음을,
그리고 여전히 기억하고 있음을.
그제야 알게 된다.
시간은 우리를 떠내려 보내는 것이 아니다.
그저 헤엄치는 법을 가르쳐줄 뿐.
끝없이 이어지는 시간의 강에서
우리는 날들의 흐름만이 아니라
자신의 숨결을 발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