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로 자라는 숲 Part11

by 나리솔

내가 나로 자라는 숲 Part11



나는 그리즐리의 나라, 6월의 눈 속에서 홀로 얼어붙어 있었다. 그때 내 나이 겨우 스무 살. 아무런 경험도 없이, 나는 캐나다 서부 산맥의 거친 숲에 자리한 벌목 회사에 계절노동자로 들어왔다.

그늘진 숲 속은 죽은 듯 고요했다. 내가 멈춰 선 자리에서 수많은 유령들이 보였다. 그중 하나가 곧장 나를 향해 흘러왔다. 입을 벌려 비명을 지르려 했으나, 목구멍에서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덩어리가 걸린 듯 막혀, 간신히 이성을 불러내려다… 나는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유령은 사실 짙게 피어오른 안개였다. 나무줄기를 감싸며 기어오르는 촉수 같은 기운. 환영이 아니었다. 그저 내 산업의 굳건한 기둥들, 나무가 나무일뿐이었다. 그럼에도 늘 나는 이 캐나다의 숲이 유령들로 가득 차 있다고 느꼈다. 땅을 지키거나 정복하던 내 선조들 ― 나무를 베고, 태우고, 기르던 자들.

숲은 언제나 그것을 기억하는 듯했다.

우리가 설령, 그것이 잊히기를 바란다 해도.

한낮이었다. 안개가 아고소나무 사이를 헤집으며 은빛 옷을 입히고 있었다. 빛을 굴절시키는 물방울 속에는 온 세계가 담겨 있었다. 가지 위엔 비췻빛 바늘 같은 어린싹이 에메랄드처럼 반짝였다. 겨울이 어떤 재앙을 안겨주든, 매해 봄마다 새싹이 고집스럽게 살아나는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긴 낮과 따스한 기운을 맞이하는 그 환희 ― 눈 속에 감춰진 암호 같은 것이 싹을 열게 만들었다. 나는 바늘잎의 부드러움에 손끝을 대었다. 기체를 들이마셔 물과 결합시키고, 설탕과 산소를 내뿜는 작은 기공들이 오직 나를 위해 신선한 숨결을 내어주고 있었다.

숲의 장대한 노목 옆에는 청년 같은 나무들이 모여 서 있었고, 그 옆에는 더 어린 묘목들이 기대어 있었다. 마치 겨울 가족이 서로에게 몸을 맡기듯. 주름진 거목들의 첨탑은 하늘로 뻗어, 아래의 나무들을 감싸고 있었다. 부모와 조부모가 나를 지켜주던 모습 그대로. 신께서 아시리라, 사고를 잘 치던 나에게도 그 보살핌이 필요했다. 열두 살 무렵, 강 위로 기울어진 나무를 타고 얼마나 멀리 갈 수 있나 오르다가, 내려오다 미끄러져 물속으로 떨어졌다. 할아버지는 자신이 만든 배를 몰아, 내가 급류에 삼켜지기 직전 목덜미를 잡아 올려주셨다. 이 산맥의 눈은 해마다 아홉 달 동안 무덤보다 깊게 쌓인다. 하지만 나무는 나보다 훨씬 강했다. 그들의 DNA는 혹독한 환경에서도 번성하도록 허락받았다. 나는 어린 세대를 지켜주는 거목의 가지에 감사를 담아 쓰다듬고, 떨어진 솔방울 하나를 가지 틈에 올려두었다.

나는 모자를 귀까지 눌러쓰고, 임도에서 벗어나 숲 깊숙이 들어섰다. 해가 지기까지 몇 시간밖에 남지 않았지만, 길가의 톱밥 냄새나는 그루터기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옅은 원반 모양의 단면에는 속눈썹처럼 가느다란 나이테들이 겹겹이 새겨져 있었다. 봄의 물기를 머금은 연한 목질은 여름의 가뭄 속에서 짙은 갈색으로 바뀌었다. 나는 연필로 십 년마다 표시하며 세어보았다. 이 나무는 이백 년 가까이 살았다. 우리 집안이 이 땅에 발붙인 세월의 두 배가 넘는다. 넓은 나이테는 풍성한 해의 흔적일 수도, 혹은 이웃 나무가 쓰러져 햇빛이 들어온 해의 흔적일 수도 있었다. 또 어떤 것은 너무 가늘어 눈에도 잘 띄지 않았다. 가뭄과 냉한 여름, 숱한 불운 속에서도 나무는 버텼다. 이 숲은 기후의 격변, 불길, 해충, 폭풍을 견뎌냈다. 인간의 식민, 전쟁, 수많은 총리의 시대보다 오래 살아온 존재였다. 그들은 내 조상들의 선조였다.

그때, 한 마리 다람쥐가 펄쩍 뛰어올라 나무토막을 달렸다. 자신의 도토리 창고에 가까이 오지 말라는 재잘거림.

나는 이 회사 최초의 여성 직원이었다. 위험하고 거친 업계는 이제 막 우연한 여학생들에게 문을 열기 시작했을 뿐이었다. 몇 주 전 첫 출근 날, 상사인 와 함께 30헥타르 벌목 지를 둘러보았다. 정부 규정대로 어린 나무가 심겼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무엇을 어떻게 심어야 하는지 잘 알았고, 묵묵한 태도는 노동자들이 피로를 견디게 했다. 나의 무지와 당황스러움도 그는 인내심 있게 받아주었다. 덕분에 나는 차츰, 잘린 숲에 새로 심긴 나무의 성장을 평가하는 일을 맡게 되었다. 잘못하고 싶지 않았다. 오늘 가야 할 숲은 이 고목들 너머였다. 봄에 심은 어린 전나무들이 거기 있었다. 그러나 임도는 빗물에 무너져 더 이상 갈 수 없었다. 덕분에 안갯속에서 빛나는 이 아름다운 숲을 만날 수 있었지만, 길 위에 놓인 신선한 그리즐리의 배설물은 나를 멈춰 세웠다.

멀리서 무언가 흔들리는 듯했다. 눈을 가늘게 뜨니, 그것은 수염이 늘어진 이끼였다. 마치 노인의 턱수염처럼, 고목 가지에 매달려 있었다. 나는 에어혼 버튼을 눌러, 혹시 모를 곰의 기운을 쫓아냈다.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본능적 두려움 때문이었다. 어머니가 어릴 적, 그녀의 할아버지, 그러니까 내 증조부가 총으로 쏴 죽인 곰이 불과 몇 센티미터 앞에서 그녀를 물어뜯으려 했다. 증조부는 20세기 초 개척자였다. 콜롬비아 강 유역의 호수 계곡에서, 도끼와 말에 의지해 땅을 개간했다. 그곳은 원래 시니스트 원주민의 땅이었다. 그는 풀을 길러 건초를 만들고, 소를 방목했다. 곰과 싸우고, 닭을 노리는 늑대를 쏘았다. 그는 아내와 함께 세 아이를 길렀다. 그중 한 명이 내 할머니, 위니였다.

나는 이끼와 버섯으로 뒤덮인 그루터기를 넘으며 숨을 들이켰다. 안개는 여전히 상록의 냄새를 머금고 있었다. 도끼 자국 난 나무 위로, 작은 미세버섯 무리가 흐르는 강처럼 퍼져 있었다. 뿌리와 맞닿은 틈새로 황폐한 가닥들이 부드럽게 흘러내렸다. 나는 큰 것과 작은 것, 드러난 것과 숨겨진 것 ― 숲의 건강이 그 조화에 달려 있다는 생각을 했다.

나의 뿌리에 대한 집착은 어린 시절부터였다. 부모님이 마당에 심은 포플러와 버드나무가 지하실 기초를 갈라버리고, 개집을 뒤엎고, 보도를 밀어 올리는 걸 보며 놀라움에 사로잡혔다.

부모님은 그 문제를 걱정스레 논의했다. 자신들의 어린 시절 풍경을 재현하려다 작은 땅에서 스스로 함정을 판 셈이었다. 매해 봄, 포플러 씨앗이 버섯 고리 사이에서 새싹으로 돋아나는 것을 나는 경이롭게 바라보았다. 하지만 열한 살 때, 강 옆에 거품 섞인 물을 흘려보내는 관이 설치되었고, 그것은 포플러들을 죽였다. 가지 끝은 점차 드물어지고, 주름진 줄기엔 검은 병반이 번졌다. 다음 해엔 모두 쓰러졌다. 노란 거품 사이, 단 하나의 새싹도 돋지 않았다. 나는 시장에게 편지를 보냈지만 답은 오지 않았다.

나는 미세버섯 하나를 똑 따냈다. 요정 모자 같은 갈색 갓은 가장자리에 이를수록 투명한 노랑으로 바뀌며 속살을 드러냈다. 가느다란 자루는 껍질 틈새로 파고들어 나무를 좀먹고 있었다. 그토록 여린데도, 그것은 나무를 무너뜨릴 힘을 가지고 있었다. 내 어린 시절 쓰러진 포플러들처럼. 시간이 지나자 그들의 부드러운 섬유질은 흙으로 완전히 돌아갔다. 진화 속에서 이 버섯들은 산과 효소를 분비하여 나무를 분해하고, 에너지를 빨아들여 살아남았다.

나는 아이젠을 밟아 눈 위를 꾹 눌러, 어린 전나무 가지를 잡고 경사를 올라갔다. 새순들은 햇빛과 녹은 눈의 물이 균형을 이루는 자리를 찾고 있었다.

그 옆에는 몇 해 된 어린 전나무 옆에 갈색 갓을 가진 버섯 하나가 자리했다. 위는 벗겨지듯 얇은 막, 아래는 노란 구멍들. 두툼한 자루는 땅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빗속에서, 버섯은 땅 깊숙한 균사의 거대한 망에서 힘을 얻어 솟아났다. 그 힘을 받아 갓은 우산처럼 펼쳐지고, 갈색 점박이가 있는 자루에는 레이스 같은 흔적이 남았다. 나는 그 버섯을 뽑아 들었다. 대부분은 땅속에서 살아가는 존재였다. 갓의 아랫면은 태양시계의 문자반처럼 방사형 구멍이 퍼져 있었고, 작은 관들에서 터지는 폭죽처럼 포자가 흩날렸다.

포자는 곧 씨앗이다. DNA로 가득 차, 결합하고 돌연변이를 일으키며 새로운 생명의 다양성을 창조한다.

버섯을 뽑은 자리에는 계피빛 포자가 원처럼 흩날려 있었다. 어떤 것은 바람에 실려 가고, 어떤 것은 날벌레의 다리에 들러붙고, 또 어떤 것은 다람쥐의 먹이가 되었다.

작은 구멍 속에는 여전히 노란 실들이 아래로 뻗어 있었다. 균사의 망이었다. 땅속 수십억 입자를 휘감아 흡수하는 거대한 레이스 같은 그물망. 내가 버섯을 뽑아내며 잘라낸 그 가닥들은 여전히 낙엽과 흙을 더듬고 있었다. 내가 보는 버섯의 갓은, 숲 속에 펼쳐진 심연의 극히 작은 표면에 불과했다.

나는 문득, 이 버섯이 미세버섯처럼 나무와 낙엽을 분해하는지, 아니면 또 다른 역할을 지니는지 궁금해졌다. 그러곤 그것을 주머니에 넣었다. 작은 미세버섯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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