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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숲, 나를 보듬는 오래된 나무처럼

내 안의 오래된 나무: 흔들려도 괜찮아, 너는 여전히 굳건하니까

by 나리솔



시간의 숲, 나를 보듬는 오래된 나무처럼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는 저마다의 '시간의 숲'이 존재한대. 그 숲에는 우리가 살아온 모든 순간들이 고요히 숨 쉬고 있지. 길게 뻗은 오솔길은 지나온 발자국처럼 보이고, 울창한 나무들은 우리의 경험과 감정들이 겹겹이 쌓여 만들어진 풍경 같아. 때로는 햇살이 쏟아져 들어와 반짝이던 행복의 순간들이 눈부시게 빛나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짙은 안갯속을 헤매듯 혼란스러웠던 기억들이 아련하게 감돌기도 해. '내 안의 우주'처럼, 이 숲도 온전히 것이지.

이 숲의 가장 깊숙한 곳에는, 아마도 오래된 한 그루의 나무가 서 있을 거야. 그 나무는 바로 '나' 자신이지. 어린 시절의 따뜻했던 기억들은 나무의 깊은 뿌리가 되어 단단하게 땅속으로 박혀 있고, 지나온 수많은 계절 속에서 겪었던 기쁨과 슬픔, 고독과 희망 같은 감정들은 나무의 굵은 줄기와 가지가 되어 무성하게 뻗어 있을 거야. 때로는 격렬한 바람이 불어와 가지가 흔들리기도 하고, 앙상하게 가지만 남은 겨울을 보내기도 하겠지만, 그 모든 시간 속에서도 나무는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며 서 있어.

잎새들이 푸르게 돋아나 무성해질 때처럼, 우리 마음에도 활력이 넘치고 희망으로 가득 찰 때가 있어. 그리고 가을이 되어 붉게 물들고 떨어져 내리는 잎들처럼, 어떤 감정들은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떠나보내야 할 때도 오지. 처음에는 떨어지는 잎들을 보며 아쉬워하고 쓸쓸해할지 모르지만, 그것은 나무가 다음 봄을 준비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는 걸 깨닫게 돼. 이 과정을 통해 나무는 더 튼튼한 줄기와 더 깊은 뿌리를 내리며 한 뼘 더 성장하는 거거든.

우리 숲 속 나무도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자라고 있을 거야. 붉은 노을이 내려앉는 고즈넉한 저녁, 홀로 그 숲길을 걷다가 문득 고개를 들고 나 자신이라는 오래된 나무를 바라봐 봐. 아마 모든 고민과 슬픔, 그리고 희망이 그 나무에 고스란히 담겨 있을 거야. 세상의 어떤 비바람에도 꺾이지 않고 굳건히 서 있는 우리 나무는, 언제나 그 자리에서 묵묵히 보듬어줄 거야. 때로는 그저 가만히 나무 아래 앉아 바람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가장 큰 위안을 얻을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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