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아침, 고요가 선물한 삶의 자세

일상의 반복 속에서 찾아낸 지극히 평범한 기적에 대하여

by 나리솔


겨울 아침, 고요가 선물한 삶의 자세


일상의 반복 속에서 찾아낸 지극히 평범한 기적에 대하여



매일 아침, 나는 창가에 서서 그녀를 바라봐. 손에 들린 카메라로 순간을 담고 싶은 충동을 느끼지만, 차마 셔터를 누르지는 못해. 그저 마음속에 그 장면을 새겨 넣으려 애쓰지. 아담하고 환한 그 집은 깨끗하게 정돈된 오솔길을 품고 있어. 작은 체구의 그녀, 연로함이 깊게 밴 할머니가 갈색 코트와 머리를 감싼 회색 숄 차림으로 문을 열고 나와. 느릿한 동작으로 주위를 둘러보고, 깊은 숨을 들이쉬며 하늘을 한참 응시해. 그리고 천천히 몸을 풀며 하루의 움직임을 시작하지. 그 모습에서 나는 평온함이 어떻게 일상의 의식으로 승화될 수 있는지를 배워.


요즘처럼 눈이 귀한 적이 없었다는 말이 무색할 만큼, 올해는 눈이 끊이지 않고 쌓여. 밤새 내린 하얀 눈은 아침이면 그녀의 작고 왜소한 무릎까지 차올라, 낡고 푸근한 발렌키 속 발을 집어삼킬 듯하지. 하지만 그녀는 늘 이 눈과 마주할 준비가 되어 있어. 손에 든 삽은 마치 동화 속 바바야가 할머니가 쓸 법한 길다란 자루를 가졌는데, 그녀의 키를 훌쩍 넘어서는 그 삽을 할머니는 놀랍도록 능숙하게 중간쯤 움켜쥐고 대문 쪽으로 눈을 '밀어붙이기' 시작해. 단순히 눈을 치운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해. 마치 춤을 추듯, 경쾌하게, 재빠르게, 그리고 열정적으로 삽질을 해나가. 그 모습에서 나는 단순한 노동이 아닌, 삶에 대한 깊은 경의와 유쾌함을 느껴.


그녀의 얼굴은 먼 거리 때문에 또렷이 보이지 않지만, 그 움직임 하나하나가 내게는 가장 웅변적인 언어가 돼. 나는 사람들이 육체적인 고통이나 감정적인 괴로움을 겪을 때, 혹은 그 모든 것에서 자유로울 때 몸이 어떻게 말하는지 느낄 수 있거든. 나이는 결코 이런 삶의 자세를 결정하는 요소가 아니야.


그녀는 진정으로 건강해. 육체뿐 아니라 영혼이 건강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온전한 평화를 그녀는 품고 있어. 문득 눈길을 치우다 멈춰 서서 어깨를 한 번 으쓱하고는, 아마추어 찰스턴 스텝처럼 두 발을 가볍게 움직여. 그 모습에서 순수한 기쁨이 느껴져. 자신의 나이에, 낡은 갈색 코트를 입고, 커다란 발렌키를 신은 채, 정성스레 가꾼 작은 집에서 그녀는 온전히 행복해 보여. 그 어떤 불안이나 결핍도 없는, 완벽하게 충족된 순간을 살아내고 있는 거야. "진정한 평안은 외부의 자극이 아닌 내면의 안정에서 온다"는 철학적 통찰이 바로 그녀의 모습 속에 살아 숨 쉬는 것 같았어. 디지털 소음 속에서 고요함을 두려워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지.


누군가는 아마 말할 거야. 늙어서 홀로 눈길을 치우는 것은 외로움의 명확한 증거라고. 하지만 외로움이란 얼마나 다채로운 얼굴을 가졌는지. 그녀가 눈길을 치우는 저 모습은, 설령 외로움일지라도 결코 쓰디쓰거나, 비통하거나, 절망적인 외로움이 아니야. 그것은 마치 오래된 와인처럼 깊은 향기를 내뿜는 고독, 스스로를 돌보고 삶의 의미를 탐구하는 내면의 고요한 공간처럼 느껴져. "고독과 희망"이라는 네가 느끼는 감정이 바로 이런 고결한 외로움의 모습일지도 모르겠어. 어쩌면 그 고요함 속에서 그녀는 자기 자신과의 가장 깊은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 아닐까.


내게는 오래된 농담 같은 삶의 철학이 하나 있어. 나는 자주 말하곤 하지. 네가 삶에 무엇을 심고 가꾸느냐에 따라, 삶 또한 너에게 똑같이 보답할 거라고. 삶과 적대적으로 대하면 전쟁을 얻게 될 것이고, 끊임없는 욕망으로 삶을 지치게 하면 그만큼의 불평과 비난이 너에게 돌아올 거야. 반대로 삶을 소중히 여기고 조심스럽게 다루면, 따스한 포옹으로 너를 감싸 안을 것이고, 가장 소박하고 작은 것들 속에서조차 기쁨을 찾아낼 줄 안다면, 삶은 너에게 그 기쁨을 더해주며 풍요롭게 할 거야. 상처를 주면 상처가, 사랑을 주면 사랑이 돌아오는 것. 이것이 바로 상호 작용의 법칙이야. 이 보이지 않는 법칙을 우리가 알든 모르든, 그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는 없어. "상처를 통한 성장"이라는 네 자신의 깨달음과도 맞닿아 있는 진리 아닐까.


내일 아침이 되면, 문에서 대문까지 이어진 그 오솔길은 아마 다시 새하얀 눈에 덮여 흔적도 없이 사라질 거야. 그리고 그녀는 또다시 그 자리에 나타나겠지. 조금의 짜증도, 아주 작은 후회도 없이 말이야. 마치 자연의 순환처럼, 자신의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마주하는 자세.


그리고 그것은 정말 좋은 방식으로 사는 거야. 아주 좋은. 이 작은 장면 속에서 우리는 삶의 깊은 의미와 함께 현재를 온전히 살아내는 지혜, 그리고 스스로를 치유하는 여정의 가장 본질적인 모습을 발견하게 돼. 때로는 가장 평범하고 작은 일상 속에 가장 위대한 인생의 교훈이 숨어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그런 순간인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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