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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지 않는 시간들의 숲

아무도 보지 않는 자리에서 쌓여가는 고요한 순간들의 이야기

by 나리솔


빛나지 않는 시간들의 숲


시간은 두려움과 경외를 품은 커다란 사막과 같다.

그것은 강물처럼 우리 곁을 흘러가거나 우리가 걸어가는 길이 아니다.

시간은 끝없이 펼쳐진 광야, 그리고 우리 인간은 그 사막을 건너는 작은 카라반들일뿐이다.

우리의 여정은 지나간 거리로 계량되지 않고, 보이지 않는 모래시계에 떨어지는 수많은 모래알로 셈해진다.


매 순간, 그것은 한 알의 모래.

위에서 아래로, 미래에서 과거로 스르륵 떨어지는 모래는 미세한 소리를 내지만, 그 흐름은 결코 되돌릴 수 없다.

우리는 위의 알이 점차 줄어들고 아래의 알이 쌓여가는 것을 보지만, 그 흐름을 막으려는 시도는 사막의 바람을 멈추려 하는 것과 같다.

그 끝없는 움직임만이 유일한 상수이다.


우리의 삶은 그 위에서 흘러내리는 첫 번째 모래알에서 시작해, 마지막 모래알이 떨어져 끝나는 순간까지 이어진다.

그 사이 우리 삶은 광대한 사막 위에 잠시 나타나는 신기루와 같다.


많은 이들은 손에 모래를 움켜쥐고 멈추려 한다.

청춘, 기억, 이루지 못한 꿈들을 붙잡으려 하지만, 모래는 늘 손가락 사이로 새어나가고, 남는 것은 건조함과 허탈함뿐이다.

진정한 지혜는 모래가 자유롭게 흘러가도록 내버려 두는 데 있다.


우리의 행동과 생각은 사막 위에 남겨진 발자국이다.

어떤 것은 낙타의 크고 뚜렷한 발자국처럼 깊고 오래도록 남아 수많은 바람과 햇볕을 견딘다.

어떤 것은 새의 가볍고 덧없는 발자국처럼 바람에 금세 사라져 버린다.

중요한 것은 발자국의 수가 아니라, 각 발걸음의 깊이와 의식성이다.


망각은 갑작스러운 모래 폭풍이다.

옛 발자국들을 덮어버리고 시간의 언덕들을 평평하게 만들어 버린다.

어제 견고하게 느껴지던 것들도 오늘은 새 모래밭 아래 완전히 숨을 수 있다.

그래서 기억의 오아시스가 귀하다.

그곳은 감정이라는 물줄기가 메마른 대지를 적셔 생생한 추억을 유지하는 드문 비옥한 곳이다.


이 광야에서의 삶은 오아시스를 찾는 여정이다.

영원한 생명의 샘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깨끗한 물이 솟아나는 곳을 향하여.

그곳은 무한을 약속하지 않지만, 다음 발걸음을 위한 힘과 다음 언덕, 또 다른 일출의 아름다움을 바라볼 용기를 준다.


우리의 시간 모래시계가 결국 텅 비는 순간,

우리는 알게 되리라.

우리의 한 알 한 알은 사라지지 않고, 끝없이 펼쳐진 사막의 바다로 녹아들어

우리 각자의 작은 모래병보다 훨씬 큰 무엇의 일부가 되었음을.

그리고 그제야 우리가 두려워했던 거대한 사막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시간을 사막 모래알에 빗댄 이 상징적인 비유는, 인간의 삶과 존재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끊임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자신의 발자국을 남기려 애쓰지만,


진정한 삶의 지혜는 그 흐름을 막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의미 있는 걸음을 내딛는 데 있음을 일깨워 줍니다.

불확실하고 광대하지만 아름다운 시간의 사막을 함께 걷는 우리의 모습이 고요히 그려집니다.


이 글이 내면의 고요와 성찰을 추구하는 당신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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