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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을 없애는 방법이 없다면

불안을 이해해 보자 (제시 아이젠버그의 불안)

by 하몽


배우 제시 아이젠버그를 좋아한다. 최근 그가 직접 쓰고 연출한 영화 '리얼 페인'도 재밌게 봤기에, 그의 최근 인터뷰를 관심 있게 찾아보았다. 그중, 그의 전체 커리어를 훑는 유튜브 인터뷰가 있었는데(GQ), 거기서 그가 필모 초기 작품 '어드벤처 랜드' 촬영 중에 처음으로 공황 증상을 겪은 일화를 말해주었다. 촬영 중에 갑자기 공황이 와서 감독님(그렉 모톨라)에게 공황이 와서 장면을 망쳤다고 죄송하다고 털어놓자, 감독님이 어린 제시 아이젠버그를 조용한 곳으로 데려가 아주 배려 깊고 다정하게 배우라는 환경이 충분히 불안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것 아니겠냐며 자신의 불안을 '인정'해주었고, 그 감독님의 말에 제시는 곧바로 괜찮아졌고, 그 경험은 배우로서 제시에게 아주 중요한 분기점이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매우 감동적이고 인상적인 얘기였기에 조금 더 들여다보고 싶었다. '인정'은 실질적으로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그럴 수 있지" "불안함을 느껴도 돼, 괜찮아" 내가 불안할 때 스스로 수십 번씩 되뇌던 말이다. 하지만 한 번도 저 말로 인해 괜찮아진 적은 없었다. 불안함이 정말로 괜찮지 않았기 때문이다. 저 말도 결국 내가 느끼기 싫은 감정을 '없애버리려는' 기법/방법에 그쳤기 때문이다. 되려 그 불편한 감정에 몰두하며 불안감이 더 크게 다가올 뿐이었다.


세 가지 원리를 통해 배운 진정한 '인정'은 감정이 오고 가는 것에 내가 뭘 어떻게 해야 할 것은 없다는 이해였다. 그리고 그 이해는 없애고 싶은 감정을 여전히 느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할 일을 할 수 있고, 순간의 불편한 감정과 상관없이 내 전체 삶은 잘 흘러간다는 걸 경험했을 때 찾아왔다.


불편한 감정이 정말로 괜찮을 순 없다. 하지만, 불편한 감정을 없애는 '방법, 기법'은 없다. 세 가지 원리를 잘 이해하지 못했을 땐, '감정에 아무것도 할 게 없다는' 말이 안일하고 체념적인 태도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감정에 어떤 방법이 있다고 생각하던 때에 내가 얼마나 내 감정의 '피해자'가 되고 내 감정은 나를 죽이려 드는 '가해자'가 됐는지를 알 것 같다.


감정에 대해 새로 이해하자, 신기하게도 이전에 그토록 알고 싶어 하던 '놓아버림'이 찾아왔다. 놓아버림은 놓아버림 '기법'이 아니라, 그냥 감정의 본질이었다.

감정은 언제나 내가 뭘 어떻게 하지 않아도 떠오르고 또 지나간다는 걸 이해하면 모든 오고 가는 감정을 어떻게 하려 애쓰지 않고 그냥 정말 자연스럽게 놓아버리게 되는 것이었다. 감정은 원래 놓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제시 아이젠버그는 최근까지도 불안에 대해 자주 말했다. 저 때 이후로 불안을 아예 안 느끼게 된 것이 아니라, 불안에 대해 새로운 관점/이해를 얻게 되지 않았나 싶다. 불안을 없애야만 하는, 없앨 수 있는 무엇이 아니라 배우라는 직업인으로서, 한 개인으로서 살면서 종종 마주할 수밖에 없는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지 않았을까. 팬인 나는 그저 그가 건강히 행복하게 오래 일해주기를 바랄 뿐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LuNVoTIvYCc글의 내용을 영상으로 만들었습니다. 제시 아이젠버그의 '불안'에 대한 흥미로운 인터뷰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출판사 하몽

불안에 대한 이해를 주는 책 <내면의 공간>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557386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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