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다행인 일.
그럴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는 건
참 다행인 일이다.
과거의 사건이나 사실에 대한 생각이
나를 언제나 똑같이 괴롭히고 못살게 구는 줄 알았지만,
그 생각만 떠오르면 난 그저 똑같이 괴로워하는 수밖에 없을 줄 알았지만,
그저 그럴 때가 있을 뿐이었다.
돌이켜보면 같은 생각에 언제나 같은 영향을 받았던 건 아니었다.
분명 같은 생각이어도, 정말 티끌만큼의 영향도 받지 않았던 적도 많았다.
그저 별 신경 쓰지 않고 넘어간 적도 많았다.
그 이외의 또 다른 생각에 더 깊게 빠져있거나 정신없는 바깥일에
그 생각을 현관에 붙은 헬스장 전단지마냥 여기고 지나간 적도 많았다.
‘나는 평생 그 사실(에 대한 생각)에 영향받을 수밖에 없어’라고 굳게 믿었을 뿐
언제나 그런 건 아니었다.
지난 글에 과거에 데이비드 호킨스의 놓아버림을 책장에서 집어들 땐 주로 울고 있었다고 적었다.
그렇게 적고 보니 마음이 불편했다.
울면서 놓아버림을 찾았던 게 사실이 아니어서가 아니라,
울지 않고 있던, 그냥 괜찮았던, 그냥 즐겁게 웃으며 삶을 살아가던 다른 많은 날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삶의 문제를 놓아버림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여길 때조차도
나는 어떤 때는 그 문제들과 전혀 상관없는 사람인 것처럼 잘 지내기도 했다.
그건 문제가 말끔히 사라져서, 놓아버림 기법을 터득해서가 아니라
원래 그 문제에 대한 생각에
어떤 때는 나도 모르게 깊게 관여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물론 대부분은 그 문제에 대한 생각을 해결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 깊게 관여하고 또 관여했지만.
여전히 그런 착각은 계속 일어나고, 그렇게 온 힘을 쓰며 감정을 쏟기도 하지만
이제는 잠시 문제로 보일 뿐인 생각에 영향받지 않는 그 가뿐한 느낌에 점점 더 익숙해지고 있다.
내가 번역하고 만든 책 ‘내면의 공간’의 저자 마이클 닐이 한 인터뷰 중에 가장 좋아하는 말이다.
내가 왜 어떤 때는 문제가 있어도 놓아버림이 안돼도 괜찮았었는지, 즐겁게 충실히 현재를 살아갔었는지를 너무나 심플하게 설명해 준다.
이들의 간단함에 나는 점점 더 깊게 빠져든다.
내가 직접 번역한 이들의 풀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LfDTXMYt_u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