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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쌔앰 Sep 09. 2024

빠른 것보다 바른 것

공부는 속도(速度)가 아닌 정도(正道)다

"제 아들 친구는 벌써 고등 수학까지 끝냈는데..."

"딸 같은 반 친구는 벌써 수능 모의고사를 푼다던데..."


 학부모님과 상담했을 때 자주 듣게 되는 말입니다.


 교육에 관심이 많고 욕심이 많은 학부모라면, 아이의 선행학습에 대해 걱정이 많을 것입니다. 특히 주변 아이들의 선행학습 진도가 빠를 경우 걱정되는 것을 넘어 불안하기까지 합니다.


 교육 과정은 아이들의 발달 수준, 학업 능력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결정됩니다. 쉽게 말하중학교 1학년이라면, 중학교 1학년의 수준에 맞춰 국어, 수학, 영어 등 교과목의 진도가 결정된다는 것입니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습니다. 내 옆에 있는 사람보다 더 빨리, 더 많이 배우고 싶은 것이 람의 본성이겠지요.


 선행학습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적당한 선행학습은 학업성취도 측면에서 도움이 될 수도 있니다.


 아이가 중학교 1학년이라도 해도 중 1 과정의 수학을 끝내고 중 2 수학에 관심을 보인다면, 선행학습은 나갈만합니다.

 초등학교 6학년 아이가 영어에 관심이 있어 고등학교 수준 영어 모의고사 독해를 푸는 것을 재미있어한다면 선행학습할만합니다.


 이의 욕구와 속도에 맞는 선행학습 도움이 됩니다.


 문제는 과도한 선행학습입니다.




 수학을 싫어하는 중학교 1학년인 아이가 있습니다.


 이 아이의 짝꿍은 수학을 좋아합니다. 게다가 배우는 속도도 빨라서 벌써 고등학교 때 배우는 수학 1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아이도 수학을 잘하고 싶습니다. 학교 수학 수업 시간 때  집중하고 문제도 꼼꼼히 풉니다. 문제를 풀다 보니 꽤 재미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어느 날, 아이의 엄마가 아이에게 말합니다.


 "너도 네 친구처럼 선행학습을 나가야 해!"


 이제 이 아이는 여유롭게 수학 문제를 풀 시간이 없습니다.

 학원에 가니 '수학 선행학특강' 강의가 열립니다. 

 학기간 동안 중학교 수학을 다 끝내는 수업입니다.


 진도는 빠릅니다. 숙제도 많습니다. 하루에 숙제로 100문제를 풀어야 합니다. 방학이지만 어떤 날에는 새벽 2시가 넘어서야 겨우 잠을 잘 수 있었습니다.


 아이는 점점 수학에 흥미를 잃어갑니다. 방학 특강이 끝났습니다. 하지만 이제 시작입니다. 개학을 했으니 학교에서 배우는 수학 진도와 선행학습을 같이 나가는 수업이 시작됩니다. 아이는 결국 수학이 싫어졌습니다.

 

 공부는 속도(速度)가 아닌 정도(正道)입니다. 아이의 속도에 맞춰 바른 길로 이끌어 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목적지에 가기 위해 속도만 올리고 올바른 길로 가지 않는다면 결국 원하는 곳에 도달할 수 없습니다.


 저는 간혹 과도한 선행을 강조하는 학부모님께 이런 말씀을 드리곤 합니다.


"아이에게 중요한 것은 빠른 것보다 바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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