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껌딱지

엄마한테 잘해

by 소글남

아버지께서 항상 입버릇처럼 하시는 말씀이 있습니다.

"엄마한테 잘해."



아버지는 자타공인 어머니의 껌딱지이십니다.

항상 가족이 우선이신 아버지이시지만, 그중 어머니께는 가장 정성이 넘치십니다.


외식을 할 때, 우선 어머니 자리부터 세팅하십니다.

고깃집이라도 가는 날이면, 불판과 집게는 오로지 아버지의 몫입니다. 맛있게 익은 고기는 우선 어머니의 앞접시에 올라갑니다. 머니께서 집게를 잡으려고 하신다면 그야말로 난리가 납니다

(제가 집게를 잡으려고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버지와 어머니 두 분 모두 여행을 참 좋아하십니다. 국내와 해외, 산과 바다를 불문하고 어디든지 떠나는 것을 좋아하십니다.

두 분께서 여행을 가시더라도 아버지의 껌딱지 본능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여행 계획, 사진, 숙소, 식당 등등 모두 아버지의 몫입니다.

이 덕분에(?) 생긴 에피소드도 있습니다. 두 분께서 패키지여행을 다녀오신 어느 날, 같이 이동을 하던 일행분들에게 불륜으로 오해를 받으신 것입니다. 지긋이 나이가 있는 나이에, 부부끼리 이렇게 알콩달콩할 수는 없다고, 본의 아니게 불륜관계로 오해를 받으신 것입니다. 이야기를 듣고 얼마나 웃었는지 모릅니다.


아버지는 어머니랑 떨어져 지내는 것이 가장 괴롭다고 하십니다. 그래서 가끔 1박 2일, 혹은 그 이상 출장을 갈 때는 항상 외롭다고, 어머니가 그렇게 보고 싶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나마 최근에는 어머니 없이 아버지의 지인분들과 함께 여행을 떠나시기도 하니 예전보다 아버지의 껌딱지 본능은 조금 수그러든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아버지는 멀리 출장을 가시거나, 지인분들과 여행을 가시기 전날에 꼭 저에게 하시는 말씀이 있습니다.


"아빠 없는 동안, 엄마한테 잘해드려라."


결혼 전에는 아버지의 말씀이 단순히 어머니를 향한 걱정이 담긴 잔소리인 줄만 알았습니다.


하지만 저도 아내를 만나 결혼을 하니 아버지의 말씀이 조금 다르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어머니를 향한 걱정을 넘어, 마치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내가 잠시 당신 곁에 없더라도, 난 당신과 여전히 함께이고 싶소.'


저는 아버지의 마음을 아직 배워가는 중인, 아직은 서툰 아들이자 남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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