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랑둥이들
아버지의 휴대폰에 전화가 왔습니다.
휴대폰 화면에는 '나의 기쁨'이라는 글자가 보입니다.
"공주님! 무슨 일이야?"
어느 날, 아버지께서 누나에게 쓰셨던 편지를 발견한 적이 있습니다. 아버지께서 지금 저보다 어렸던 젊은 시절에 어린 누나에게 쓰셨던 편지였습니다. 편지 내용이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대략 이런 내용이었던 것 같습니다.
당시 누나가 감기기운에 많이 아팠는데, 동생인 제가 누나랑 놀고 싶어서 옆에서 계속 괴롭혔다고 합니다. 아버지께서는 아파하는 하나뿐인 딸을 보는 것이 너무 마음에 아팠다며, 그럼에도 대신 아파줄 수 없어 너무 슬프다고 편지에 긴 문장을 적으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나의 기쁨"
아버지에게 누나는 기쁨입니다.
누나의 결혼식 날, 축사를 하시던 아버지의 눈에서는 축하한다는 응원의 눈빛과, 너를 떠나보내기 싫다는 슬픔의 눈빛이 함께 담겨 있었습니다.
결혼을 하는 딸에게 아버지는 첫사랑이자 끝사랑이라고, 나의 기쁨이 이렇게 커서 누군가의 아내가 되었다고, 축사를 하는 내내 많은 하객분들의 눈시울은 붉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랑스러운 손녀가 태어났을 때, 아버지의 눈에는 그야말로 하트가 보였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사랑스러운 딸이 또 사랑스러운 딸을 낳았으니 얼마나 예쁠까요.
하루는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버지와 누나가 함께 있을 때, 손녀가 누나에게 투정을 부렸나 봅니다. 손녀의 투정에 아버지께서는 손녀를 한참 동안 같이 돌보아주셨다고 합니다. 딸이 많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시곤, 아버지께서 참다 참다 이 한마디를 하셨다고 합니다.
"내 딸 힘들게 하지 마라."
속뜻은 아마 이렇지 않았을까요?
'아무리 사랑스러운 손녀딸이라도, 내 딸이 우선이다. 나의 기쁨을 힘들게 하지 마라.'
아버지께선 어렸을 적부터 저에게 어떠한 것도 강요하지 않으셨습니다. 다만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방향성을 알려주셨습니다.
제가 어린 나이에도 아버지께서는 본인의 생각을 강요하지 않으셨고 제가 어떤 방향으로 나가든지 항상 응원해 주셨습니다.
군대 전역 후, 약 2년간 공무원 시험에 도전했던 적이 있습니다. 사실 공무원 시험은 아버지께서 추천해 주신 길이기도 했습니다. 그 당시 공무원 시험을 치르는 것이 나름 유행(?)이었고, 공무원이라는 직업 또한 인기 있던 시기였으니까요.
사실 저는 2년간 공무원 시험을 도전하면서, 제가 하고 싶은 것을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마음 한 편에 항상 있었습니다. 그러던 6월의 더웠던 어느 날, 아버지께 대학 편입 시험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사실 저는 아버지께서 실망하시면서 바로 반대하시는 모습을 생각하고 있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의견을 끝까지 설득시킬 마음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의 반응은 의외였습니다.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해보렴."
아버지의 믿음에 결코 배신하고 싶지 않았고, 덕분에 저는 원하는 대학교에 편입하게 되었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저를 항상 아들을 넘어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해 주셨습니다.
아버지의 휴대폰에 저는 '나의 소망'으로 저장되어 있습니다. 저는 아버지의 소망입니다. 아버지께선 저에게 무언의 압박이나 강요를 하신 적은 없으십니다. 아들로서, 하나의 인격체로서 너의 삶을 잘 살아가길, 아버지는 항상 저의 옆에서 응원해 주고 계시기에 저는 살아갈 수 있습니다.
저는 아버지의 소망입니다.
저의 영웅이신 아버지의 소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