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이렇게 살아가렴
아버지께서는 저의 인생 선배이십니다.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방향성을 제시해 준 사람이 바로 아버지셨습니다.
학교는 삶을 살아가는 지식을 알려줬다면, 아버지께서는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방향성을 알려주셨습니다. 10대, 20대 때 방향을 잡기 힘들었던 순간순간마다 아버지가 계셨습니다.
그렇다고 저의 앞길을 아버지께서 '선택'하신 것은 아니었습니다. 삶의 선택은 옳고 그름이 없다고 하지만 어른이 봤을 때 아이의 서툰 선택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때마다 아버지께서는 저의 선택을 존중해 주셨습니다.
저는 고등학생 때 중국 유학을 준비했습니다. 14살 때부터 배웠던 중국어가 너무 재미있기도 했으며, 제가 스스로 무언가를 배우고 싶다고 결정했던 것이 바로 중국어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러 사정으로 중국 유학은 없던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결국 한국의 대학교를 입학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렸죠.
저는 나름 제가 갈 수 있는 여러 가지 대학교를 찾아보았고 그중 A 대학교가 있었습니다. 학교 프로그램과 여러 진로를 찾아보았는데 저에게는 참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학교였습니다.
아버지께 저의 입장을 말씀드렸습니다. 아버지께서는 걱정 어린 목소리로 그 학교보다는 다른 학교에 가는 것이 어떻겠는지, 차분한 목소리로 저에게 설득하셨습니다. 하지만 아직 어렸던 저는 저의 입장을 계속 고집하였고, 결국 저는 원하던 A대학교에 입학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군대를 다녀오고 공무원 시험 준비를 잠깐 한 뒤 편입 시험을 도전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여러 사정상 편입 학원에 등록하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기존에 다니고 있던 A대학교의 휴학 만료 기간이 도래했습니다 (다른 대학교는 어떤지 잘 모르지만 기존에 다녔던 A대학교는 휴학에 기간 제한이 있었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처음에도 편입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이셨으나, 저의 선택을 존중해 주셨습니다. 감사하게도 1년 반의 편입 준비 끝에 저는 무사히 시험을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언젠가 아버지께, 과거에 있었던 이 두 이야기에 대해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당시 저의 선택을 존중해 주신 이유가 무엇인지, 아버지의 입장이 있으셨을 텐데 왜 저의 입장을 끝라지 믿어주셨던 것인지. 아버지는 이렇게 답하셨습니다.
"물론 아버지도 당시에는 답답했지. 하지만 그렇다고 네 인생인데 어떻게 내 입장을 계속 강요할 수 있겠니. 너도 이제 어른인데……."
예나 지금이나, 아버지께서는 저를 존중해 주셨습니다.
어릴 적에는, 아버지의 선택은 단지 제가 잘해서, 제가 옳아서였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돌이켜보니, 아버지의 말씀은 단순히 동의를 넘어 존중이자 저에 대한 사랑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저의 인생선배이십니다.
아직 어린 저는, 아버지께 배우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