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반 만이라도

나의 롤모델

by 소글남


학창 시절, 자신의 롤모델을 말해보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나의 롤모델은 누구인지, 왜 그 사람을 닮고 싶은지 이야기는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그때마다 매번 똑같이 대답했습니다.


"저의 롤모델은 아버지이십니다."



진심으로 저의 롤모델은 아버지이십니다.


어릴 적, 아버지와 종종 바둑을 두곤 했습니다.

아버지께서는 바둑을 두는 법을 알려주시면서 바둑의 격언에 대해 설명해 주시곤 했습니다.


하루는 제가 너무 섣부른 바둑을 두었을 때 아버지께서는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아생연후살타(我生然後殺他)니, 네가 먼저 살고 상대방 바둑돌을 죽여야 한다."


바둑이 끝나고 복기(두었던 바둑을 서로가 다시 점검해 보는 일) 하면서 아버지께서는 또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인생에서도 마찬가지란다. 내가 제대로 서지 못했는데 남을 돕는다는 것은, 결국 나중에 나도, 내 가족도, 심지어 내가 도와주었던 그 사람도 살지 못한단다. 내가 먼저 바로 서야 남을 도울 수 있단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했을 때에는 아낌없는 축하의 말씀과 함께 이런 조언도 해주셨습니다.


"회사는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이기 때문에, 처음 회사를 들어갔을 땐 네가 원하는 바를 하기보단 회사가 원하는 바를 하도록 노력하렴."

아버지의 이 말씀은, 언젠가 유행했던 드라마 <미생>을 보면서 한 번 더 곱씹어보게 되었습니다.



회사를 다니다 보면 재미있고 좋은 날도 분명히 있지만, 힘든 날도 많습니다. 저는 그럴 때마다 이런 생각을 합니다.


'아버지셨다면 어떻게 하셨을까?'


저의 롤모델은 아버지이십니다.


아버지를 닮기 위해 노력하는 아들입니다.

아버지를 닮고 싶은 아들입니다.


아버지의 반 만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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