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간의 화목함
가훈
인화(人和)
어렸을 적, 거실 벽 액자에 적혀있던 글입니다. 초등학생 때, 가훈(家訓)이 무슨 뜻인지 몰랐던 저는 아버지께 액자에 적힌 글이 어떤 의미인지 여쭈어봤던 기억이 납니다.
인화(人和). '사람 간의 화목함' 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어렸을 적에는 단순히 좋은 말이겠구나 생각하고 넘어갔습니다. 가훈은 원래 그런 것이라고, 좋은 문구 하나를 가족의 좌우명같이 생각하면 된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대학에서 중국어를 전공하면서, 한자(漢子) 하나하나의 의미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30대가 되니, 많은 철학적인 질문을 제 스스로에게 던지게 되었습니다. 결혼을 앞두고는 어떤 가정이 행복한 가정일까 라는 생각이 조금씩 들기 시작했습니다.
'가족이란 무엇일까? 행복하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바쁘게 살던 어느 날, 문득 머릿속에 가훈이 다시 한번 떠올랐습니다.
화할 화和 라는 한자에는 여러 가지 뜻이 있었습니다. 화목하다. 온화하다, 화해하다... 그중 저의 눈길을 사로잡은 의미가 하나 있었습니다.
'함께'
아버지께서는 항상 가족 간의 '함께'를 강조하셨습니다. 식사는 항상 같은 식탁에서 하는 것이 가족이고, 어릴 적 '밥상머리교육'이 정말 중요하다고 자주 말씀하셨습니다.
아버지의 말씀을 들으며 저 스스로 가족에 대한 정의를 정리하게 되었습니다.
식구(食口)라는 단어가 가족의 정체성을 잘 나타내는 단어라고 들은 적이 있습니다. 먹을 식食, 입 구口. 밥을 함께 먹는 사람들, 이 모임이 바로 가족이라는 것입니다. 함께 먹는다는 것은 그만큼 관계가 가깝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가족은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 안에서 사랑이 싹트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혼 후에 오랜만에 본가를 가서 아버지와 대화를 나누던 어느 날, 아버지께서 문득 이런 말을 저에게 하셨습니다.
"결혼을 해서 네가 내 옆에 없더라도 넌 내 아들이다. 네가 나이가 들고 내가 이 세상에 없더라도 너는 내 아들이다. 설령 너와 내가 사이가 틀어지더라도 네가 내 아들이라는 것, 내가 너의 아버지라는 것은 항상 변함없을 것이다."
시간, 공간을 초월해서 항상 함께 하는 것. 기쁠지라도, 때론 슬플지라도 항상 같이 있음을 고백하는 것. 항상 함께라는 것을 서로 아는 것. 그것이 바로 가족이며, 인화(人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젠가부터, 저의 좌우명(座右銘)은 '인화(人和)'가 되었습니다.
가족 간의 화목함을 넘어 '함께'라는 가치. 함께 있든, 떨어져 있든, 언제든지 나는 당신과 함께라는 가치.
아버지의 함께를 아들도 배워가는 중입니다.
오늘도 가족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