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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가 없는’ 정신과, 찾는 법이 있다고?

환자의 입장에서 본 정신과 찾기와 추천 맵

불안을 다룬 책. 이 제목 그대로다. 불안해하지 말고 병원 문을 두드리자

정신적인 고통이나 마음의 그늘로 인해 고민하다가 병원행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우울 위험군 비중은 2018년 3.8%에서 올해 3월 22.8%를 기록했다. 그러나 국내 정신질환 진단 환자들이 정신건강서비스를 이용하는 비율은 다섯 명 중 한명 밖에 되지 않는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정보가 없어 고민하다가 이 내용을 찾게 됐는지 모른다. 아무리 정신과의 문턱이 조금은 낮아졌다곤 하지만, 내과나 이비인후과, 소아과 등에 비해서는 후기를 찾아보기 힘들다.


그래서 막상 병원 치료가 필요한 사람이지만 찾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을 터이다.


이번 편에서는 ‘나에게 맞는 병원’ 찾기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모든 병원이 그렇긴 하겠지만, 정신과는 가장 민감한 영역인 마음, 정신, 영혼을 다루는 곳이다 보니 나와 맞는 병원을 찾기가 쉽지 않다. 용기를 내 병원을 찾았지만, 오히려 상처를 받고 돌아오는 경우도 여러 번 봤다.


나의 경우, 지난 8년간 세 차례 몸과 마음의 폭풍을 겪었고 시기별로 각기 다른 병원을 찾아 떠돌아다녔다.  

두 차례는 어떤 트라우마적 사건들이 발단이 돼 단기적으로 병원 치료를 받았다.


가장 최근인 세 번째는 몸이 먼저 반응해 공황장애와 우울증 판정을 받고 장기적으로 의사 선생님과 만나게 됐다.


아무런 욕구가 없었고, 생각과 감정이 없고, 집중력과 기억력이 매우 나빠졌다. 잠을 못 이루는 날이 늘어갔다.


그러다 회사에서 너무 힘든 일이 생겼고, 근무 도중 호흡 곤란이 오면서 숨을 못 쉬겠다는 신호가 왔다.


‘병원을 가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겠다’


사무실 화장실로 달려가 겨우 가뿐 숨을 몰아쉬면서 떨리는 손으로 병원을 검색했다. 예전에 찾았던 몇 개의 정신건강의학과 병원에선 유쾌했던 기억이 없어서 새로운 곳이 필요했다.


하지만 근처 정신과로 찍히는 곳이 어떠한 병원인지 알 수가 없어 난감했다. 사람들은 정신과에 대한 경험이나 후기를 잘 남기지 않기 때문이다. 주변을 통해 수소문하기도 쉽지 않다 보니 나 역시 병원을 찾기까지 시행착오를 겪었다.


직접 몸으로 부딪히며 느낀 점을 남겨본다.


1. 가장 좋은 병원= ‘나’와 맞는 병원


우선, 환자 유형과 성향이 다양한 만큼 각 의사 선생님의 진료방식, 상담 방식이 매우 다양하다는 걸 기억할 필요가 있다.


조금은 냉정하게 느껴져도 명확하게 짚어주는 스타일의 선생님도 있는 한편, 딱 떨어지게 ‘이게 문제다’ 말은 안 해도 공감하며 매우 잘 들어주는 유형도 있다.

내가 일을 하며 만났던 중앙 심리부검 센터장이자 우울증 전문가로 꼽히는 전홍진 삼성서울병원 교수는 이런 말을 해줬다.


“예를 들어서 예민한 우울증이 있는 분들은 대게 친절하고 친근한 분들이 좋아요. 만약 강박증이 있는 환자는 딱 강하게 잡아주는 선생님이 맞을 수도 있고요. 자기와 맞는 선생님들을 찾아가면서 진료를 받아보면 어떨까요.”


같은 병원이지만 개인마다 호불호를 다르게 느낄 수 있다. 실제로 포털 등의 후기를 보고 갔다가 실망했다는 반응도 주변에서 꽤 많이 봤다. 하지만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한 번만에 문턱 넘기를 그만 두기를 하지 말라고 권하고 싶다.


아, 정신과 문을 처음 두드리는 것도 용기가 필요한데, 계속 발품을 팔아야 한다니... 벌써부터 지치는 마음, 이해한다. 실제로 나도 병원에서 상처를 받기도 했으니까.


대안으로, 병원에 전화를 해서 분위기를 파악해보는 방법도 있다.개인적으론, 첫 문의 전화를 했을 때 그곳의 분위기가 대충 가늠이 됐다.


동선 등을 고려해서 몇 군데 후보군을 뽑아놓고 서너 곳 전화를 돌려봤다. 일처리가 전문적이지만 기계적이라고 느껴지는 곳도 있고, ‘아니 상처 받은 사람이 전화를 걸었는데 이렇게 문의를 받나’하고 생각했던 곳도 있었다. 내 경우 가장 따뜻하게 예약 문의를 받아준 곳에 찾아가기로 결심을 했다. 실제로 선생님도 공감하며 매우 잘 들어주는 편이셔서 장기적으로 진료를 볼 수 있었다.


2. 대학병원 홈페이지 찾아가보기


만약 내 증상에 따라 진료를 받고 싶다면 대학 병원의 홈페이지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거기에는 증상에 맞춰 분류를 하고 있고 해당 전문의를 소개하고 있다.전문의에 따라 세부 전공을 살펴볼 수도 있다.


예를 드면, 불안/스트레스 클리닉, 치매 클리닉, 수면 클리닉, 우울증 클리닉, 조현병 클리닉 이런 식이다. 의료진의 전공이나 전문 항목도 나와 있으니 거기에 맞춰 병원을 예약하면 된다.


대학병원을 계속 다니기가 거리나 예약 등으로 부담스럽다면 우선 대학병원에 상담을 가서 의사 선생님들 통해 개인병원을 추천받는 방법도 있다.


예시로 다녔던 곳은 아니지만 대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링크를 몇 개 남겨본다. 이런 식으로 분류가 돼 있다. 증상 별로 클리닉을 운영하는 곳이 많다.


https://www.paik.ac.kr/ilsan/dept/?cid=60

http://anam.kumc.or.kr/department/treatDeptDesc01.do?DP_CODE=AAPY

http://www.samsunghospital.com/home/reservation/deptDetailInfo.do?DP_CODE=PSY&TYPE=02





대학병원의 경우는 정신건강의학과 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되는 경우, 내과나 신경과 등 타과 협진을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나의 경우도 대학 병원 신경학과 두통클리닉에서 진료를 받다가 정신건강의학과 검사를 추천받았다.

증상이 심한 경우 입원이 연계될 수 있다는 점도 이점이다.


 3. 정신과 지도 활용하기


앞서 언급했듯, 정신과는 후기가 적고, 각종 포털의 후기가 있더라도 신뢰하기가 꺼려진다. 온라인 상에는 유명 블로거이자 작가인 ‘서늘한 여름밤’님이 사람들과의 협업을 활용해 정신과 리스트를 정성스레  정리해 놓으신 맵이 하나 있어 소개한다.

지도에서 지역을 찍으면 간략한 정보를 담은 정신과 목록이 나타나니 꽤 도움을 받으실 수 있으리라 본다. 상시적으로 업데이트가 되고 있다.


https://m.blog.naver.com/leeojsh/220852877049




남기고 싶은 말…


처음 병원을 찾기까지는 용기가 많이 필요하다.

정신과 의료 코드인 F코드 기록이 남으면 나중에 앞길 막히는 거 아닐까?’

내가 겪은 일이 정신과에 갈만한 일인가? 내가 예민한 건가?’

별 생각이 다 들며 지금 생각하면 민망하지만 주홍글씨가 박히는 느낌이 늘기도 했다.


하지만, 감정적으로 힘듦을 느끼고 그게 신체 반응으로도 나타나고 있다면 꼭 병원을 찾아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병원 기록은 본인 외에는 열람도 불가하다.

정신과에 갔다거나 다른 사람에게 나의 어려움에 대해 말하는 것은 전혀 숨길 일은 아니다.

계속 감정을 응축시켜 문제를 악화시키는 게 아니라, 개선하기 위해 내가 행동하고 있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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