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간청해서는 안 돼요.” 그녀가 말했다. “요구해서도 안 되고. 사랑은 자기 자신 속에서 확신에 도달할 힘을 가져야 해요. 그러면 사랑은 상대에게 이끌리지 않고 상대를 이끌어와요. 싱클레어, 당신의 사랑은 내게 이끌리고 있어요. 그 사랑이 나를 이끌게 된다면 내가 갈 거예요. 나는 선물하지 않죠. 나를 획득해야 해요.”
헤르만 헤세, 『데미안』 중에서
사랑은 한없이 무겁지 않아서 바람처럼 들뜨고 금방이라도 멀미가 날 것처럼 어지럽기도 하지만, 결단코 가벼운 것이 아니어서 내면 속에서 아주 무시무시한 힘으로 차오르는 목소리 같은 것이어서 그 목소리를 나의 목청으로 힘껏 내뱉는 마음으로 이름을 부르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을 때가 있어서, 그런 이끌림이 있다면 굳이 요구하거나 간청하지 않아도 그 사람은 당신에게 도달할 것이다. 그 사람을 선물로 받은 것도 아니고 당신이 그 사람을 획득한 것도 아니다. 단지 그 사람이 당신에게 향한 것뿐이다.
그리고 그 사람은 당신에게 한 권의 책이 될 것이다. 난독은 나만의 문제였다. 당신은 따뜻하고 다정한 이야기들을 덮은 채로 잠이 들고 매일 새로운 꿈을 꾸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