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제)어쩌면 긴 소설이 될 이야기(연재소설)23

소연

by 햇살나무

앞의 22화를 보고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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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연은 맡은 역마다 혼신의 연기를 토해내어서 현장에서 함께하는 스태프들이 깜짝놀란다.

나이에 맞지 않게 맡은 역할을 소화해 내는 것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버림받은 여자, 도발적인 여자, 고아, 술집여자, 경찰관...

맡는 역마다 케릭터를 잘 살려내며 하는 작품마다 호평이 이어지고,

소연을 데리고 다니는 감독 정병주는 소연이 덕분에 스타메이커라는 별명이 붙게 되었다.


연기대상 여자신인상을 수상한 소연은 말한다.

"감독님이 시키는 대로만 했어요. 감독님이 써주신 대본을 살려서 그대로 읽고, 또 감독님이 제가 캐릭터에 몰입이 안되면 몰입이 되도록 많이 애써주신 덕분입니다. 이 상은 감독님께 바칩니다."

소연은 집이나 가족에 대한 걱정을 크게 하지 않았다.

소연은 집에도 잘 내려가지 않았다.

이제는 하이틴 탑스타를 앞두고 몸값이 하늘 높은줄 모르고 치솟아, 그녀는 이제 공인이 되었다.

가족과도 만날 수 없었다.

선미와 기미는 소연이 부쳐주는 돈을 꼬박꼬박 저금하면서 소연의 존재를 고마워하기만 했다.


재성은 소연이 tv에 나오는 날 선미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게 어떻게 된거야?"

"뭐가?"

"소연이가 왜 tv에 나오냐구."

"그건 나도 어쩔 수 없었어."

"어떻게 니가 엄마가 되어서 아이를 저렇게 ....하.. 너 어떻게 그럴 수 있니? 응?"

"그럼 내가 어떡해야 하는데? 당신이 우리가정을 이렇게 망치지만 않았어두..."

"박선미! 그런말 하지마. 너 소연이를 데려갔으면 잘 키웠어야지 왜 이렇게 만든거야? 왜?"

"이건 소연이 꿈이야!! 소연이가 본인이 선택한 거라구!"

"아니? 나와 함께 살 때 소연이는 우등생이고 모범생이었어. 너 도대체 무슨생각으로 애를 저기 보냈니? 어?"

"내가 보낸게 아니야. 그리고 나 당신이랑 더 이상 할말 없어."

"잠깐만! 니가 보낸게 아니면 누가 보낸건데? "

"나도 몰라! 언젠가부터 승용차한대가 소연일 서울로 데려갔어."

"뭐라구?? 그럼 소연이 돈 벌어오는 건 누가 관리하니?"

"그,,그건 왜?!"

"소연이가 돈벌면 아빠 빛부터 갚게 해줄거라고 그랬어. 소연인 암말 안하니?"


선미는 기가 막혀 입을 다물었다.

"그러니 그 돈으로 내 빚부터 갚고 우리 다시 합치자. 응?"

"야이 미친인간아. 소연이가 벌어오는 돈을 어떻게 손을 대? 니가 니빛 갚는데 쓰자고? 정신좀 차려 !!

그리고 당신 빚은 당신스스로 벌어서 갚아. 애 돈 절대 건들지마!!!"


탈카닥ㅡ


띠.띠.띠.띠...


"야!!!!! 선미야, 박선미!!!!"


재성은 끊어진 수화기에 대고 소리를 질러댔다.

아무말이 없는 전화기를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그러는 자신이 비참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왜 이렇게 꼬여버렸을까

시간이 갈수록 애초에 그린 상황과 점점 더 멀어져만 갔다.

재성은 지난 과거에 저지른 실수를 후회했다.

자신이 실수만 저지르지 않았어도, 이렇게까지 오지는 못했을 것이다.

아니, 실수를 저질렀어도, 선미를 못가게 붙잡았어야 했다.

그렇지만 간다는 선미를 말릴 수는 없었다.

자신은 그럴 자격도 용기도 없었기에..


이번 주말도 소연은 찾아오지 않았다. tv를 끄니 주위가 어두웠다.

낡은 형광등을 키고 소파에 앉으려는데

'따르릉~' 소리와 함께 약국으로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나야 병주."

"병주? 병주야! 이게 얼마만이냐? "

"잘 지내지? 별일 없냐?"

"병주야. 혹시 우리 소연이 ..."

"소연이? 어, 그래 니딸 소연이 내가 지금 키우고 있어."

"키우고 있다니 그게 무슨뜻이냐?"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일거수 일투족 거들어주면서 연예인으로 키우고 있다고 ! 이 쨔샤."

"그.그래..니가 애 많이 쓰는구나. 근데 어떻게 소연이가.."

"소연이 요즘 잘하고 있으니까 걱정마."


재성은 병주의 말에 질투심과 분노가 함께 일었다.

"병주야!우리 소연이가 어떻게 너한테 갔냐니까?"

"소연이가 찾아왔어, 방송국으로. ."

"우리 소연이 목소리 한 번 들어볼 수 있니?"

"지금 같이 없어. 난 회사야. 소연인 아까 숙소로 갔어."

"숙,,,소?"

"응.. 숙소. 이제 서울에 촬영이 많아서 집에 왔다갔다 하는게 힘들대서."

"그,,그럼 소연이 사는 숙소 주소 좀 가르쳐줘."

"아,, 그건 회사규정상 가르쳐줄 수가 없다네~하~~.. 미안하다."

"뭐? 야, 이 자식이 친구 딸 데려다가 키우는 주제에 회사규칙? 그 딴걸 운운하냐? "

"그딴거? 회사덕분에 소연이가 이만큼 컸는데...??? 재성아 나 좀 서운하다?"


재성은 주먹을 쥐고 부르르 떨었다.

큰 숨을 내쉬며 감정을 가다듬고, 말을 잇는다.

"그럼 소연이랑..언제 통화할 수 있냐?"

"음..글쎄 소연이 작품 쉴때 잠시 전화하라고 할게. 소연이 지금 바쁘게 일만하고 있으니까 걱정마~ "

"그래....하아... 병주야.우리 소연이 잘 부탁할게. 예쁘게 키워줘. 나중에 술한잔 하자. 내가 살게."

"사긴 뭘사. 내가 사야지 임마.돈도 쥐꼬리만큼밖에 못 버는게"

"임마, 근데 너 나한테 전화한 이유가 ..

"그래, 소연이 내가 키우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이야기 하려 전화했다. 하도 소연이가 전화를 하지 말라고 해서 그동안 못했으니 니가 이해해라..."

"병주야! 나 꼭 소연이랑 통화해야겠다. 통화좀 하게 해줘.! 부탁할께.~ 니가 시키는 건 다 할테니까 ... 제발 내 딸 목소리는 좀 듣게 해줘.제발..."

"알았다니까. 그래 이만 끊는다."

"그.그래 소연이에게 꼭 전해줘."


병주는 소연이 거처할만한 오피스텔을 한 곳 마련했다.

그 곳은 소연과 병주 말고는 아무도 모르는 곳이었다. 회사사람도..

소연은 조만간 학업도 중단할 생각이었지만,

고등학교는 졸업하고, 대학타이틀까지 따놔야 한다고 병주가 말했다.

소연은 연예계물을 스펀지처럼 완전히 흡수시키고 있었다.

자신이 누군지는 잊고, 여러 캐릭터에 몰입하며 연기하는 삶을 소연은 즐기고 있었다.

그만큼 본래의 자기 자신을 잊고 싶었다. 아니 , 혐오하고 있었다.

자신의 삶을 희생하게 만든 가족들에게 혐오하고 있었고,

자신의 피를 빨아먹는 병주도 혐오하고 있었다.


소연이 사랑하는 건 오로지 대본 속 캐릭터였다.

노소연이라는 이름조차도 싫었다.

한 편의 드라마가 끝나면 또 다른 드라마로, 케릭터에 빙의되듯, 자기자신을 잊으려고 일을 했다.

한 순간도 자기 자신이기 싫었다. 자기자신일 시간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쉬지 않고 일했다.

한 가지 걸리는건, 아빠와의 약속이었다.

아빠 빚을 갚고도 남을 돈을 벌고 또 앞으로도 벌 계획이었지만

그 돈을 아빠에게 준다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 조금 찜찜하게 생각되었다.


소연은 자기만의 꿈이 생기고, 자신의 일에 몰입하게 되면서 가족에 대한 걱정은 하기 싫어졌다.

돈을 구걸할 것 같은 아빠는 거지 같아 보였고,

돈을 받고 평소와 달리 친절하게 말하는 엄마도 미웠다.


생각에 빠진 소연에게 대뜸 병주가 말을 건다.

"니 아빠가 널 찾네. 가끔씩 전화좀 드려"

"알아, 옆에서 다 들었어. 아니, 안해도 되."

"뭐? 왜?"

"그냥, 지긋지긋해."

"이야~이런 못된 녀석을 봤나? 너 나중에 완전 뜨면 나도 니네 아빠처럼 이렇게 팽 당하는거 아니냐?"

"그러니까 자기는 좋은 작품만 내게 잘 물어다줘. 난 늙어죽을 때까지 일 할테니까."

"히야~ 오늘따라 더 이뻐보이는데?"


소연은 한숨을 쉬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나 운동하러 갔다 올게."

"어디?"

"밑에 강변 좀 뛰고 올게요. 스트레스 받아. 요즘 허벅지랑 아랫배에 군살도 좀 붙은 것 같고. 관리 해야해."

"그래, 다녀와. 조심해!"

"응"


소연은 트레이닝 복과 운동화를 신고, 강변을 뛰었다.

강 건너에 반짝이는 불빛이 강물에 비쳐 야경은 너무 아름다웠다.

잠시 감상에 젖어, 옛 생각이 났다.

그러자 옛 생각이 일자 머릿속에서 회오리가 생기면서 소연의 정신을 빨아들였다.

너무도 강력했던 소용돌이. 거기에 빠지면 지금 살얼음판 같은 이 길을 걷는 현실이

모두 와장창 깨져버릴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더 이상 옛생각을 할 수 없었다.

머리를 흔들며 생각을 털어냈다.


'안 돼. 안 돼. 정신차리자. 난 지금의 나를 잃어버리면 안 되. 배우, 모델, 텔런트로서 나를 잃을 순 없어.

뛰자. 잊자. 뛰자..'


소연은 무작정 뛰기로 했다.

숨이 차오르면서 모든 생각이 지워져 나갔다.

더 힘차게 뛰었다. 숨에 헐떡이고, 아무생각이 나지 못하도록 뛰었다.

조금이라도 정신의 끈을 놓으면 옛 추억의 얼굴이 드문드문 나타나려 했다.

한 눈을 팔지 않기 위해 소연은 자신의 몸에 집중을 했다.


뛰고 있는 자신의 심장, 숨을 쉬고 있는 폐와 코, 달리고 있는 다리, 흔들리고 있는 팔과 손.

그리고 장작타듯 타들어가는 목구멍과 함께 머리 꼭대기에서 부터 땀이 송글송글 맺히는 것을 느꼈다.

땀은 정수리에서 시작해 온몸전체로 퍼져 나기 시작했다.

소연은 자신의 몸을 힘들게 하여 현실을 잊는 법을 알았다.

운동만큼 좋은 건 없었다.




그 시각, 숙소안에서 병주는 누군가와 통화를 한다.

"그래, 내새끼.. 지금 뭐하냐? 스튜디오 갔니? 어.. 나? 스케쥴 있어서. 소연이? 아니야. 넌 소연이가 그렇게도 밉냐? 야. 그래도 소연이가 잘 나가줘야, 니 앞길도 트는 법이야. 그러니까 소연언니 너무 미워마라 . 알았지? 이쁜아. 내일 만날까? 그래. 알았어. 촬영 잘해. 내가 김pd한테 이야기 해놨으니까 그냥 편하게 임하면 되.필요한거 다 김pd한테 이야기하고, 그래. 나도 사랑한다. 쪼옥~~"


'이년도 꿈이 야무지네 이거.. 아, 난 왜 이리 여복이 많냐.. 하아.. 정병주. 넌 조선시대에 태어났으면 왕이 될 팔잘세. 크하핫.'





to be contunue...


2021.11.23

브런치작가 정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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