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람아래 Feb 03. 2023

7살의 그해 여름, 그해 봄

사랑이 뭔지도 모를 7살 나이에 본, 슬픈 연인들의 이야기 

할아배바위/할매바위

1980년 초 여름, 너는 네 친구들과 함께, 나는 내 친구들과 함께 각각 안면도로 여행을 왔다. 우리는 한 허름한 민박집에서 우연히 한 방을 사이에 두고 묵었지, 네가 석유버너를 사용 못 해 어쩔 줄 몰라할 때, 수줍어서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멀리서 널 지켜보던 내가 달려가 알코올을 부어 불을 붙여 주며 우리는 그렇게 가까워졌다. 


그때 나는 “너를 보는 순간 첫눈에 반했다”는 뻔한 클리세, 그 어떤 표현으로도 형언할 수 없던 그 감정, 너를 만났던 그 순간을 그 후로 단 한 번도 잊을 수 없었다. 널 만나 행복했고, 꽃지 해수욕장 여름, 새 하얀 모래알만큼 빛나고 부드러웠던 우리 사랑 천년만년 영원할 줄 알았다. 


영화처럼 만나, 불꽃처럼 타올랐던 우리, 

너와 함께여서 완벽했던 그 3일, 

약속했던 300일을 못다 채운 우리 젊은 날, 그렇게 너 없는 나의 시간은 완벽할 수 없었다. 


결국 당신은 결국 영혼의 바람 되어 당신의 유언대로 우리 사랑 이어준 안면도에 너를 보내준 뒤, 

그렇게 나의 시간은 그해 봄날 아지랑이처럼 흔적 없이  사라져 버렸다.


매년 유채꽃 피는 봄이 되면 나는 안면도를 찾는다.

너와 나의 시간이 멈춰있는 그곳, 꽃지 할머니바위 어딘가에서 바람 되어 머물고 있을 너를 잊지 못해……

너를 맞으러 간다.

 

40여 년이 흐른 지금도 나는 그 해 여름, 그해 봄을 잊을 수 없다.




이  이야기는 정확히는 기억나지는 않지만 1980~1983년경, 내 나이  5~7살 정도 나이에 목격했던 내용입니다,  여름에 만나, 그 이듬해 봄의 사별. 당시  슬픔에 찬 그분의 모습을 지금도 아련히 기억합니다. 안타깝고 슬픈 그분들의 못다 한 사랑  이야기를 그 남자의 심정으로 1인칭으로 작성했습니다.(내가 그분이었다면 아마도 이런 심정 아닐까 싶은 마음으로) 그때 나는 사랑이 뭔지도 알 수 없는 나이(7세 전후)였지만 그 장면은  나의 첫사랑(?) 경험이라고 할 수 있을 듯합니다. 사랑은 함께할 때 아름답지만, 혼자 일 때는 슬프기도 하고, 아픈 거라는 걸.. 


지금 곁에 소중한 분이 있다면 용기 내어 사랑을 아낌없이 주세요!! 

이전 23화 잔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