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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아래 Feb 13. 2023

도서관이 동네마다 있어야 하는 이유

도서관은 모든 세대가 함께 즐기는 곳이어야 한다.

요즘 시대에 도서관의 필요성에 대해서 말하는 것 자체가 민망하다. 그런데 내가 사는 동네에서 도서관의 존재는 조금 더 특별하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는 신도시라 아직은 생활인프라가 부족하다. 겨울을 제외하고는 생활하는데 큰 불편함은 없지만 문제는 추운 겨울이다. 날씨가 춥기 때문에 실내에서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그 흔한 쇼핑몰, 문화센터, 미술관, 공연장 등이 들어오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듯하다.


다행스럽게도 이 지역에서 제일 큰 도서관이 우리 동네에 있다. 주말마다 도서관에 가서 책도 읽고 글도 쓰는 나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공간이다. 이 공간이 겨울이 되자 온 동네 사람들의 최적의 겨울 쉼터가 되었다. (물론 여름에는 혹서기 쉼터가 되기도 한다) 부모님 손을 꼭 잡고 따라오는 어린아이들, 친구들과 공부하러 온 중고등학생과 대학생, 그리고 일반인들.


그중에서도 제일 반가운 것은 연세 드신 어르신들이 부쩍 늘었다는 점이다. 얼마 전에는 두 손 꼭 잡고 오신 노부부, 거동 불편한 할머니를 휠체어 태워서 오신 할아버지, 그분들은 완공된 지 몇 년 안 된 이 도서관에 처음 오신 것처럼 보였고, 모든 게 신기한 듯 시, 소설 코너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며 책을 고르셨다. 그분들 모습에 나도 기분이 좋아졌다. 다른 이야기지만 최근에는 도서관 구내식당 밥이 맛이 괜찮아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는 소문도 들었다. 이런저런 도서관을 찾는 이유는 각자 다르겠지만 겨울철 마땅히 갈 곳 없는 이 동네에서 그분들에게는 이 도서관이 최적의 데이트 장소가 아닐까 싶었다.




나 역시 이 도서관이 들어서기 전과 후를 비교해 보면 독서량이 월등히 늘었다. 독서 분야도 다양해졌다. 처음에는 미술사, 시, 실용영어 책을 주로 읽다가 지금은 철학, 건강, 영미문학, 사회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으며 독서의 재미뿐만 아니라 지식 축적의 기쁨을 함께 누리고 있다. 특히 넓은 통창에서 빛이 들어올 때, 긴 원목 테이블에 앉아 뿜겨져 나오는 나무향을 맡으며 집중해서 독서하는 사람 들 속에서 책을 보는 게 즐겁다. 그리고, 종이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는 느낌도 좋고, 책장 넘기는 그 소리도 즐겁게 들리곤 한다.(너무 조용해도 오히려 집중이 안된다. 나만 그런가?)


대부분의 도서관들은 유명 작가들을 초청해서 특별강연을 주기적으로 개최하기도 하고, 미술 및 사진전도 가끔씩 한다. 그 밖에도 계절에 따라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야외 테라스에서 영화 감상, 여름 철 분수 등) 진행하기 때문에 도서관은 동네 사랑방이자 최고의 쉼터이고 놀이터다. 도서관이 주는 이런 재미와 기쁨을 모든 국민들이 함께 누릴 수 있으면 좋겠다.


나에게 이 도서관을 즐기는 또 한 가지는 2층(카페테리아) 창가에서 호수를 바라보며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즐거움이 있다. 가끔 그곳에서 친구와 함께 시시콜콜한 살아가는 얘기를 나누는 소소한 재미는 덤이다. 그래서, 나는 지치고 피곤할 때 오히려 도서관에 간다. 허전한 마음과 피폐해진 정신을 다시 좋은 에너지로 보충해 주는 곳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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