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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아래 Jan 28. 2024

사랑이 다시

봄은 조금 이르지만...다시 사랑은 이르지 않아... 

주위에 이제 막  다시 사랑을 시작하려는 지인이 있습니다.

아주 오래전 가슴 아픈 사랑을 마지막으로, 참 오랫동안 사랑이라는 감정을 잊고 살았던 그입니다. 세월의 깊이만큼 사랑의 세포들이 죽어있던 그는 사랑의 감각도 이젠 잊었나 봅니다. 그래서 요즘 오랜만에 느끼는 가슴 뛰는 감정을 낯설어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주책맞게 이것저것 간섭을 하게 됩니다.


다행히 약간의 간섭이 도움이 되기는 한 듯 들뜬 그의 모습에 덩달아 나 또한 함께 설렙니다. 얼마 전, 소개팅으로 만났다는 그녀와의 첫 데이트를 한다는 그에게 온갖 정보를 쏟아 냈습니다.


쌀쌀한 날씨인데도 멀리 계룡산 동학사로 드라이브를 간다는 그에게 공주에서 금강을 따라 동학사까지 가는 길에 숨겨져 있는 맛집과 분위기 있는 카페 정보를 몽땅 전달했습니다. 평소 내가 추천하는 맛집과 카페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신뢰하는 그에게 이번 추천도 꾀나 도움이 되었나 봅니다.


그녀의 취향이 어떨지는 모르니 여러 장르의 음악과 추운 날씨에  온기를 전해줄 핫팩도 준비하는 게 어떻겠냐는 말에 감사해하는 그의  표정에서 얼마나 행복한지 충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그런가 봅니다.

남의 사랑은 쉽게 알아차립니다.

하지만, 안타깝게  본인들의 사랑은 못 알아본 채 후회할 때가 있습니다.


남의 사랑은 시간이 흘러도 몹시 궁급합니다.

하지만, 시간 흐른 본인들의 사랑은 너무 익숙해져 있습니다. 너무 당연하다고 느끼기도 합니다.


처음 사랑을 할 때는 심장이 걷잡을 수 없이  뜁니다. 시간이 흐르면 심장이 예전처럼 마구 뛰지는 않습니다.

서로에 대한 감정, 사랑의 진동에 익숙해져 있을 뿐입니다.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도 마치 처음 만날 때처럼 심장이 마구 뛴다면 그건 사랑이 아니고 부정맥일 수 있으니 어서 빨리 병원에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겠다'는 아내의 말에 웃음이 나기도 합니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그런가 봅니다.

비록 가슴 떨리지 않더라도, 사랑이 아닌 것은 아닐 것입니다. 너무 익숙해져 있거나, 잠시 잊고 있을 뿐입니다.


한 동안 사랑의 감정을 못 느끼고 있다면 지금이라도 심폐소생을 하는 게 어떨까요.

더 늦지 않게...


그런데, 이도저도 아니라면, 운명이라고 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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