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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아래 Aug 03. 2024

거친 모래땅에서도 피어나는 꽃

해당화에서 그녀들의 삶의 향기가 난다

오랜만에 찾은 안면도 삼봉해수욕장 해변길, 7월의 마지막 주말 아침이지만 행락객들은 많지 않아 아침바다가 주는 여유와 상쾌함이 더위도 잊게 한다. 파란 물빛 반사 된 하늘, 그리고 옅은 해무가 성격 급한 아침 햇님과 만나 서해바다를 비추자, 잔잔했던 삼봉 앞바다 파도소리가 잠자던 관광객은 물론 청설모의 아침마저 깨웠다.




쭉쭉 뻗은 해변 소나무 오솔길을 따라 얼마가지 않아 느긋했던 내  발길이 멈춰 섰다.

오랜만에 고향친구를 만난 듯 반가운 '해당화'(해당화는 장미과에 속하는 해당하는 척박한 모래땅에서 잘 자라 서해안 등 바닷가에서 잘 자라는 꽃으로, 주로 5월~7월에 꽃이 핀다)

해당화 열매


누구나 한 번쯤 초등학교 음악시간에 흥얼거렸을 법한 '바닷가에서'라는 동요에는 이런 구절이 있었다.

"해당화가 곱게 핀 바닷가에서 나 혼자 걷노라면 수평선 멀리~"


나도 모르게 노래를 흥얼거리며 연신 셔터를 눌러대자 7월의 끝자락에 머물고 있던 꽃은 거의 지고, 열매가 붉게 물들어 지만 아직 지기 싫은 듯, 꽃망울 활짝 피워있는 안 되는 꽃들이 나를 반긴다.


지금은 귀해진 해당화, 예전에는 꽃지, 방포, 삼봉, 백사장, 장삼포, 기지포, 샛별 등 안면도 구석구석 여느 모래언덕(사구)에 가면 쉽게 볼 수 있었다. 염분 가득한 척박한 모래땅에서 생명력을 갖는 식물들이 얼마나 있을까? 그 처럼 예쁜 빛깔로 바닷가 봄의 전령 역할을 해준 게 또 있었을까 생각해 보면 해당화가 유일했다.


건조하고 바람만이 가득한  환경에서도 꿋꿋하게 강한 생명력을 갖고 있던 그 꽃. 마치 갯마을 어머니들 같았다.


가혹하다 싶을 정도의  궁핍했던 가정환경 속에서도,

한 겨울의 혹독한 추위 속에서도,

한 여름의 숨 막히던 더위 속에서도,


오직 자식들을 위해 썰물 갯바닥에서 허리 한번 제대로 펴지 못하고 쪼그려 앉아

봄가을에는 바지락 바구니 한가득, 눈보라 몰아치던 겨울에는 간굴 몇 사발 쪼아

시장에 내다 팔아서 귀한 자식들 인천으로 대전으로 천안으로... 유학 보내던 그 시절의 어머니들


그들 누구의 삶이 이토록 아름답지 않다 할 수 있을까

평생 그들 몸빼옷에 짠내, 명품 향수보다 더 향기롭지 않을까

녹녹하지 않았던 인고의 세월 썰물에 떠내려 보낸 그 어머니들

해당화가 피기 전에 다시 오실까...


해당화
                             한용운

당신은 해당화 피기 전에 오신다고 하였습니다.
봄은 벌써 늦었습니다.
봄이 오기 전에는 어서 오기를 바랬더니,
봄이 오고 나니 너무 일찍 왔나 두려워합니다.
철 모르는 아이들은 뒷동산에 해당화가 피었다고,
다투어 말하기로듣고도 못 들은 체하였더니,
야속한 봄바람은 나는 꽃을 불어서 경대 위에 놓입니다 그려.
시름없이 꽃을 주워 입술에 대고, `너는 언제 피었니'하고 물었습니다.
꽃은 말도 없이 나의 눈물에 비쳐서 둘도 되고 셋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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