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람아래 Aug 07. 2024

더우면 어때, 맛있으면 그만이지

 삼복에는 '삽교곱창'

긴긴 장마가 끝나고 연일 이어지는 폭염 탓에 입맛은 온 데 간 데 없는 요즘. 일요일 저녁 한 끼는 어떻게든 때워야 해서 뭘 먹을까 고민 끝에 결국 생각난 것이 곱창


이 더위에 곱창이라

몇 주전 인근 삽교라는 동네에서 우연히 먹게 된 곱창구이

그때는 지금 만큼 덥지 않았을 때라 그리 더운 줄도 모르고 맛있게 먹었다. 원래 꿉꿉한 냄새가 나는 곱창을 그다지 즐기지 않았었는데 삽교 곱창은 우려했던 냄새도 전혀 없이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났다. 한 번 손이 가자 마치 새우깡 마냥 손이 멈출 줄 모른다.


하얀 곱창이 불판에 올려져 시간이 갈수록 노룻노룻 해질 때 즈음 양파, 마늘과 함께 구우면 고소한 냄새가 오감을 자극한다. 그 순간 더 늦기전에 곱창을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르고 열심히 뒤적뒤적거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금세 타버릴 수 있기에 한눈을 팔면 안 되고 집중해야만 한다.


그렇게 인내심을 갖고 굽다 보면 어느새 곱에서 육즙이 흐르고, 곱창이 가을 노란 단풍처럼 물들 때

기미를 핑계로 먼저 한 점 집어 고추장 소스에 찍어 입에 넣고 씹고 또 씹으면 그 고소함은 비할 데 없다.


곁에서 호기심 가득 눈을 떼지 못하고 있던 아들도 더 이상 못 기다리겠다는 표정으로 인생 첫 곱창을 씹는다.

그의 표정에서 미소가 묻어나는 것을 보니 만족스러운 모양이다.


그 후로는 말도 없이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연신 젓가락질이다.

땀이 이마에서 줄줄 흘러도 맛이 있으니 더위 따위는 잊은 지 오래다. 거기에 화룡점정 탄수화물이 생각나는순간에 '곱창국밥' 한 그릇 시켜, 한 국자씩 사이좋게 나눈다. 얼큰 한 국물에 쫄깃한 곱창이 입안에서 춤을 춘다.

 

곱창국밥 한 숟가락 먹고, 곱창 한 조각씩 차례대로 먹던 아들이 어느 순간 숟가락을 내려놓으며 하는 말

"아빠, 왜 이제야 이런데 데려왔어요?"


아들의 표정에서 무척이나 만족스러운 표정을 보게 되니, 비록 땀으로는 범벅이 되었지만 나 또한 즐겁지 않을 수 없다. 맛만 있으면, 더위 따위는 아랑곳 하지 않는 맛. 삽교곱창


식사를 마치고 나올 때 더위에도 더 많은 사람들이 문전성시를 이룬다.

 


삽교는 예전부터 곱창으로 유명했다고 한다. 넓게 뻗은 예당평야를 끼고 있고, 예전부터 도축장 등도 많았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도축 후 나오는 많은 양의 곱창, 뒷고기 등 부산물을 이용한 음식문화가 발달했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도 곱창뿐만 아니라 국밥도 유명하다고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