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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아래 Sep 02. 2024

어죽

그때는 몰랐고 지금은 알게 된 맛

바닷가에서 태어난 나는 민물고기는 아예 먹지를 않았다.


지천에 깔린 게 생선이었던 동네에서 살았던 터라 비린내도 훨씬 더 나는 듯하고, 크기도 작고 가시도 더 많은 듯한 민물고기를 먹을 일은 없었다.




그런데 고등학교 때였다.

주말을 맞아 계룡산 산골짜기 출신 친구집에 놀러 간 적이 있었다. 무더운 날씨에 친구는 우리들을 집 근처 시냇가로 안내했다. 친구는 온갖 도구를 이용해 작은 물고기들을 잡았다. (지금도 민물고기의 이름과 종류는 잘 몰라 그때의 그 물고기들의 정체는 기억하지 못함)


몇 시간 동안 열심히 잡은 물고기들이 한 바가지 가득 을 때 친구는 맨손으로 그 작은 물고기들을 다듬기 시작했다. 어떤 도구를 사용하지는 않고. 그 만의 방식으로 능숙한 솜씨로 그 작은 물고기들을 처리했다.


나는 이 친구의 행동이 너무 낯설고 저걸 어쩌려고 저러나 싶었다. 친구  집으로 돌아온 우리들. 그때 친구는 펄펄 끓는 물에 온갖 양념을 집어넣고, 손질된 물고기들을 냄비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파, 마늘, 고추 등 집에 있는 모든 채소를 넣고, 부글부글 끊이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끊였을 때 즈음 친구는 국수를 집어넣었다. 그렇게 한참을 끊인 뒤에 뚜껑을 열자. 빨간 국물 베이스에 작은 물고기들의 형체는 간데없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음식은 어죽이라기보다는 어국수 정도였던 걸로 기억한다.)


그 낯선 음식을 앞에 두고 나는 많은 고민에 잠겼다.

과연 먹어도 되는 것인지, 비리지는 않을지 등 온갖 공포와 두려움이 몰려왔다. 처음 보는 음식이라 어찌해야 할지 몸 둘 바를 몰랐다. 그래도 성심 것 준비한 친구의 정성과 노력을 봐서라도 맛은 봐야겠다 싶어서 한 수저 떠서 과감하게 먹어봤지만. 당시 초등학생 입맛이었던 나에게는 큰 도전(Challenge)이었다.




그렇게 처음 맛봤던 어죽, 그 이후

운 좋게 민물고기 요리를 접할 기회는 없었다. 그런데, 취직을 하고 전북 남원에 출장을 갈 일이 있었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점심시간이 되었을 때, 같이 간 동료는 '남원에 왔으니 추어탕 한 그릇 해야지?' 하며 광한루 인근 유명한 추어탕 집으로 나를 안내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당황도 했지만 이 참에 나도 큰 맘먹고 먹어보자 하는 심정으로 아무 말 없이 그를 따라 들어갔다.


얼마 되지 않아 주문한 추어탕이 뚝배기에 담겨 나왔다. '비린내가 나면 어떡할까' 하는 고민도 잠시, 한 숟가락 먹었을 때 내 걱정은 기우였다. 전혀 비린내도 나지 않았고, 구수한 국물맛이 일품이었다. 남원 추어탕이 왜 유명한지 처음 알게 됐던 순간이었다.




그렇게 민물고기 대표요리인 추어탕을 필두로 민물고기 요리에 대한 부담감을 덜 은 후

금강으로 유명한 충남 금산에서 다시 어죽을 접하게 되었다. 금강을 끼고 있는 금산 지역은 유명한 어죽집들이 많아 어느 집을 가든, 식당마다 고유의 레시피가 있었다. 고등학교 이후로 다시 만난 어죽. 이미 추어탕으로 민물고기에 대한 부담을 덜은 상태에서 시뻘간 국물의 어죽을 한 숟가락 떠먹으니, 얼큰하면서도 민물새우의 식감까지 목 넘김이 기가 막혔다.


그렇게 추어탕을 시작으로 어죽의 참맛을 알게 된 나는 입맛이 없거나 쌀쌀한 날씨에 어죽과 추어탕 맛집을 찾아다닌다. 가까운 예산 예당저수지 주변의 수많은 어죽집은  당진 면천의 유명한 어국수 등 인근 맛집을 한집씩 찾아다니는 재미는 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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