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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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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아래
Oct 28. 2024
하얀 메밀꽃이 벌써 졌으면 어쩌나 하면서
열일하고 있는 일벌들을 피해 숨죽이며 오솔길을 걷는다
하얀 메밀꽃 천지 한가운데에 발걸음을 멈추고
'산허리는 온통 메밀 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붓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라는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의 한 구절을 되뇐다
하얀 메밀꽃을 소재로 했던 그 소설에서는 허생원이 주인공이라면
하얀 도화지에 멋진 인생 그림을 그려갈 예비부부가 그를 대신한다
하얀 웨딩드레스 차려입은 신부, 하얀 얼굴에 행복이 꽃 피었다
하얀 보타이 한 신랑, 꽃 중의 꽃 뷰파인더를 통해 가슴에 담는다
하얀 머리 할머니 이를 바라보며 좋을 때다라고
부러워한다
하얀 머리 할아버지는 옆에서 어디 한 번 살아봐라 하며 퉁퉁거린다
어쩌면 그들에게 하얀은 과거도 현재도 아닐지
모른다
언젠가 하얀은
그들에게 그리
중요하지 않을지 모른다
서리 내린 노부부처럼 함께함이 더 중요한 날이 올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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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꽃
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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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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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스트
대지 위에 발을 딛고 서서 별을 우러르고 싶다는 모토로 하루를 살아갑니다. 오늘은 막걸리 같은 글, 내일은 와인 같은 글, 오래된 미래엔 위스키 같은 글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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