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새해가 오면 새로 장만한 다이어리에 올해의 결심을 하나하나 적어 내려가곤 했다.
새하얗고 깨끗한 다이어리 속지를 조심스레 열고 평소 아껴두었던 펜으로 정성을 다해 쓰곤 했다. 그게 뭐라고.
중국어 다시 배우기, 헬스 또는 필라테스를 등록하고 꾸준히 운동하기, 해외여행하기 등등. 평소에 메모해 두었던 것을 끄집어내고 꿈에 부풀어 하나하나 또박또박 적어 내린 소망에는 기대가 늘 함께했다.
1년이 지난 요즘 바쁘다, 시간이 없다, 피곤하다 등 수만 가지 변명들이 난무했던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면 이루지 못할 일들만 하나씩 나열했던 기억들로 가득하다. 그러니 당연히 처절한 노력보다는 기대가 훨씬 컸으므로 시간은 나를 허망하게 했다.
이제야 되지도 않을 것들을 하나씩 하나씩 기대라는 이름으로 써 내려가는 것이 소망이었음을 나이 듦으로 알게 되었으니, 그 깨달음 하나 얻은 것으로 만족해야 하나 하는 헛웃음으로 민망함을 달래 본다.
그래도 비록 성공할 확률이 높지는 않더라도 1년에 단 한 번쯤 작은 소망 하나 기억하고 다짐하는 시간을 갖는 것만으로도 남은 364일을 버텨낼 힘이 되지 않을까 하는 나 스스로와 타협에 이른다.
그래서,
2025년의 소망을 '특별하지 않은 우리들의 일상이 회복되는 날들로의 회귀'로 적어본다. 너무 특별하지 않다. 특별하지 않으니 더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런 아이러니는 뭔지 모르겠다. 그저 평범했던 우리의 일상, 그날이 그날 같더라도 눈 뜨면 무거운 몸으로 출근하고, 해가지면 기다리는 가족, 연인과 함께 하던 그런 하루하루가 쌓여가던 우리들의 삶을 그려본다. 그 안에는 웃음이 늘 함께하던 그런 날들이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