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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사랑 그리고 권력

by 바람아래

나는 진심으로 커피의 진한 향기와 영혼을 깨우는 그 독특한 맛 좋아한다.


출근하자마자 한잔

점심 먹고 한잔

나른한 오후에 한잔

뭔가 일이 막혀있을 때 한잔

막혔던 일이 잘 풀려서 한잔

저녁을 먹고 난 후 가볍게 에스프레소 한잔


비가 오면 비 내리는 그 분위기가 좋아 한잔

오늘 같이 눈이 오면 눈 덮인 풍경이 좋아 한잔

꽃이 피면 꽃잎 흐드러지게 날리는 장면이 설레어 한잔

붉은 단풍이 세상을 물들게 할 때 또 한잔


그렇게, 커피는 나의 일상이었으므로

카페인은 나의 에너지 원천이었다.


과유불급이라 했던가 어느 순간부터 커피의 맛이 느껴지지 않을 무렵

새벽에 잠이 깨기 시작한다.


그제야 발견한다

카페인에 중독된 나를

커피는 죄가 없다는 것 또한


그 후 무병장수해보겠다고 커피는 하루 최대 3잔을 넘기지 않으려 한다

이제 오후에는 커피를 마시려하지 않는다

일 때문에 마셔야 한다면, 향기와 맛을 포기하더라도 디카페인을 마신다


그 덕에 다시 잠을 온전히 청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커피를 대하듯, 커피가 나를 그 대하듯

아무리 좋아하는 것, 좋은 일이라도 적당량을 넘기는 순간 '독'이 된다 단순한 진리를 되새긴다

이성으로 통제할 수 있을 때 그 모든 것은 제대로 작동한다 세상 이치를 기어이 소중한 뭔가를 잃고서야 다시 깨닫게 된다


그리하여,

사랑이 그렇고 권력이 또한 그러할 것이다

상대가 원하지 않는 사랑을 일방적으로 준다면 집착이 되고 때로는 범죄가 되기도 하고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권력을 잘 못 사용하면 그로 인한 고통은 온전히 국민들의 몫이 되는 것을 역사를 통해 배웠고

마침내, 우리는 그것을 상식이라고 말한다


불행하게도 다시 굴곡진 역사의 길목에 서는 사람들 외롭다


그들이 단지 원하는 건

그들이 살아온 것들, 알아온 것들이 상식이었고,

그것들이 여전히 상식으로 통하는 세상 아닐까


얼마나 더 가야 할까, 아직 바람은 차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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