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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남과 여

by 바람아래

남자는 언젠가부터 그녀가 신경이 쓰이기 시작합니다.

이를테면, 일을 벅차하는 그녀가 걱정인가 봅니다.


남들이 알아차리기 전에 그녀를 도울 궁리를 합니다.

그녀가 평소 부담스러울 법한 일들을 먼저 찾아 대신합니다.


자기 일보다 더 진지합니다.

하지만, 티 내지 않으려 합니다.


여자는 그를 향한 말이 한없이 부드럽습니다.

시답지 않은 남자의 말에도 항상 웃음으로 답합니다.


그들은 그들만의 대화가 조심스럽다지만

듣는 사람들은 이미 그 대화가 일상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 속에는 안타까움, 배려, 의지, 존경이 담겨있습니다.


남자와 여자는 본인들도 모르게 서로에게 그렇게 물들어 갑니다.

그들의 말과 행동에는 그들의 속마음이 그대로 보입니다.


그들의 목소리는 한 없이 커집니다.

그들의 웃음은 끝이 없습니다.

그들의 대화의 소재는 무한합니다.


오늘처럼 눈이 오는 날

눈 덮인 세상에서 그들은 아주 잘 어울릴 듯합니다.

누구의 발자국도 없는 그런 곳에서 그들이 만들어갈 흔적을 기대합니다.


그 흔적이 아픔이 될지, 기쁨이 될지는 상관없습니다.

지금 솔직하지 않아 어쩌면 평생 후회로 남는 것보다는 나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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