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평가'에 대한 학부모로서 솔직 심경

by 바람아래

수행평가에 대한 논란, 남의 일이 아니어서 답답하기만 하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고1인 아들은 28학년도 대학입시에 적용되는 첫 학년이다. 고등학교 입학 후 한 학기가 마무리가 되었고 여전한 더위와 함께 2학기가 시작되었다.


지난 한 학기 동안 우리 아들 역시 수행평가를 하느라 심적, 육체적으로 많이 힘들어했다. 수많은 언론, 유뷰브, 블로그, 브런치 작가님들이 이 제도의 문제를 지적했고, 많은 학부형들은 국회 청원에 동의하기도 했다. 이 시간에도 현장의 선생님들은 이 제도의 불합리함에 대하여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고1 학생의 학부모로서 지난 한 학기를 경험하며 느낀 점을 정리해 봤다.


일단, 수행평가가 누구를 위한 것인가에 대한 물음으로부터 시작했다. 말 그대로 아이들이 이 과제를 통해서 학습능력, 문제 해결능력을 키우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끊이질 않았다.


아이들이 찾아야 할 자료들은 학술논문, 전문서적, 뉴스, 정부정책, TED강연 등 웬만한 대학원생들이 다룰 정보들이 상당하다. 그냥 쉽게 다룰만한 수준이 아닌 경우가 많다.


아무리 현재 대한민국 고1 학생들에게 똑 같이 적용된다고 하지만 당연히 아이의 역량에 따라 수행능력이 달라 그 결과는 천지차이다.


능력이 탁월한 극소수의 학생들은 본인 역량으로 1. 학과수업, 2. 모의고사 준비를 하면서 3. 수행평가도 가능할 것이다. 이런 아이들은 국가에서 특별관리를 해서 국가발전의 재목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해야 할 것이다. 다만, 과연 그런 아이들이 몇이 나 될까 하는 궁금증이 앞선다.


문제는 그렇지 못한 대다수의 아이들 경우이다. 위 3 가지를 한꺼번에 하기에는 물리적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많은 분들이 지적하였듯이 과제의 종류가 너무 많고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보통의 학생들이 직면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른 누군력가의 조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첫째, 경제적으로 부담 없는가정이라면, 과외 또는 학원 등을 통해 이웃소싱 방식으로 해결하면 간단하다. 이 경우에 아이들은 내신관리 및 모의고사에 집중할 물리적 시간을 확보해 여러모로 좋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부모의 경제적 능력에 따라 수행평가 결과가 달라질 수 있어 논란의 연속이다.


둘째,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하지 않은 보통 가정이라면, 부모 등 가족이 도와줄 수밖에 없다.

대다수 일반 가정이 비슷한 현실일 것이다. 그런 이유로 오죽하면 '엄마 수행평가'라는 말이 나왔을까.

생각하면 할수록 답답한 현실이다.


셋째, 이도 저도 여건이 안 되는 경우라면, 그냥 혼자 대충 하든가 포기할 수밖에 없는 경우다.

이 경우 그 결과는 뻔할 수밖에 없다. 당연히 중간고사, 기말고사와 연동해 내신에서 좋은 결과를 받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우리 집 또한 두 번째에 해당하기에 아이의 수행과제를 도와줄 수밖에 없다. 학술 논문, 관련 저작물 리서치와 요약 등이 나의 주 임무다. 때로는 outline을 잡아주기도 하지만 물론 최종 과제물은 아들이 직접 작성한다. 는 미션을 수행하는 동안 만감이 교차한다. 부모의 경제력, 정보 접근 능력에 따라 아이들의 수행평가 결과는 상당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이 방식은 '교육적이지 못하다'라는 생각뿐이다. 당사자인 학생, 선생님뿐만 아니라 부모의 입장에서 아무리 생각해 봐도 누구를 위한 수행평가 일까에 대한 의문에 답을 찾지 못했다.




지난 5월경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중간고사가 끝나고 며칠 뒤 밀려든 수행과제를 하던 아들이 갑자기 '아빠 도대체 이 과제를 얼마나 많이 해야 되냐'며 펑펑 울며 '아빠, 내일 회사에 가면 동료분들한테 이 링크(국회 입법청원-수행평가 폐지) 공유해서 동의할 수 있게 알려주세요'라며 부탁했던 일이 있었다.


그즈음에 아들은 여러 과목의 과제를 해야 했다. 그중에는 개인과제도 있었지만 조별과제도 여러 개 포함되어 있었고 거기에 더해 각 조별과제는 PT자료 작성과 함께 조별발표까지 해야 되는 상황. 내가 봐도 물리적 한계에 다다라 몸도 마음도 지칠 수밖에 없어 보였다. 이런 현실에서 아이들은 아이들 대로 수많은 과제를 평가해야 하는 선생님들의 마음 또한 오죽할까 싶다.


새로운 정부에서 이런 현실적 문제에 대한 정확한 실태 파악을 한다 해도 당장 고1 학생들에게 어떤 변화의 바람이 불까하는 기대치는 없다. 얼마 전에도 교육부에서는 여러 지침을 현장에 내려 보냈다는 기사를 봤고, 그날 아들과 대화를 해봤지만 별 의미 내용이라는 아들의 냉담한 반응에 당황스러웠던 경험이 있다.


교육정책, 특히 대입전형은 수년간 전문가들이 모여서 논의하고 연구한 결과물일 것인데, 왜 이렇게 복잡하고 어려울까. 생각하면 할수록 안타깝다.


우리 같은 평범한 학부형들끼리 가끔 하는 얘기대로 '대학은 기본 조건만 되면 다 입학하게 해 주고, 졸업을 어렵게 하는 방식'을 하면 안 되는 것일까.

수행평가의 지옥이 아닌 책도 읽고, 친구들과 토론도 해보고 운동장에서 땀나게 운동도 하고, 시, 에세이도 써보고 음악 미술을 배우며, 사색을 통한 사고의 역량을 키우는 고교시절을 보내게 하면 큰일이 날것인가. 그렇게만 된다면 지금과 같은 사교육 문제도, 도농 간 교육격차도 어느 정도는 해결되지 않을까


무엇이 옳은 것인지 판단이 안된다.

분명한건 대한민국 고1 학생들에게 오늘은 참 힘들어 보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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