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앙코르와트와 정치

by 바람아래

킬링필드, 독재, 부패, 가난이라는 부정적 수식어가 늘 붙어있던 나라 '캄보디아'

나 역시도 그 나라에 대해 부정적 인식과 편견을 갖고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그곳을 방문할 일이 생겼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 이후로도 여러 번 그곳을 방문할 기회가 더 있었다.


요즘 뉴스에 나오는 기사들과는 거리가 멀었던 시절 나는 처음 캄보디아를 방문했다.

여행이 아닌 출장으로만 갔던 일정이라 아주 더운 날씨에 바쁜 시간을 쪼개어 스케줄을 소화했었다. 너무 더운 날씨 탓에 오찬을 마친 뒤 아예 오후 일정을 잡지 않은 채 사실상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안내원의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이 사람 왜 이러지, 우리는 바쁜데 빨리빨리 움직여야 할 텐데'하며 뭔가 의심부터 들었었다. 그런 불만은 10분도 지나지 않아 그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건기가 막 시작할 무렵, 한낮의 더위는 40도를 넘나들었다. 금방이라도 모든 것을 태워버릴 듯 이글거리는 날씨. 우리 계산대로 어딘가를 움직이는 것은 열사병, 일사병에 노출될 위험이 있을 정도로 더웠기에 가장 더운 시간을 피해야 함을 깨달았다. 각 나라, 각 민족마다 제 각기 살아가는 생활 방식이라는 게 반드시 있는 법. 낯선 그곳의 방식을 따라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음을 나와 동료는 순간 잊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의 말대로 가장 뜨거운 시간이 지나고서야 우리는 다시 일정을 무리 없이 소화했다.

캄보디아라고 하면 '가성비' 좋은 곳, 물가가 싸고 여행하기 좋은 곳이라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었다. 물론 최근 몇 년 동안, 내가 가보지 못한 사이에 물가가 조금은 오르지 않았을까 추청을 할 수 있으나, 상대적으로 여전히 가성비 좋은 곳으로 불린다는 얘기를 들었다.


나는 주로 씨엠립을 방문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앙코르와트가 있고 인천에서 직항이기 있기 때문에 캄보디아 관광객에게는 톤레삽호수와 함께 필수 방문지다. 관광이 목적이 아니더라도 출장차 가더라도 꼭 한 번은 들르는 곳이 앙코르와트사원이다.

나는 해외 많은 나라들을 방문해 봤고 수많은 문화유적지를 다녀봤다.

그중에서 나한테 가장 인상적인 곳 한 곳을 뽑으라고 하면 단연 '앙코르와트'사원이다. 그 이유를 딱히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그냥 '그곳을 처음 방문했을 때 입구에서 사원을 바라보며 느꼈던 그 웅장함, 신비감이 나를 압도했다'고나 할까. 그게 가장 정확한 표현이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던 계기는 내가 두 번째, 세 번째 방문했을 때도 그와 같은 감정이 그대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사실 같은 장소를 두 번, 세 번 다녀보면 처음과 같은 감정을 갖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지만 이곳만은 예외였으니 내 감정을 나 스스로 증명한 셈이었다.


그 오랜 세월 속 세상 풍파 견뎌낸 숲 속의 사원

그곳의 지명 씨엠립(Siem Reap)은 원래 '시암(태국)을 격파하다'는 뜻으로 17세기 캄보디아 왕국이 태국 아유타야 왕조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 씨엠(Siem): 태국을 뜻하는 '시암(Siam)'에서 유래

* 립(Reap): '격파하다', '승리하다', '퇴치하다'는 뜻


그곳 지명의 유래에서 유추할 수 있는 것처럼 그곳을 지켜낸 캄보디아 사람들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그런데 역사는 참 아이러니하고 현실은 비참하다.


태국을 물리치며 그들의 왕국을 지켰던 그들의 자존심은 지금은 어디로 갔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앙코르와트의 입장료 수입이 상당 부문 베트남으로 간다는 얘기가 있다. 그 나라에서 핵심산업으로서 관광으로 벌어들이는 수입이 그들과 전쟁을 치렀던 베트남과 깊게 관련이 있다는 얘기를 그곳에 갈 때마다 듣곤 했다.

https://www.khan.co.kr/article/201808031744005


이 모든 것은 결국 '정치'의 영역이었다.

정치가 깨끗하지 못해 우리 상식선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기괴한 일들이 벌어지는 것을 우리는 여러 역사를 통해 배운다. 그 나라를 지난 38년 동안 통치하는 세력은 '훈'가문이다. 권력을 독재자 아버지에서 아들에게 세습을 하는 나라이다 보니 모든 권력과 돈은 그들만의 것이었을 것이다.


그들에게 앙크로와트는 그들의 권력과 부를 유지시켜 주는 핵심 Cash-cow가 아니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요즘 뉴스를 도배하고 있는 피싱과 스캠으로 대표되는 '사기산업'이 새로운 캐시카우가 된 것은 아닌지 씁쓸하기만 하다.


더 이상의 캄보디아 관련 나쁜 뉴스가 나오질 않기를 바라면서 동시에 캄보디아에서 여전히 열심히 살아가고 있을 우리 기업들과 교민들이 떠오른다. 교민사회의 위축을 걱정하고 계실 그분들에게 그 어떤 피해도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나 역시 여전히 캄보디아 사람들을 생각하면 여러 감정이 복잡하게 섞인다.

현지에서 만나본 일부 사람들 특히, 공무원들의 사고방식을 이해하기 어려운 경험을 많이 했다.

오랜 시간 동안 각국으로부터 원조를 받는 것에 익숙해 보이는 그들이었다. 어떤 도움을 주려했을 때 그것을 '비즈니스'로 받아들였던 그들의 사고방식에 당혹스러울 때가 있기도 했지만


그런 공무원들을 제외하고는 한국에 대해서 아주 긍정적이고 한국을 배우려 하는 자세를 갖고 있던 사람들로 기억한다. 늘 밝은 미소와 친절한 행동으로 나를 대해줬고, 흔치 않지만 우리나라로 유학을 오게 되어 기쁘다며 연락을 하는 현지인 친구들이 있고, 유학을 마치고 돌아가 결혼도하고 예쁜 아이를 낳고 가정을 꾸려 살지만 한국에서 배운 것들을 기반으로 자기 지역을 발전시키려고 노력하는 친구들의 모습이 아직도 선하다.

그곳을 방문할 때마다 현지어 통역을 담당했던 친구의 밝은 얼굴은 항상 SNS를 통해 확인할 수 있어서 여전히 반갑기만 하다. 최근 며칠 동안에는 업로드가 없는걸 보아 그 친구 또한 많이 어려운 상황(통역일 축소)에 빠져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오늘도 여전히 그곳에 관련된 뉴스가 넘쳐난다.

어디선가 여전히 상처받고 있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언제가 정상적인 시간이었을지는 모르겠으나 다시 그런 상태로 돌아가는 날이 있을지 의문이 드는 날의 연속이다.

그런 안타까움 속에서도 '그 땅에서 이뤄진 모든 범죄행위는 반드시 단죄되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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