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산골짜기에서 부는 바람은 뜬금없이 힘없는 나를 마구 흔들어 댄다 가뜩이나 어지러운데 말이다 하여튼 이 변덕스러운 바람은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나한테 화풀이다 그럴 때마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저 중력에 이끌려 바닥으로 날려가다가도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운이 좋으면 나뭇가지에 걸리기도 하고 바위나 산사의 장독대 그리고 석탑에도 슬그머니 내려앉을 때가 있다 인간들은 그런 나를 보면 반가워하다 한 움큼 집어서 옆 인간 얼굴에 뿌리기도 한다 그건 아마도 우리 낙엽들에게는 결코 없을 사랑이라는 감정인가 보다 그래놓고는 자기들끼리 민망한 건지 좋아서 그러는지 서로를 마주 보며 깔깔 웃어댄다 또 다른 한쪽에서는 나를 깔고 앉기도 하고 날리기도 하며 노랑 빨강 물든 나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도 한다 인간들은 매년 이 맘 때만 되면 당최 왜 이러나 싶다가도 이런 날 도 잠시겠거니... 그제야 그 이유를 알았다 눈이 오고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다 나는 머지않아 썩어 사라질 것이지만 인간들은 추억 한 장 가슴에 품는 것으로 남은 일 년을 또 힘겹게 살아 내어야 할 것이라는 것을...
#가을 #낙엽 #추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