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감성
언제나 늘 그렇듯 예고 없이 온다.
발소리도, 인기척도 없이.
문을 두드리지도 않고 슬며시 들어서는 도둑처럼
어느 순간 이미 내 안에 와 있다.
뼈마디마다 살기(煞氣)가 스며들고
근육은 제 무게를 잊은 듯 축 늘어진다.
오한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썰물처럼 빠져나가며
몸 안에서 조용한 전쟁이 벌어진다.
금방 가겠지, 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잠 한숨 자고 나면 괜찮아질 거야.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였지만
그 녀석은 쉽게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눈을 떠보니 눈꺼풀이 무겁고
양쪽 눈에 벌건 태양이 하나씩 떠 있었다.
몸과 영혼, 심지어 의욕까지 모조리
앗아간 뒤였다.
일요일 아침, 동네 병원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링거줄을 타고 약물이 한 방울씩 떨어질 때
나는 그제야 안심이 된 듯 선잠 속으로 미끄러졌다.
깨어나니 몸이 한결 가벼웠다.
그게 잠이었는지, 수액이었는지, 아니면 그냥 시간의 흐름이었는지
알 수 없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나를 지켜주던 무언가가 조금 허물어졌다는 것.
생각해 보면 우리에게는 늘 면역이 필요하다.
육신을 지키는 것뿐만 아니라
마음 깊은 곳, 보이지 않는 것들로부터 스스로를 지켜내는
그 단단하고 조용한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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