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세 얼간이, 호텔 뭄바이, 최근에 본 White Tiger, R.R.R 등 인도 발리우드 영화들이 떠오르고, 카레, 탄두리 치킨 등도 빼놓을 수 없다. 그리고 예전에 뉴질랜드 연수 중에 만났던 인도출신 나의 영어 선생님이 떠오르기도 한다. 영어로 스트레스받던 나에게 항상 격려해 주던 친절한 선생님이셨다.
사실 나도, 인도에 대해서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카스트 제도, 쓰레기더미, 대기오염 등 부정적인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곤 했다. 하지만, 우연히 교육기관에서 듣게 된 진짜 인도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인도에 대한 인식을 완전히 바꾸게 되었다. 세계최초로 숫자 0과 십진법 등 수학, 자연과학 및 천문학이 발달한 나라, 최근에는 IT강국으로 발전했고, 그런 기술력으로 핵무기를 보유한 나라, 또한 세계최대 민주주의 국가로서 수많은 정당을 갖고 있는 나라. 일일이 수사하기 어려울 정도로 우리가 모르는 게 더 많은 나라.
어느 날 이런 나라 지방정부와 교류의 물꼬를 터야 하는 미션을 받았다. 해외사무소 설치와 동시에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지역을 찾아야만 했다. 아는 정보라고는 아무것도 없는 백지상태에서 열심히 구글링을 통해 인도 리서치를 하기도 하고, 인도 최고 전문가이신 모 대학 교수님께 찾아가거나 초청해서 특강도 들었다.
수도 뉴델리는 정치, 경제의 중심지, 뭄바이는 최근 경제중심지로 성장하는 지역, 아무튼 여러 지역을 하나하나 살펴보다 마침내 '구루그람'이라는 작은 지역(인구 130만 명)을 찾게 되었다. 뉴델리의 위성도시라고 할 수 있으나 최근 글로벌 기업들이 대거 몰리는 지역, 인도 금융의 중심지로 각광받는 곳이었다. 인도에서 인구 130만 명은 울트라 초소형도시라고 할 수 있지만 수도 뉴델리와 가까워서 인도에서 가장 ‘핫’한 지역 중 하나였다.
이제 지역은 정해졌으니, 그쪽 담당자와 연결해서 우리의 제안사항을 전달하고 설득한 후 결국 담당자의 마음의 문을 여는 게 두 번째 관문. 아무 정보도 없었기 때문에 또다시 열심히 자판을 두드려 찾아 알아낸 것은 겨우 대표 이메일, 그래서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일단 대표 이메일로 제안서를 보냈다. 역시나 며칠이 지나도록 아무 대답은 없었다. (물론 기대도 안 했던 게 사실임) 그렇다고 마냥 기다릴 수는 없어서 다시 열심히 홈페이지를 검색하다가 부시장급 인사의 이메일을 찾아냈다.
그런데, 우리는 유교국가 아니겠는가? 보통 실무자는 실무자 레벨에서 접촉하려는 경향이 있다. 아마도 심적 부담감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 분야 20년 '짬'의 결과 더운 나라에서는 우리가 기대하는 것만큼 발 빠른 회신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서 그냥 부시장에게 직접 이메일을 보냈다. 아주 정성스럽고 구체적으로 그들이 좋아할 만한 내용을 넣어서...... 인도 리서치를 할 때 인도는 환경문제가 심각함을 알게 됐고 그들의 관심을 가질 만한 환경(물, 대기)분야를 제안서에 포함했다.
역시나 내 예상이 적중, 이메일을 보낸 지 20분이 채 안 돼서 회신 메일을 받았다. 그것도 부시장으로부터 직접. 얼마나 짜릿하고 기뻤던 순간인지 지금도 잊을 수 없다.(이런 맛에 이런 일을 계속하기도 한다) 그날 3~4 차례 이메일을 더 주고받고, 결국 당시 팀장과 나를 비롯한 실무방문단의 8월 방문 일정을 확정했다.
며칠 후 그날의 흥분도 채 가시기 전에 우리는 인도로 출발했고, 약속했던 날짜에 그의 사무실에서 그와의 첫 만남에 성공했다. 그리고 우리 제안사항을 전달하고 긍정적인 회신도 바로 받을 수 있었다.
그 대표단 방문 후속 조치로 11월에 그 부시장을 우리 지역으로 초대해서 우리 제안 사항에 대한 추진의지를 확인시켜 주고, 그들이 원하는(환경) 분야에 대한 여러 사례를 보여주고 체험할 수 있게 했다.
그 부시장은 3박 4일의 짧은 일정의 마지막 호텔 조찬을 나와 함께 하기를 원했다. 그래서 아침 일찍 호텔에 찾아가 함께 식사를 마치고 마지막 작별인사를 할 때 그가 나를 꼭 안아주며, "Thank you for your warm hearted hospitality. From now on, you are my brother!"라고 말했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했을 까? 지금도 그와는 자주 연락하고 지내고 있다.
그 후로 그는 2년 동안 미국 뉴욕으로 연수를 마쳤고, 최근 다시 그 지역으로 복귀해서 중책을 수행 중이다.(그들 부부는 어느 날 미국 연수중 한식당에 가서 떡볶이, 김밥 등을 먹다가 내 생각이 난다는 메시지와 사진을 보내오기도 했다. 감사하게도......)
참고로 처음 봤을 때 그 부시장 나이는 30대 초반, 나는 40대 중반, 지금도 우리는 나이를 뛰어넘는 우정을 키워오고 있다. 지난 1월에 새해인사를 하면서 서로 근황을 전하고, 언제든 어떤 제안도 함께하자는 그 친구의 메시지가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