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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아래 Apr 14. 2023

친구와 커피

커피 향 가득, 우정 한가득

며칠 전 고등학교 친구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

다짜고짜 지금 살고 있는 곳 주소를 말하라고 재촉을 해댔다.


이유를 물었더니 친구는 "아내가 운영하는 커피숍에서 직접 로스팅한 원두로 드립커피를 만들었는데, 네가 커피 좋아하는 것 같아서 맛 좀 봐, 택배로 보내 줄 테니 맛있게 먹고, 평가 좀 해줘"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이틀 뒤 알록달록 낱개 포장 된 드립커피가 집으로 배달됐다. 그것도 내가 좋아하는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콜롬비아, 케냐 등 내로라하는 스페셜티 원두들이 모두 포함되어 기쁨이 두 배다.  


사실 그 친구는 고등학교 졸업 후 거의 30년 가까이 만나지 못했다. 그 긴 세월 동안 어디서 어떻게 살아왔는지 모르고 지내다 지난해 여름 우연히 연락처를 알게 된 후 가끔 통화만 하고 지내고 있다.


서로 너무 바쁘게 살다 보니. 그는 내 Brunch의 글을 보고, 나는 그 친구의 카톡 프로필 사진을 통해서 귀여운 딸과 함께 어느 숲 속에서 그들만의 휴게공간을 만들어가고 있는 근황을 알아채고 있는 정도였다.

 

우리는 고등학교 1학년 같은 반에서 처음 알게 되어 친하게 지냈다. 3년의 시간을 보내고 각자 다른 대학교를 가게 되면서, 오랫동안 연락이 끊겨있었다. 고1 우리는 멀리 타지에서 도시로 유학을 온 같은 처지,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낯선 도시의 생활에 적응하기 어려울 때마다 서로 의지했다.


작년 우연이 통화를 할 때, 목소리는 고등학교 시절 그때나 지금이나 한결같았다. 물론 나와 그 친구 모두 외모적으로는 중년 아저씨들이 되어있겠지만.


주위에는 여러 종류의 친구들이 있다.

매일 보는 친구가 있기도 하고, 몇 달에 한 번, 그리고 몇 년에 한 번씩 만나는 경우 등 다양한 친구들이 있다. 나이가 들면서 느끼는 것은 '몇 년 만에 봐도 바로 어제 만난 듯한 친구'가 제일 편하다는 점이다. 물론 경우에 따라 다를 수 도 있겠다. 반대로 매주 만나도 그리 편하지 않은 경우도 허다하다.


아무리 아까운 친구라도 상대를 배려해서 말을 아끼는 친구가 있는 반면, 친구라는 이유로 자기 기분대로 막말을 하는 경우도 있다.


커피를 보내 준 친구는 전 자와 같은 친구다.

30년 가까운 시간을 만나지 못했지만 바로 어제 만난 것 같은 친구. 학창 시절 낯 선 타지에서 함께 나눴던 '청춘의 시간'을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어쩌다 지치고 힘든 날, 통화하면 무조건 내 편이 되어준다. 그래서, 예나 지금이나 편하다.


오늘은 친구가 보내준 풍부한 향기 가득한 커피로 일주일의 피로를 날리고, 여느 때와 달리 여유의 시간을 갖는 호사를 누려본다. 그래서 그런가 오늘따라 커피의 향이 더욱 진하고 감미롭다. Thanks!ㄷㅇ


커피  / 바람아래


한 땀 한 땀 로스팅한 원두,
한 봉 한 봉 알록달록 커피
뜨거운 그의 열정으로 한 잔,
진실한 그의 정성으로 한 잔
한 모금의 커피,
한 번의 목 넘김
그 풍부한 커피 향, 입안 한가득,
그 깊은 우정의 맛, 마음 한가득
마음에서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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