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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아래 May 05. 2023

비 오는 날에는 철물점에 간다

우리 동네 뉴 아지트

때 이른 더위를 재촉하는 비가 하루 종일 추적추적 내린다.

비 오는 어린이날, 아들은 어느덧 어린이날에 대해 무딘 나이가 되어 나에게 그 어떤 부담을 주지 않고 그저 하루를 편하게 쉴 수 있는 시간을 허락해 준다.


비 오는 휴일 오후, 어디라도 가고 싶지만 하늘은 구멍이라도 난 듯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우리 동네 자랑인 도서관도 휴일이라 문을 닫았다. 이럴 때는 가끔씩 동네에 새롭게 오픈한 카페에 가서  커피 맛을 테스트해보곤 한다.  오늘 찾은 카페는 원래 철물점이었던 곳에 한쪽은 커피숍, 반대편 한쪽은 사장님의 미술 작업실로 사용하는 곳이다. 가끔씩 아이들과 성인들을 위한 미술 강의도 진행하는 곳이다.

     

카페 문을 열고 들어가자 유성물감 냄새가 강하게 코를 찌른다. 카페에는 사장님과 그의 연인뿐이다. 커피를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벽면에 걸려있는 형형색색의 실크스크린 작품과 유화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문득 Pop Art의 거장' Andy Warhol'과 그의 작품 <메를린 먼로의 두폭화>라는 작품이 연상된다. 그래서였을까 앤디 워홀이 그의 작업실을 'factory(공장)'라 부른 것처럼. 이 카페 한편에 있는 그의 작업실도 앤디 워홀이 생각했던 그런 공장의 이미지(작업실과 카페 이곳저곳에 철물점의 흔적, 드러난 배관을 그대로 살린 인테리어 등)와 잘 어울린다. 예술작품에 대해서 깊게 알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예술작품을 대하는 태도는 알기에 작품들을 즐거운 마음으로 감상하고 사장님(작가)과 작품에 대한 대화를 나눈다.


그 짧은 대화에도 비즈니스 마인드가 발동한다. 다음 이벤트에 새롭게 활용할 만한 아이디어도 떠오른다.

(이 죽일 놈의 직업병……) ‘딱 일주일만 일찍 이곳을 알았더라’ 면하는 아쉬움도 밀려온다. 사실 지난 1주일 동안 지역을 대표하는 예술작품을 찾아 논산, 보령, 예산, 아산, 서울에 계신 작가들을 찾아다니는 고난의 주간을 보냈기에 아쉬움은 더 컸다.          

커피가 나왔다. 기대하지 않았는데 향이 진하다. 평소에는 산미가 강하지 않고 바디감 있는 커피를 좋아하는데 오늘처럼 비 오는 날에는 살짝 과일향에 산미가 느껴지는 커피가 좋다. 그래서 오늘 날씨와 기분에는 최적이다. 직각의 나무테이블과 의자, 다소 인간미 없어 보이지만 발판과 등받이는 앉아서 글쓰기에는 완벽하다.


지금 이 순간, 창 밖의 비

낯선 카페, 유화, 실크스크린 그리고 물감 냄새

이 조합이 묘하게 설레게 한다


태블릿을 켜고 한 참 글을 쓰는데 “여자 친구가 가져온 인절미 맛 좀 보세요! 커피와 잘 어울립니다”라고 하며, 사장님이 인절미를 갖다 주신다. 사장님 말대로 커피와 인절미는 참 잘 맞았다.

런 식으로 동네에 여러 단골집이 생겼다.

한 가지 공통점은 단연 커피가 좋아야 한다. 오늘 이 철물점(카페 겸 작업실)은 처음이지만 분위기, 음악까지 내 취향인 듯 마음이 편해진다. 그중에서 제일 마음에 드는 건 조명이다. 조명이 예쁘기도 하지만 소위 글 빨(?) 받게 해 준다. 요 며칠 바쁘다 보니 글쓰기에 집중할 시간이 부족한 상황. 그래서인지 뭔가 찝찝한 나날의 연속이었다. 그런데 그런 기분을 이 카페에서 한방에 날린다. 특히, 매장에 걸려있는 조명이 제각각 모양새와 빛깔이 다르다. 그 불 빛 아래 복잡했던 마음은 진정되고 다음 브런치 글의 구상이 순순히 그려진다.


이곳 참 재미있다. 왠지 나의 아지트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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