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진짜 하고 싶은 말
6살 된 둘째가
처음으로 참여하는 축구경기를 앞두고
계속 해서 질문을 하기 시작합니다.
"엄마, 경기는 몇월 며칠에 시작해요?"
"몇 시에 시작해요?"
"경기는 3번이지요?"
"우리는 몇 시에 출발해요?"
처음 출전하는 축구경기가 설레서인지 계속 질문을 하는 모습이 귀엽게 느껴집니다.
처음에는 저도 아주 친절한 목소리로 대답해주었습니다.
"응, 경기는 11월 1일 토요일이야. "
"오후 1시에 시작한대."
그런데 다음 날 아들은 또 똑같은 질문을 하기 시작합니다.
아이니까, 잊어버릴 수 있을 것 같아서 또 대답을 해주었지요.
그런데 그 다음날도 아들은 또 똑같은 질문을 합니다.
여섯살이니까 그럴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아주 잘 알지만.
그래도 화가 불끈 솟아 오릅니다.
"어제 다 얘기해줬잖아! 이제 축구 얘기는 그만!!!"
"한 번만 또 똑같은 거 물어보면 엄마 엄청 화낼 줄 알아!!!!"
그런 던 어느날,
차를 타고 나들이를 가는데 아들이 물었습니다.
"엄마 지금 몇 시에요?"
"엄마, 몇 시 몇 분에 도착해요?"
"1시간은 몇 분이에요?"
"지금 몇 시에요?"
한참 질문이 많은 여섯살이니 당연한 일입니다.
궁금한게 많고 아이의 시선에서 보면 이 세상엔 신기한 것들이 투성이지요.
아들의 질문에 대답을 하기도 하고
꾹 참아보기도 하고
화도 내어봤습니다.
그런데 계속 똑같은 질문을 반복하는 아이를 보면서
갑자기 덜컥 겁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왜이렇게 숫자에 집착을 하지?
혹시 무슨 문제라도 있나?
임신을 했을 때에도
갓난 아기 시절에도 몸이 약해 항상 노심초사했던 둘째 입니다.
그러다보니 작은 일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과한 우려를 하기도 했지요.
한참을 이것저것 고민 하다보니
불현듯 한가지 생각이 스쳤습니다.
'혹시 나랑 단순히 대화를 나누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나랑 나누고 싶은 대화가 많은데
표현할 수 있는 문장이나
스스로 생각해낼 수 있는 주제는 제한적이니
계속 똑같은 말을 하는 것은 아닐까?
어릴 적 부터 말이 늦었던 아이이다보니
아직 표현력이 많이 부족해서
어떻게 대화를 시작하고 이어나가야 할지 모를 수도 있었겠다.'
하는 생각이 스치더군요.
"둘째야, 혹시 엄마랑 얘기가 많이 하고 싶어?"
"네"
"그래서 똑같은 거 계속 물어보는 거야?"
"네"
아이의 표정이 잠시 시무룩해집니다.
"그럼 엄마랑 같이 계속 얘기할까?"
"네 좋아요!"
아이의 얼굴이 다시 밝아집니다.
아이입장에서는 대화를 주고 받고 싶은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아무런 질문을 해왔던 것인데
엄마는 대답 후 후속 질문을 해주지 않으니
대화가 끊겨왔던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아이는
또다른 질문을 계속 생각해내거나
생각이 나지 않으면 똑같은 말을 계속 물어본 것이었어요.
우리는 가끔 아이의 쏟아지는 질문들을 단순한 호기심이라고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호기심일 경우가 더 많을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그 중 상당수는 엄마와 대화 다운 '대화'를 해보고 싶어서 이기도 하지요.
초등학생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아이가 뜬금 없는 이야기를 하거나 질문을 할 때
대부분은 황당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아이를 의심하거나 질책을 할 때가 더 많은데요,
사실은 그냥 엄마랑 대화를 나눠보고 싶은데
무슨 말로 시작해야 하는지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대화를 시작하는 방법,
그리고 대화가 하고 싶을 때 상대방한테 할 수 있는 말들을
좀더 알려주는 것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저 역시 둘째에게 알려줬어요.
엄마랑 얘기가 하고 싶으면
"엄마 우리 같이 얘기해요."
이렇게 말을 하거나
"엄마 지금 같이 축구경기 보러가니까 기분 좋아요?"
이렇게 기분을 묻는 질문을 하면 좋을 것 같다구요.
초등학생인 첫째에게도 그리고 반 아이들에게도
자신이 겪었던 일을 얘기는 것
그리고 그때 긍정적인 얘기나 즐거운 얘기를 시작하면서
함께 대화를 나누는 것이 조금더 길게 대화를 지속하는 방법이라고 말해주었습니다.
아이가 보내는 신호들을 하나하나 완전하게 파악하기란 참 어렵습니다.
그래도 다시 오지 않을 이 시기,
행복한 마음으로
아이의 마음을 최대한 제대로 이해해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