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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연 Aug 09. 2021

첫 달리기

사실 달리기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올해 봄부터 시작되었다.


두드러기와의 싸움


작년 겨울 코로나 때문에 외출을 할 일이 거의 없었고, 자연스럽게 살이 찌면서 건강이 급격하게 안 좋아졌다. 제일 먼저 생긴 질병은 온도 알레르기다. 온도 알레르기는 콜린성 두드러기라고도 불리는데, 몸의 체온이 주변 온도와 맞지 않을 때 생기며 보통 한랭성 두드러기와 함께 발생한다. 중학교 때 처음 온도 알레르기가 발생했는데 치료법이 없어 민간요법으로 치료하다가 고등학교 때 호르몬의 변화 때문인지 자연스럽게 사라졌던 기억이 있다.


치료법은 두드러기가 발생할 때 처방해주는 약을 먹어 두드러기를 조금 더 빠르게 잠재우는 방법밖에는 없는데, 사실 두드러기가 발생하고 난 후라 나에게는 별로 좋은 치료법이 아니었다. 경험에 의하면 이 두드러기가 발생하면 약보다는 가장 먼저 조절해야 하는 것은 호흡이었다. 보통 두드러기는 아주 빠른 시간 안에 전신에 산발적으로 나타났는데, 두드러기가 발생하면 따가움과 가려움이 공존해 이성을 찾기가 힘들다. 그래서 호흡이 두드러기를 빠르게 가라앉히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다. 


지난겨울 처음 두드러기가 발생한 것은 새해 기념 요가 수리야나마스카라를 50번을 했던 날이었다. 오랜만에 땀을 흘렸는데 전신이 따끔거리더니 두드러기가 다시 발생했다. 절망적이었다. 고생했던 어린 시절이 떠오르면서 꿈이길 바랬다.


다시, 요가


제일 먼저 시작한 일은 요가를 본격적으로 시작하였다. 물론 이전에도 계속 요가를 해왔지만, 계속 혼자 수련을 해왔던 터라 익숙한 동작들로만 반복했던 나날들이었다. 유튜브를 보며 요가 동작들에 변화를 줬고 두드러기와 계속 마주했다. 또 재밌는 게 운동 알고리즘을 타고 들어가다 보면 춤을 추며 땀을 흘리는 벨런스 사이클, 정말 힘들게 운동하는 영상들 등 다양한 운동을 경험할 수 있어서 단순히 매트 위의 요가보다는 좀 더 폭넓은 움직임들을 경험했다. 겨울이 지나 봄이 됐을 무렵부터 요가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가 지금 다니고 있는 요가원에 정착했고, 요가원에 다닌 지 3달 차가 되었다. 


첫 달리기


거의 매일 요가원에 다니고 있는데, 어느 순간 새벽에 요가원을 다녀와도 저녁에는 체력이 튼튼하게 남아있는 느낌을 받았다. 그때부터 달리기를 시작해볼까? 마음을 먹었지만 생각보다 시작하기는 어려웠다. 이상하게 요가를 하거나, 그림을 그리는 일에는 몸이 피곤해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데, 달리기는 그게 참 어려웠다. 그리고 드디어 오늘 자연스럽게 달리기를 하고 싶다는 마음과 실천을 해야겠다는 행동이 딱 맞아떨어졌다. 


처음 달린 시간은 20-30분. 걷고 뛰고 난리가 났다. 숨이 너무 빠르게 차올랐고, 숨을 최대한 길게 쉬어야 한다는 말을 들어 그렇게 뛰려고 노력했다. 처음에는 달린다는 생각으로 다리랑 손을 움직였을 때 팔과 다리가 박자가 안 맞아 너무 당황했다. 이게 이렇게 어렵다고? 동일한 박자와 호흡으로 달려야 하는데 그 리듬감을 맞추기가 어색했고, 겨우 리듬감을 찾았을 무렵 숨이 턱끝까지 차올랐다. 숨이 막힌다는 생각을 하니깐 갑자기 앞이 안 보여서 걷기 시작했다. 이 과정을 몇 번이나 반복했다.


15분쯤 달렸을 무렵, 온몸의 피와 열이 밖으로 분출하고 싶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 같았다. 심장이 쿵쾅거리는 소리가 너무 크게 다가왔다. '두드러기가 나고 있는 걸까? 괜찮은 걸까?' 이 생각을 하면서 '그래도 15분만 더 달려보자' 생각했다. 무사히 완주 아닌 완주를 했고, 목표했던 거리를 다녀왔다. 생각해보니 이렇게 본격적으로 달리기를 했을 때는 아마 20살 때가 아닌가 싶다. 짧은 마라톤에 무턱대고 등록했고, 꼴등으로 들어와서 행사가 끝났던 기억이 떠올랐다. 


아무튼, 처음 달리기를 한 후기는

밤하늘이 노랗게 보였고, 세상이 나 빼고 다 느리게 흘러가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근육통은 집에 도착하기도 전에 버선발로 마중을 나왔지만, 샤워를 하고 시원하게 선풍기 앞에 앉고 나니 몸이 한결 가벼워지는 느낌도 드는 것 같았다. (그래서 너무 신기한 마음에 브런치에 빠르게 글을 써보고 있다. ㅎㅎ)


매일 달리기는 아직 스스로의 약속에서 너무 어려운 일인 것 같고, 적어도 일-이주일에 한 번씩은 꼭 달리기를 해야겠다.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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