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구소련 체르노빌에서 원자력발전소가 폭발하였다. 그 지역 인명 피해는 물론, 방사능 물질이 유럽 전역을 뒤덮었고 심지어는 아시아와 아프리카까지 도달하였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에서도 원자력발전소가 붕괴되었다. 주변 바닷물이 방사능에 오염되어 현재까지도 국제적 문제가 되고 있다. 지금도 전 세계에서 약 440기의 원전이 가동 중이다. 이들 원전이 안전한 상태로 영원히 가동되리라는 것을 확신하는 사람은 없다.
폭발의 위험과 별개로 원전을 가동하면 반드시 발생하는 것이 있다. 바로 방사성 폐기물이다. 원자로에서 핵분열을 일으키고난 후 발생하는 물질들은 그 자체가 방사능이고 이 물질들은 절대로 외부로 노출되어서는 안 된다. 핵폐기물은 별도 시설을 만들어 보관하여야 한다. 원전 가동이 지속되면 핵폐기물도 지속적으로 발생하며 이에 대한 처리가 큰 문제가 되었다.
그러면 도대체 인류는 왜 이런 위험한 원전을 사용해야만 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연료의 에너지 밀도 때문이다. 1톤의 우라늄은 약 2만 톤 석탄 수준의 에너지를 발생시킬 수 있다. 그러나 환경적인 측면에서 보면 원전에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CO2 배출이 없지만 핵폐기물이라는 무서운 물질이 배출된다. 그 관리에 막대한 비용이 들뿐 아니라 우리는 언제 터질지 모를 사고에 의한 방사능 노출 위험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 풍력, 조력, 수력, 태양열 등 재생에너지가 환경문제를 극복할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대두되고 있지만 효율이 낮아 전력소모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AI 시대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재생에너지는 현재 전체 전력의 1/3도 채우지 못하는 상황이며, 향후 AI 수요 증가를 감당하기에는 거의 불가능하다.
향후 100년간 인류문명의 발전을 견인할 에너지 소비처를 Chat GPT에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중요도 순으로 순위를 매긴 답을 내놓았다.
1위. 데이터센터 & AI 연산 인프라
2위. 운송 부문 (항공, 해상, 지상 운송의 전기화 + 우주 산업)
3위. 산업 및 제조 (철강, 반도체, 배터리, 탄소중립 소재 등)
4위. 건축 & 도시 인프라 (냉난방 HVAC 시스템 전기화, 스마트시티)
5위. 식량 생산 (스마트 농업, 수경재배, 인공육, 담수화 등)
6위, 의료 및 생명과학
7위. 국방/안보
P.S. 2023년 전 세계 총 전력 수요 : 30,000 TWh/년
2100년 예측 수요 : 100,000 ~ 150,000 TWh/년 (AI, 운송, 제조가 대부분을 차지)
지구에서 현재 활용할 수 있는 에너지의 측면에서 보면 단지 전력 부족으로 인해 AI 시대가 열릴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원전을 무한정 늘리는 것은 방사능 위험을 우리 다음 세대에 전가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말 해법은 없는 것일까?
나는 핵융합발전이 그 유일한 해답이 될 수 있고 되어야 한다고 감히 주장한다. 핵융합발전을 한 마디로 설명하면 지구에 인공태양을 만드는 것이다. 우주에 셀 수 없이 많은 항성(스스로 빛을 내는 별)들은 핵융합 반응에 의해 그 수명을 유지한다. 태양도 그러한 항성 중 하나이다.
물질은 핵반응에 의해 분리되기도 하고 합쳐지기도 한다. 우라늄 235는 자연 상태에서 매우 불안정한 물질이며 여기에 중성자를 쏘아주면 바륨, 크립톤, 세슘 등의 방사능 물질로 분해된다. 이때 추가의 중성자가 튀어나오고 에너지가 발생하는데 이 에너지가 핵분열 에너지이다. 이 에너지 발생을 한 번에 몰아 그 크기를 극대화하면 원자폭탄이 된다. 이 에너지를 잘 조절하여 조금씩 발생시키면 원자력발전이 된다. 어떤 경우든 간에 우라늄의 처음 질량은 핵분열 후 생성된 물질들의 질량 합보다 크다. 질량 결손 Δm만큼 에너지로 전환된 것이고 이 에너지 값이 Δmc²와 같은 크기를 갖는다. 아인슈타인의 그 유명한 질량-에너지 등가원리에 의한 식 E = Δmc²이다.
태양에서는 매 순간 수소가 헬륨으로 합쳐지는 핵융합 반응이 일어난다. 이때에도 마찬가지로 질량 결손이 생기며 Δmc² 만큼이 에너지로 전환된다. 태양은 약 45억 년 간 지구에 에너지를 공급해 왔다. 지구 대기 운동을 일으키고 생명체를 태동시키고 그 생명체를 키우고 번창시키는 역할을 해왔다. 태양이 죽음에 이를 앞으로 50억 년 간 계속해서 지구에 에너지를 공급해 줄 것이다. 이 에너지는 어마어마한 것이다. 핵융합이 아니고서야 이 막대한 양의 에너지를 만들어낼 방법이 없다.
인공 태양을 지구에 재현한다면 에너지 걱정 없이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 또한 핵융합 반응에서는 방사능 물질이 거의 생기지 않는다. 반응 과정에서 발생하는 삼중수소가 유일한 방사능 물질인데 관리가 용이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 또, 구하기 힘든 우라늄 또는 플루토늄과 달리 수소는 바다에 무한정 내장되어 있다. 그야말로 꿈의 에너지인 것이다.
문제는 기술적 한계이다. 핵융합 반응을 이끌어내려면 1억 도 이상의 고온이 필요하다. 바로 태양 중심부의 온도이다. 1억 도가 되면 물질은 고체, 액체, 기체 상태를 지나 제4의 상태인 플라즈마 상태로 돌입한다. 원자핵과 전자가 분리되어 떠돌아다니는 이온화된 물질 상태이다. 이 1억 도의 플라즈마를 용기에 가둘 수 있어야 인공태양을 만들 수 있다. 그런데 1억 도에 견딜 수 있는 재질이 있는가? 이 지구상에는 없다. 그럼 어떻게 1억 도 플라즈마를 용기에 가둘 수 있는가? 그 해답은 플라즈마가 용기 벽에 닿지 않게 하는 기술에 있다. 자기장을 이용하여 플라즈마를 용기 안에 부양시키고 벽에 닿지 않게 하는 것이 기술의 핵심이다. 이러한 장치를 토카막(Tokamak)이라고 부른다.
아직은 초보적 실험 단계라 핵융합발전의 상용화까지는 먼 길이 남아있다. 다음 글에서는 세계 여러 국가의 핵융합 실험 현황과 한국의 기술이 어디까지 와 있는지 알아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