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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상대성 이론 - 시간의 지연

빛과 상대성이론 - 질량은 에너지이다 (3)

by Neutron

빛의 속도가 광원의 움직임에 따라 다르지 않고, 측정하는 관측자에 따라 다르지 않다는 믿음이 생겼다면, 다음과 같은 사고 실험을 통하여 상대 운동을 하는 두 관측자 사이에서 시간과 공간이 어떻게 변하는지 알아보자. 이 실험은 중력의 영향이 없는 매우 특수한 상황을 상상 속에 도입한다. 우리가 여기서 도출되는 이론을 특수상대성이론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시간의 지연


먼저, 중력의 영향이 전혀 없는 진공 상태의 공간에 관측자 B에 대해 v의 일정한 속도로 날아가는 우주선이 있다고 가정하자. 중력의 영향이 없고, 공기의 저항도 없으므로 이 우주선은 추진력이 필요하지 않다. 처음의 속도가 끝까지 유지된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 우주선 안에는 관측자 A가 타고 있다. 우주선 내부와 외부가 진공이라 관측자 A와 B는 모두 보호장치가 잘 마련되어 있는 우주복을 입고 있다.


그림. 우주선 이동 수직 방향으로 빛의 왕복 시간 측정


우주선 안의 관측자 A는 우주선 바닥에 광원을 놓고 우주선 천장으로 빛을 쏜다. 우주선 천장에는 거울이 달려 있어 빛을 반사시키고, 반사된 빛은 다시 광원으로 돌아온다. 마침 관측자 A와 B는 초정밀 시계를 가지고 있어서 광원에서 빛이 출발한 시각과 빛이 거울에 부딪힌 시각, 다시 광원으로 되돌아온 시각을 정확히 잴 수 있다고 가정한다. 관측자 A의 입장에서 우주선 내부는 정지 상태인지 운동 상태인지 구분할 수 없는 관성계이다. 영화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우주복을 입고 우주선 내의 허공을 유영하는 상상을 하면 된다. 우주선 바닥과 천장 사이의 거리를 h라고 하면, 관측자 A가 측정한 빛의 천장 도달 후 바닥으로 왕복한 시간 2 t0는 2 h/c 이다. 따라서, 관측자 A가 측정한 시간은 다음과 같은 식을 만족한다. (왕복시간을 t0로 놓을 수도 있지만 계산의 편의상 t0 대신 2 t0를 사용하였다)


h = c t0


이제 우주선 밖에 있는 관측자 B에게로 가보자. 우주선은 투명 재질로 만들어져 있어서 내부 사정이 훤히 들여다 보인다. 관측자 B도 움직이는 우주선 밖에서 관측자 A와 같은 측정을 한다. 우주선 바닥의 광원에서 빛이 발사되어 우주선 천장의 거울에 반사되고 다시 원래의 광원으로 돌아오는 데 걸린 시간을 측정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매우 중요한 가정이 있다. 바로 빛의 속도는 관측자 A가 측정하던, 관측자 B가 측정하던 동일하게 c라는 것이다.


이제, 마이켈슨-몰리의 실험이 가져다준 물리학적 세계관의 변화가 어떤 결과를 보여주는지 확인해 보자.

우주선이 관측자 B에 대해서 v의 속도로 움직이고 있으므로 관측자 B가 측정한 빛의 왕복 시간 2t에 대해서 기하학적으로 다음과 같은 관계가 성립한다. 학창 시절 수학 시간에 누구나 배우는 피타고라스 정리(직각삼각형의 빗변의 길이 제곱은 나머지 각 변의 길이 제곱의 합이다)이다. h의 길이는 A가 보건 B가 보건 동일하다. h의 방향으로는 상대속도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v² t² + h² = c² t²


관측자 B는 A에 대하여 천장 방향 즉, h 방향으로 상대 속도가 0이므로 h = c t0를 그대로 가져다 쓸 수 있고, 이를 윗 식에 대입해 보자. t0는 우주선 안의 A가 측정한 시간이고 t는 우주선 밖의 B가 우주선 안을 측정한 시간임을 다시 한번 상기하자.


v² t² + c² t0² = c² t²

(c² - v²) t² = c² t0²

t² = {c² / (c² - v²)} t0²

t = t0 / √{1 - (v / c)²}

= γ t0

(여기서 γ (Gamma) = 1 / √{1 - (v / c)²} 를 로렌츠 인자라고 한다)


우주선의 속도 v는 빛의 속도 c보다 항상 작으므로 t는 t0보다 항상 크다. 즉, 관측자 A가 우주선 안에서 느끼는 시간보다 관측자 B가 우주선에 대해 느끼는 시간이 더 길다. 속도 v가 매우 빨라 빛의 속도에 근접하면 할수록 그 효과는 커진다. 속도 v가 빛의 속도 c와 동일해진다면 우변의 분모가 0이 되어 t는 무한대가 된다. 반대로 관측자 A가 관측자 B를 볼 때 B는 자신에 대하여 반대 방향으로 v의 속도로 움직이고 있으므로 B의 시계가 더 느리게 가는 것처럼 보인다. 경험적으로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서로 상대 운동을 하고 있는 A와 B는 각각 상대방의 시계가 더 느리게 가는 것으로 여긴다. 우리는 이 것을 상대적 시간의 지연 또는 팽창이라고 부른다.


고전역학과의 비교를 위하여 유사한 실험을 빛이 아닌 공으로 해 보자. A가 보았을 때 공의 속도는 v_A 이고 다음 관계를 만족한다.


h = v_A t0


그림. 우주선 이동 수직 방향으로 공의 왕복 시간 측정


이 공의 운동을 우주선 밖의 B가 보았다면 공의 속도는 우주선의 속도가 합쳐진 즉, 속도의 벡터합이 될 것이다.


v_B² = v_A² + v²


B가 측정한 시간을 t 라고 한다면 공이 바닥에서 우주선 천장을 왕복했을 때 B가 본 공의 진행 거리는 피타고라스 정리에 의하여 다음과 같이 쓸 수 있다.


v² t² + v_A² t0² = v_B² t²

v_B² = v_A² + v² 를 이용하여 v_B² 을 소거하면,

v² t² + v_A² t0² = (v_A² + v²) t²

= v² t² + v_A² t²


식을 정리하면,


v_A t0 = v_A t

t0 = t


A가 느끼는 시간이 B가 느끼는 시간과 동일하다. 고전역학 하에서는 시간의 지연이 발생하지 않는다.


특수상대성이론에 의한 시간 지연에 대하여 구체적인 숫자로 감을 잡아 보자. A에 대하여 0.6c의 속도로 움직이는 B가 있다고 하면 A의 시계가 1초 흘렀을 때(초침이 1에서 2로 이동하는 동작이 완료되었을 때) A가 느끼는 B의 1초는 얼마나 걸릴까?


t = 1 / sqrt {1 - (0.6c / c)^2}

= 1 / sqrt (0.64)

= 1 / 0.8

= 1.25 (sec)


A가 본 B의 시계는 자신의 시계보다 1.25배 느리게 간다. A가 봤을 때 메트로놈이 똑딱 왕복할 때 1초가 걸렸다면 동일한 메트로놈을 우주선 B에 태우고 A가 측정하면 똑딱 왕복할 때까지 1.25초가 걸린다. 따라서, A의 시계가 1초 흘렀을 때 B의 시계는 아직 1초에 도달하지 못하고 1 / 1.25 = 0.8초 흐른 것처럼 느껴진다. A가 봤을 때 B는 슬로모션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시계도 천천히 가고 나이도 천천히 먹는다. 우리는 이 현상을 시간의 지연이라고 부른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시간이 상대적으로 운동하는 관찰자에 따라 다르게 흐르다니! 시간은 그냥 흐르는 것 아닌가? 지구에서의 나의 1초는 태양계 밖 우주 어딘가의 1초와 동일한 시간이 아닌가? 이 사고실험의 결론에 따르면 나의 시간과 내 옆을 지나가는 사람의 시간이 다르게 간다. 시간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관측하는 사람에 따라 상대적인 것이다. 다만, 상대방의 속도가 빛의 속도에 비하여 매우 작기 때문에 그 효과를 느끼지 못하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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