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상대성이론 - 질량은 에너지이다 (2)
빛과 특수 상대성 이론
빛은 파동일까, 입자일까? 파동이라면 주파수가 얼마이고, 입자라면 질량이 얼마일까? 빛의 속도는 얼마일까? 광원이 움직이면, 빛의 속도는 변할까? 먼저 이러한 질문들에 다시 한번 관심을 가져 보고 자신만의 답을 머릿속에 떠올려 보자. 빛을 파동으로 보았을 때 각 주파수 별 빛의 성질은 앞에서 이야기하였다. 이제 빛의 속도에 대해 조금 더 깊숙이 파헤쳐 볼 것이다. 빛의 속도는 진공에서 299,792,458 m/s 이다. 앞에서 빛을 개략적으로 서술하였는데, 앞으로 다룰 내용은 빛의 속도라는 특성 때문에 벌어진 역사적 사건에 관한 것이다.
1700년대 아이작 뉴튼이 물리학의 거성으로 우뚝 서있을 때는 빛이 아주 작은 알갱이 즉 입자라고 생각하였다. 1800년대에 들어와서 토마스 영의 이중슬릿 실험에 의하여 빛이 파동의 성질을 지닌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로부터 1887년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사람들은 빛은 파동이라고 생각하였고, 그 매질이 에테르(ether)라고 여겼다. 그동안 빛을 연구한 결과, 간섭, 회절 등 파동의 성질을 가지고 있었으므로, 사람들은 빛을 파동의 한 종류로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파동이란 매질을 진동시키며 전달되는 에너지의 이동쯤으로 설명할 수 있으며, 매질이 없다면 파동은 전달될 수 없다. 소리는 우리가 흔히 경험할 수 있는 대표적인 파동의 형태이며, 공기를 매질로 하고 1 기압 하에서 대략 340 m/s의 속도로 전파된다. 만약 공기가 없다면 소리도 들리지 않을 것이다. 다른 예로, 지진은 땅을 매질로 하는 지구 내부 에너지의 이동이다.
파동의 속도는 매질의 운동에 의존한다. 매질이 떨리는 주파수를 f 라 하고, 매질이 진동할 때의 골과 골, 산과 산 사이의 거리를 파장 λ (Ramda)라고 하면, 파동의 속도 v는 v =λ f 의 관계식이 성립한다. 파장은 거리의 개념이고 주파수는 시간의 역수이므로, 이 둘의 곱은 속도를 나타낸다. 앞에서 빛의 속도는 진공에서 299,792,458 m/s 라고 하였고, 항상 일정한 값을 갖는다. 빛을 파동이라고 하였을 때, 가시광선 각 주파수 영역에서 각각의 파장이 결정된다. 주파수가 큰 보라색 영역의 파장은 짧고, 주파수가 작은 빨간색 영역의 파장은 길다. 하지만, 보라색 빛이건 빨간색 빛이건 그 속도는 같다.
원래 파동의 속도는 관측자에 따라 상대적으로 측정된다. 만약 물 위에서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배 위에서 배의 진행 방향과 동일한 파도의 속도를 측정한다면, 실제 관측자가 정지한 상태의 파도의 속도는 배 위에서 측정한 파도의 속도에 배의 속도를 더해 주어야 한다. 서핑을 하는 경우라면, 서퍼는 파도와 함께 이동하므로, 정지된 물의 언덕을 경험할 수 있으나,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은 물의 언덕이 서퍼와 함께 이동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파동에는 속도의 상대성이 적용된다.
빛이 파동이라면 매질이 있어야 하고 속도의 상대성이 관측되어야 한다. 1887년 마이켈슨-몰리의 실험이 있기 전까지, 사람들은 빛의 매질인 에테르(Ether)가 존재하여, 우주 전체에 가득 차있고 정지해 있는 절대적인 고유의 물질이라고 생각하였다. 우리가 밤하늘의 별 빛을 볼 수 있는 이유는 이 에테르가 별 빛을 우리 눈까지 전달해 주기 때문이라고 믿었다. 우주의 모든 운동은 이 절대적 존재 에테르를 기준으로 한 상대적 운동이며, 에테르를 절대 기준점으로 하면 우주의 모든 물리 현상들은 절대적으로 해석할 수 있게 된다.
마이켈슨과 몰리, 이 스마트한 두 미국 물리학자는 에테르의 존재를 밝히겠다는 목표 하에 역사적인 실험을 준비한다. 하나의 광원에서 출발한 빛을 45도 기울어져 있는 반투명 거울을 이용하여 직각으로 분리한 다음, 각각 거울에 반사 및 투과되어 이 두 빛이 센서가 있는 한 점으로 되돌아오게 만들었다. 이 실험의 요지는 하나의 광원에서 출발한 빛이 두 가닥으로 나뉘어, 한쪽은 수평 방향, 또 한쪽은 수직 방향으로 각각 동일한 거리의 경로를 이동을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한쪽은 지구의 공전 방향, 또 한쪽은 지구 공전에 수직 한 방향이다. 만약 빛이 에테르를 매질로 하는 파동이라면 지구 공전 방향으로 빛이 왕복한 시간은 지구 공전의 수직 한 방향으로 빛이 왕복한 시간과 차이가 있어야 한다. 이 시간의 차이는 검출기에 간섭무늬를 만들 것이고, 이 간섭무늬가 에테르의 존재를 입증하는 것이다.
[그림 1] 실험장치
[그림 1]과 같이 실험 장치를 구성하고 실험을 진행하면 A 경로를 따라 진행한 빛이 센서에 도달한 시간과 B 경로를 따라 진행한 빛이 센서에 도달한 시간이 달라야 했다. 먼저 A 경로를 따라 진행한 빛에 대한 시간을 구하면 다음과 같다.
t_A = d / c + d / c + d / c = 3d / c
빛이 진행한 경로는 지구 공전의 직각 방향 즉, 에테르의 영향과는 무관한 방향이므로 경로 중 빛의 속도는 모두 c로 동일하다. 다음으로 B 경로를 따라 진행한 빛에 대한 시간을 구할 때는 지구의 공전 속도 v에 정/역 방향으로 진행하는 구간이 있으므로, 이를 반영해야 한다. 빛이 지구 공전 방향의 반대 방향으로 진행할 때 속도는 c + v 가 되고, 빛이 지구 공전 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진행할 때 속도는 c - v 가 된다. 따라서, 빛이 B 경로를 따라 진행한 총시간은 다음과 같다.
t_B = d / (c + v) + d / (c - v) + d / c
여기서, v가 양수이면, 이 값은 t_A = 3d / c 와는 다른 값을 가질 것이므로, 경로 A를 따라 진행한 빛이 센서에 도달하는 시간과 경로 B를 따라 진행한 빛이 센서에 도달하는 시간은 다를 것이다. 이 시간의 차이는 두 파동의 간섭무늬를 만들 것이고, 이 간섭무늬를 확인하기만 하면 에테르의 존재를 증명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정밀하게 실험을 반복해도 간섭무늬는 생기지 않았다. 마치 두 가닥의 빛이 동일한 시간에 왕복을 마친 것처럼, 나뉜 두 가닥의 빛은 처음 광원을 떠날 때와 동일한 모양으로 합쳐져 있었다. 실험의 완벽한 실패였다. 빛의 속도가 너무 빠르고 실험 장치의 정밀도가 떨어져서 이와 같은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라 의심을 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러나, 이 후로도 다른 과학자들에 의해 정밀도가 높아진 실험 장치를 통하여 유사한 실험이 계속되었으나, 결과는 동일하였다. 에테르의 존재는 발견되지 않았다. 빛은 여느 파동과 달리 매질의 영향을 받지 않고 있는 듯했다. 광원의 운동과 상관없이 관측자에게 동일한 속도로 측정되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관측자가 빛의 진행 방향으로 운동하고 있던, 아니던 그 속도가 동일하다고 결론 지을 수 있었다.
이 실험의 결과를 매우 심각하게 눈여겨보고 있던 한 사람이 있었는데, 그가 바로 네덜란드의 물리학자 로렌츠였다. 그는 빛이 광원의 운동 방향에 관계없이 동일한 속도를 유지하는 이유는 공간이 수축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였다. 빛은 정지해 있는 관측자 A가 측정하여도, A에 대해 운동하고 있는 관측자 B가 측정하여도 동일한 속도를 갖는다는 이 이상한 개념은 마이켈슨-몰리의 실험 결과를 설명하기 위하여 도입되었으나, 후에 아인슈타인에 의해서 상대성 이론의 기틀이 된다. 당시 로렌츠는 에테르의 존재를 부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마이켈슨-몰리의 실험 결과를 설명해야 했다. 그래서 공간 축소의 개념을 도입할 수밖에 없었으며, 절대적 우주라는 패러다임 위에 자신의 논리를 펼쳤다. 하지만 후에 아인슈타인에 이르러 에테르의 존재가 부정되고, 세상은 공간의 수축뿐 아니라 시간과도 얽혀 있는 4차원 시공간이라는 개념이 도입되기에 이른다. 에테르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한 실험이 소기의 목적은 달성하지 못하였으나 시공간의 개념을 뒤바꾸는 역사적 사건이 된 것이다.
빛의 속도가 광원에 따라 변하면 인과율이 깨진다
멀리서 누군가가 나에게 총을 쏜다. 총구를 내가 서있는 방향으로 겨누고 방아쇠를 당긴다. 그러면 화약이 폭발하면서 총알이 나를 향해 날아온다. 분명히 총알이 총구를 빠져나온 사건은 화약이 터진 사건보다 후에 발생해야 한다. 우리는 이를 인과율(Causality)이라고 부른다. 원인과 결과라는 의미로, 원인은 화약의 폭발, 결과는 총알의 운동이다. 원인은 항상 결과보다 시간적으로 이전에 발생해야 한다. 그런데 빛의 속도가 광원의 운동에 따라 다르게 측정된다면 매우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그림. 총알을 본 사건이 화약이 터진 사건보다 앞선다
가령 빛의 속도가 운동하는 광원의 속도에 더해져 측정된다고 가정해 보자. 총알을 눈으로 보는 것은 총알에 반사된 빛을 보는 것이고, 총알을 광원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총알에 반사된 빛은 총알 속도 v에 더해져 c + v 로 측정될 것이다. 화약은 그 자리에서 폭발할 것이므로, 화약이 폭발하는 모습이 내게 전달되는 속도는 빛의 속도 c 이다. 시간(아주 짧은 시간이겠지만)이 흐른 후 우리 눈에 먼저 도착하는 것은 화약이 폭발할 때 반사된 빛이 아니라 총알이 날아올 때 반사된 빛이다. 왜냐하면 총알에서 반사된 빛의 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이다. 우리는 화약이 터지지도 않았는데 발사되는 총알의 모습을 보게 된다. 인과율이 깨진 것이다. 인과율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앞서 세운 가설을 부정해야만 한다. 빛의 속도가 운동하는 광원의 속도에 더해져 측정된다는 가설은 빛의 속도가 운동하는 광원의 속도에 더해지지 않는다로 바뀌어야 한다. 그렇다면 광원이 운동을 하던 운동하지 않던 내가 보는 빛의 속도는 항상 같다는 말이 성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