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상대성이론 - 질량은 에너지이다 (4)
관측자 A와 B가 또 다른 실험을 해본다. 이번에는 우주선 천장에 붙어있던 거울을 떼 내어 우주선 맨 앞에 설치한다. 우주선 바닥에 붙어있던 광원은 우주선의 맨 뒤쪽으로 위치를 옮긴다. 이제 우주선 후미의 광원에서 우주선 맨 앞쪽의 거울로 빛을 발사한다. 이 빛은 거울에 반사되어 다시 광원으로 되돌아간다. A가 우주선 안에서 빛이 왕복한 시간 t0를 잰다. 우주선 안의 A가 측정한 광원에서 거울까지의 거리를 L0라고 하면, t0 = 2L0 / c 이다.
그림. 우주선 이동 방향으로 빛의 왕복 시간 측정
이제, 우주선 밖에 있는 B가 측정할 차례다. 우주선은 B에 대하여 속도 v로 달리고 있으므로, B가 측정한 길이를 L, 빛의 왕복 시간을 t 라고 하면 그 관계식은 다음과 같다.
t = L / (c + v) + L / (c - v)
= 2cL / (c² - v²)
앞에서, 시간 t0와 t 간의 관계를 알아내었으므로 (나와 상대운동을 하는 계의 시간은 느리게 간다) 그 식을 대입하고, t0 = 2L0 / c를 대입하면,
t = t0 / √{1 - (v / c)²}
2cL / (c² - v²) = (2L0 / c) / √{1 - (v / c)²}
L = L0 (c² - v²) / c² / √{1 - (v / c)²}
= L0 √{1 - (v / c)²}
v는 광속에 비하여 작으므로 √{1 - (v / c)²} 값은 항상 1보다 작고, 관찰자에 대해 상대적으로 v의 속도로 움직이는 물체의 길이 L 은 관찰자에 대해 정지해 있을 때 측정한 길이 L0 에 비해 다음과 같이 짧아진다.
L = L0 √{1 - (v / c)²}
= L0 / γ
이는 로렌츠 수축이라 불리고, 이 역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서 자주 인용되는 수식이 된다. 나와 상대 운동을 하는 물체의 길이는 정지하였을 때 잰 길이보다 짧아진다. 운동 속도가 매우 빨라 빛의 속도에 근접하면 그 효과는 매우 커진다. 예를 들어, 정지 길이가 1m 인 막대가 나와 상대속도를 가지며 빛의 속도의 90%로 운동한다고 가정하면, 내가 잰 막대의 길이는 1 x √{1 - (0.9)²} = 0.436m 이다. 막대의 길이가 반 이하로 축소된다. 로렌츠가 마이켈슨-몰리의 실험을 설명하기 위하여 도입한 공간 수축 가설은 아인슈타인에 이르러 하나의 이론으로 정립되기에 이른다.
사실 길이를 정확히 잰다는 것은 매우 힘들다. 이 우주에 불변인 것은 빛의 속도뿐이고 그 무엇보다 더 빠르므로, 이 빛의 속도가 정보를 전달하는 가장 안전한 수단이 된다. 따라서, L0라는 길이를 재고 싶으면, 시작점에서 빛을 쏴, 끝점에 도달하고 되돌아오는 시간을 재면 된다. 시작점과 끝점의 시계를 동시에 정확히 맞추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나에 대하여 상대적으로 정지해 있는 물체의 길이는 L0 = c t0 로 계산이 되는데, 문제는 나에 대하여 일정 속도로 움직이고 있는 물체의 길이이다. 빛의 속도가 일정하기 때문에 위의 계산 과정을 거쳐서 나에 대해서 움직이는 물체의 길이를 재면 L = L0 / γ 의 관계가 성립하는 것이다.
1905년 아인슈타인은 특수상대성 이론을 발표하였다. 아인슈타인은 마이켈슨-몰리의 실험에서 에테르의 존재가 부정된 결과뿐 아니라, 빛의 속도가 일정하다는 사실에 집중하였다. 빛의 속도는 관측자가 정지해 있건, 운동을 하고 있건 모두 동일하게 측정된다는 사실이다. 이 광속 불변의 원리로 인하여 지금까지 뉴튼 역학의 세계관 하에서는 상상도 못 할 일들이 벌어지게 되었다. 길이를 잰다는 것은 길이의 한쪽 끝에서 빛이 출발하여 다른 한쪽 끝에 도달할 때까지 걸린 시간을 측정하여 빛의 속도를 곱하는 작업과 같다. 이 작업을 할 때, 광원에 대하여 정지해 있는 관찰자가 잰 시간과 광원에 대하여 일정 속도로 움직이는 관찰자가 잰 시간이 다르다는 데에서 문제가 생긴다. 이는 빛의 속도가 광원에 대하여 정지해 있는 관찰자에 대해서나 광원에 대하여 일정 속도로 움직이는 관찰자에 대해서나 동일하다는 가정 (즉, 광속 불변의 원리) 때문에 발생한다. 따라서, 관찰자에 대하여 움직이는 물체 A의 길이는 관찰자에 대하여 정지해 있는 물체 A의 길이와 다르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움직이는 물체의 길이는 움직이는 방향으로 축소된다.
쌍둥이의 역설
관측자에 대하여 상대적으로 운동하고 있는 계에서 시간이 천천히 간다는 이론의 모순을 찾아 반박한 논리가 쌍둥이의 역설이다. 같은 나이의 쌍둥이가 지구에 살고 있다. 쌍둥이 중 A는 엄청나게 빠른 우주선을 타고 우주여행을 간다. 쌍둥이 중 B는 지구에 남아 A의 시간을 잰다. A는 B에 대해 상대적으로 매우 빠른 속도로 날아가고 있으므로, B가 본 A의 시계는 느리게 간다. B의 시계로 몇 년이 흐른 후 A가 지구로 복귀한다. B는 A에 비해 훨씬 늙은 모습으로 A를 맞이하게 된다. B의 관점에서 A의 시계는 느리게 갈 것이므로, 언뜻 보아서 위의 상황은 그럴듯하다. 그러나, A의 관점에서 보면 결말은 달라진다. 우주선 안에 있는 A 입장에서는 지구에 있는 B가 자신에 대하여 상대적으로 빠른 속도로 운동을 한다. 그러므로, A가 본 B의 시계가 더 느리게 가야 한다. A가 우주여행을 마치고 지구로 복귀한 뒤 B를 보았을 때는 자신이 더 늙은 모습으로 B를 마주해야 한다. A가 지구를 떠나 우주여행을 한 행위는 동일하나, A 입장에서 보느냐 B 입장에서 보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등속도계를 기준으로 한 특수상대성 이론에서 더 확장되어 가속도계에서 시공간의 변화를 설명할 수 있는 일반 상대성이론은 쌍둥이의 역설을 잘 설명할 수 있다. 일반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더 큰 가속도를 경험하고 있는 관찰자의 시간이 더 느리게 간다. 그렇다고 특수 상대성이론이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다. 서로 상대적 등속도 운동을 하는 A와 B의 입장에서는 쌍둥이의 역설이 맞는 듯하다. 그러나, 우주선을 타고 떠난 A는 지구로 되돌아오는 과정에서 매우 큰 가속도를 경험하게 된다. A가 지구를 떠날 때 엄청나게 빠른 속도를 내려면 정지 이후 최종 속도에 도달하기까지 매우 큰 가속도를 경험해야 한다. 또, 멀리 우주여행을 떠난 후 지구로 되돌아오는 과정에서 속도를 줄이던, 방향을 바꾸던 역시 가속도를 경험해야 하는 것이다 (앞 서 원운동에서 설명하였듯이 방향을 바꾸는 운동 역시 가속도 운동이다). 따라서, A만이 가속도를 경험하게 되고, A의 시간이 B의 시간보다 더 느리게 가게 된다.
9.8 m/s² 의 크기로 가속되고 있는 우주선 안의 사람과 지구 표면에 있는 사람이 느끼는 중력은 동일하고, 물리적으로 두 공간의 차이를 설명할 방법은 없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더 큰 중력의 영향 하에 있는 공간에서 시간이 더 느리게 간다. 지구 표면에서 미세하기는 하지만 높이에 따라 중력이 달라진다. 저층 아파트에 살고 있는 사람의 시계는 고층에 살고 있는 사람에 비해 천천히 간다. 조금이라도 더 오래 살고 싶은 사람의 욕망을 기반으로 한다면 저층 아파트가 고층 아파트보다 비싸야 하는 것이 맞다.
일반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중력의 실체는 시공간의 휨이다. 질량은 그 크기에 상관없이 공간을 휘게 만들고, 휘어진 공간만큼 시간이 느리게 흐르도록 한다. 1919년 영국의 천문학자 아서 에딩턴은 아프리카 프린시페 섬에서 개기 일식을 관측한다. 에딩턴이 주목했던 것은 일식 자체가 아니라, 일식으로 인해 태양 주변의 별들을 관측할 수 있는 것이었다. 태양 주위 공간의 굴곡으로 인하여 태양 뒤편에 위치해 보이지 않아야 하는 별이 보이게 되었던 것이다. 이는 태양의 중력에 의해 태양 주변 공간이 휘고, 그 휜 공간을 따라 직진하는 빛을 관측한 첫 사례가 되었으며,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을 증명한 역사적 실험이 되었다.
그림. 태양 주변 공간의 휨과 별의 위치
이 책에서는 어려운 일반상대성 이론을 자세히 언급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 이론의 핵심인 아인슈타인의 장(Field) 방정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위상기하학 및 텐서 역학을 포함한 고등수학을 이해하여야 한다. 아인슈타인은 일반상대성이론에서 중력을 공간의 기하학적 휨으로 설명하였고, 그 기하학적 변형을 수식으로 나타내었다. 수학에 자신이 있는 사람은 다른 참고 서적을 구매하여 끝까지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 보도록.
우리가 상대성이론을 직관적으로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
뉴튼 역학은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견 중에 하나다. 아이작 뉴튼이 프린키피아를 발표하였을 때, 사람들은 충격을 받았다. 가설과 추측에는 개연성이 있었고, 수학적 해석에는 명확함이 있었다. 우주의 만물은 뉴튼이 만들어 놓은 법칙을 따라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다. 그 이유는 뉴튼이 적용한 물리 법칙은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범위 안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 시절 지구상에서 경험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물체는 총알이 아니었을까 한다 (빛은 당시의 기술로는 측정 불가한 감히 범접할 수 없을 정도의 빠르기를 가지고 있어서 빛의 속도는 인간의 경험 안에 존재하지 않는다). 총알은 대략 400 m/s의 속도로 날아간다. 총알보다 훨씬 더 빠른 것은 지구의 공전 속도이다. 지구는 평균 약 30 km/s의 속도로 태양 주위를 돌고 있다. 사실 지구의 공전 속도를 빠르다고 느끼는 사람은 없다. 왜냐하면 지구 위의 사람들은 지구와 같은 속도로 지구와 함께 태양 주위를 공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구의 평균 공전 속도를 계산하기 위해서는 지구에서 태양까지의 평균 거리를 알면 된다 (실제로 지구는 태양 주위를 타원형으로 돌고 있다). 태양까지의 거리를 구하려면 지구상의 서로 멀리 떨어진 위치에서 동시에 태양을 바라보는 각도를 측정하면 된다. 그다음은 삼각함수 공식을 적용하여 태양까지의 거리를 간단히 구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측정은 완전히 정적인 측정이다. 스피드건이나 다른 어떤 속도 측정계가 동원되지 않는다. 공전으로만 본다면 지구 표면과 사람들 사이의 상대 속도는 0 이다. 사람들이 총알이 빠르다고 느끼는 이유는 지구 표면과의 상대 속도가 400 m/s나 되기 때문이다. 암튼 뉴튼 역학으로 빠른 총알뿐 아니라 총알보다 더 빠른 지구의 운동을 기술하고 예측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빠른 지구의 공전 속도도 빛의 속도의 만 분의 1에 불과하다.
빛 속도의 만 분의 1 정도의 속도로는 상대성이론에서 나오는 시공간의 변화, 즉 시간의 지연이나 길이의 수축이 인지되지 못한다. 그 크기가 너무 작기 때문이다. 앞서 유도한 시간 지연 식에 v = c / 10000 을 대입해 보자.
t' = t / √{1 - (v / c)²}
= t / √{1 - (1 / 10000)²}
= 1.000000005 t
지구에 있는 관찰자가 느끼는 지구의 시간보다 태양의 시간이 십억 분의 5 시간만큼 지연된다. 십억 분의 5시간은 실제로 체감할 수도 없고 측정할 수도 없다. 또, 길이 수축 식에 v = c / 10000 을 대입해 보면,
L' = L √{1 - (v / c)²}
= 0.999999995 L
지구에 있는 관찰자가 1 m의 막대기를 가지고 있고, 그 막대기를 태양으로 보낸 다음 지구에서 다시 길이를 잰다면 태양에 대하여 상대적으로 공전 속도를 가지는 지구에서는 십억 분의 5m 만큼 작게 측정될 것이다. 십억 분의 5m도 체감할 수 없는 길이임에는 틀림이 없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강력한 중력장 내에 있는 물체는 시간의 지연과 길이의 수축이 발생한다. 그러나 여기서는 특수상대성 이론만을 다루므로 이 효과는 무시하기로 한다).
이렇게 우리 주변에서는 시간의 지연이나 길이의 수축을 체험할 수 있는 경우가 거의 없다. 최근에 와서야 우주에서 지구로 쏟아지는 우주선 (cosmic ray)의 한 종류인 뮤온 입자의 운동을 통하여 시간 지연의 효과가 검증된 사례가 있다. 뮤온 입자의 이론 상 수명으로 계산된 이동 거리는 200 ~ 300m 정도인데, 대기권에서 발생한 뮤온 입자가 지표에서 관측이 된다. 이는 광속의 99.97%의 속도로 이동하는 뮤온 입자를 상대적으로 정지해 있는 지표에서 관측하면 시간 지연으로 인해 수명이 늘어나 보이게 되기 때문이다.
t' = t / √{1 - (0.9997c / c)²}
= t / 0.0245
= 40.8 t
빛의 99.97%의 속도로 이동하는 관성계를 바라보는 우리는 그 계의 시간이 우리의 시간보다 40.8배 느리게 가는 것처럼 보인다. 뮤온 입자와 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사람이 볼 때 뮤온 입자가 생존해 있는 시간 동안 300m를 간다고 하면, 우리가 지구에서 보는 뮤온 입자의 생존 시간은 40.8배 증가하여 300m x 40.8 = 12,240m 까지 이동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것이 뮤온 입자가 지표 근처에서 발견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