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상대성이론 - 질량은 에너지이다 (5)
이제 조금 더 나아가 운동량에 대하여 고찰해 보자. 운동량 보존과 에너지 보존 법칙에 상대성이론을 적용하면 그 유명한 E = m c² 의 식 즉, 에너지-질량 등가식을 얻을 수 있다. 원자폭탄의 이론적 배경이 되었다는, 매우 유명한 식이다. 지금부터 차근차근 그 위대한 결론에 도달하는 여정을 함께 해 보자.
그림. 운동량 보존 (탄성체 간의 충돌과 비탄성체 간의 충돌)
운동량이란 질량과 속도의 곱을 말한다. 동일한 속도로 달리는 승용차와 트럭 중 트럭의 운동량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또, 서로 다른 속도로 달리는 같은 승용차 중에서는 빠른 쪽의 운동량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물체의 운동량은 외부에서 힘이 가해진 시간에 비례하여 커진다. 정지해 있는 물체에 힘을 가하면 가속도가 생긴다. 속도가 0에서부터 점점 커진다. 일정 시간 후에 힘을 단절시키면, 그 물체는 그때까지 얻은 속도로 계속 운동하려 할 것이다. 이 운동량은 외부에서 또 다른 힘의 개입이 없다면, 영원히 유지된다. 닫힌 계에서는 에너지도 보존이 되지만, 운동량도 보존이 된다. 외부에서 가해지는 힘이 없다면 시간에 따라 운동량이 달라지면 안 되는 것이다. 탄성체들 간의 충돌에서는 분명히 운동량이 보존된다 (근사한 예로 당구공을 들 수 있다). 일정 속도로 충돌한 두 당구공은 처음과 같은 속도로 튕겨나간다. 또, 찰흙 같은 비탄성체들 간의 충돌에서도 총운동량은 보존된다. 운동량이 벡터의 개념이라는 것에 주의하면, 충돌 전 모든 운동량의 합은 충돌 후 모든 운동량의 합과 같다. 단지, 진공과 같은 매우 이상적인 상황에서 보존 법칙이 성립한다. 실제로는 공기의 저항 등으로 속도가 유지될 수 없다. 공기 저항에 의한 마찰력은 분명 외부에서 작용하는 힘이므로 운동량을 보존시키지 못한다. 또한, "딱"하고 소리가 난다는 것은 충돌 시 에너지의 일부가 공기를 매개로 한 파동을 만드는 데 사용되었다는 증거이다. 이때에는 충돌체의 운동량의 일부가 주변 공기 분자의 운동량으로 전이된 것이다. 그래서 공기 분자들까지 포함하면 총운동량은 변하지 않는다. 고립계에서 한 번 운동량이 생성되면 외부에서 힘이 전달되지 않는 한 이 운동량은 소멸되지 않고 변하지 않는다. 우리는 외부에서 작용하는 힘의 영향이 없는 이상적인 상황에서 사고실험을 이어갈 것이다.
서론이 길지만, 지금부터 논의되어 도달할 결론의 무게감을 생각하면, 조금 더 뜸을 들여도 괜찮을 것 같다. 우리가 지금까지 말하던 운동량 보존은 나와 상대운동이 없는 계 사이에서 쉽게 도출될 수 있는 결론이다. 그러나, 나와 상대 속도를 가진 움직이는 계를 포함하면 운동량이 어떻게 되는지 아직 모른다. 왜냐하면 상대성이론에 의하면 나와 상대 속도를 가진 움직이는 계의 시간은 천천히 흐르기 때문이다. 속도가 느려진다는 말이다. 운동량은 속도와 관계있으므로, 분명히 운동량에 영향을 줄 것이다. 우리는 이 부분이 운동량 보존 법칙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살펴봐야 하고, 이로 인하여 도출될 어마어마한 결론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를 해야만 한다.
공항 터미널에 설치된 무빙워크를 한 번 생각해 보자. A는 건물에 대해 정지해 있는 복도에 서있고, B는 A에 대해 오른쪽으로 움직이는 무빙워크 위에 서 있다. 이때 A와 B의 상대속도는 v이다. A와 B는 서로 마주 보는 방향으로 서 있으며, 각자 손에 공을 하나씩 들고 있다. 우리는 운동량이 보존되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하기 때문에 편의상 공기의 저항 따위는 없는 것으로 가정하자. 중력이 없는 공간이라는 가정도 필수이다 (어차피 특수상대성 이론에서는 중력을 생각하지 않는다). 중력이 없으므로 A와 B는 각각 복도 바닥과 무빙워크 바닥에 발을 고정할 장치도 마련해 두었다.
그림. 복도에 서있는 관측자 A와 무빙워크에 서 있는 관측자 B
A와 B는 서로 들고 있는 공을 상대의 방향으로 던져 상대로부터 날아오는 공을 정확히 맞힌 다음 충돌 후 튕겨서 다시 되돌아오는 자신의 공을 받아야 한다는 미션을 부여받았다. 마침 A와 B는 쌍둥이이고 팔 힘이 동일하여 공을 던지는 속도도 동일하다. 이 부분이 매우 중요한데, A와 B는 정확히 동일한 팔 힘을 사용하여 정확히 동일한 속도로 정확히 동일한 질량의 두 공을 서로에게 던진다. 우선 정지해 있는 무빙워크에서 서로 동일한 힘으로 던지는 것을 연습했다. 다시 말하면, 두 쌍둥이가 던진 두 공의 운동량은 동일하다. 이 쌍둥이는 매일 피나는 연습을 거듭하였고, 움직이는 무빙워크에서도 어떤 시점에서 어떤 속도로 손에 있는 공을 던지면 상대의 공과 정확히 충돌하여 다시 내 손으로 돌아오는 지를 알아냈다. 오랜 시간 동안의 훈련 과정을 거쳐 마침내 실험과 측정의 시간이 다가왔다.
그림. 서로에 대해 운동하는 계 안의 운동량
a) A가 관측한 두 공의 운동량
b) B가 관측한 두 공의 운동량
A가 보기에 멀리서 B가 점점 접근해 오고 있었다. A는 그동안 연습한 대로 B가 어느 지점에 이르자 손에 있던 공을 앞으로 던졌다. B도 공을 던지는 것 같았다. 두 공은 정확히 중간 지점에서 충돌한 후 다시 각자의 손으로 돌아갔다. 실험은 매우 성공적이었다. 이때 A는 자신이 던진 공의 속도와 B가 던진 공의 속도를 측정하고 있었다. 또한, 공을 던진 지점부터 공이 충돌한 지점까지의 거리, 그리고 공을 던진 시점에서 공이 충돌한 시점 사이의 시간도 재고 있었다.
우리는 이제부터 운동량을 벡터 분해하여, A와 B가 공을 던지는 방향 즉 y 방향에만 주목할 것이다. A가 보았을 때 x 방향 운동량은 B가 자신에 대해서 v의 속도로 움직이고 있으므로 공 B의 운동량만 관측할 수 있다. A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공 A를 오직 y 방향으로만 던지므로 공 A의 x 방향 운동량은 0이다. A와 B의 관점 모두에서 이 후로 언급되는 운동량은 모두 y 방향의 운동량이라는 것을 기억해 두자.
A의 관점에서 본 공 A의 y 방향 운동량은 P_A = m_A x v_A 이며, 공이 A의 손을 떠나 상대의 공과 충돌 할 때까지 진행한 거리는 L이다. 이때까지 걸린 시간은 A가 쟀을 때 t0 = L / v_A 이다. 지금까지의 측정과 계산은 아무 문제가 없다. 모두 A 관성계 내에서 측정한 값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A 입장에서 B가 던진 공에 대해 측정할 때 문제가 생긴다. 왜냐하면, 앞서 논의했듯이 A에 대해 상대적으로 움직이는 B 관성계에서 벌어지는 일들의 시간이 느리게 가기 때문이다. B가 보기에 자신이 던진 공이 충돌할 때까지 걸린 시간은 t0이다. A와 동일한 순간 동일한 속도로 던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A가 보기에 공 B가 v_B의 속도로 동일한 거리 L을 이동할 때 걸린 시간은 t = γ t0 이다. 따라서 γ t0 = L / v_B 가 된다. (거리 L은 그 길이 방향으로 상대속도가 없으므로 길이 수축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v_A와 v_B의 관계를 알아보기 위해 t0 = L / v_A 를 이 식에 대입하면,
γ (L / v_A) = L / v_B
v_B = v_A / γ
A가 본 공 B의 속도 v_B 는 위 식처럼 느려지게 된다 (γ는 항상 1보다 크므로).
v_B는 B가 본 속도가 아니라, A가 본 공 B의 속도라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애초에 A가 공 A에 준 운동량과 B가 공 B에 준 y 방향 운동량이 같다고 하였으므로, 다음 식이 유도된다. 여기서 두 공의 질량이 동일하다고 하였는데, 이 것을 m_A와 m_B 같이 서로 다른 기호로 표현하는 이유가 곧 밝혀지게 된다.
P_A = m_A x v_A
P_B = m_B x v_B
P_A = P_B 에서,
m_A x v_A = m_B x v_B
앞에서 v_A는 분명 상대론적 시간지연에 따라 v_B와 다르다고 하였으므로, m_A는 m_B와 같으면 안 된다.
위에서 유도한 v_A와 v_B 사이의 관계식을 대입하면,
m_A x v_A = m_B x v_A / γ
m_B = γ m_A = m_A / √(1 - v² / c²)
A가 측정한 공 A의 질량과 A가 측정한 공 B의 질량이 다르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나와 상대 속도를 가진 계에서 시간이 느리게 가고, 속도가 느려지는 상황에서 운동량이 같게 유지되려면 질량이 증가해야 한다. 이 것이 나와 상대적으로 운동하는 물체의 질량이 증가한다는 논리의 핵심이다.
지금까지는 A의 입장에서 모든 측정을 하였다.
이제, B의 관점에서 관측을 해 본다. 이때 B가 본 공 B의 운동량은 P_B = m_B x v_B, 공 A의 운동량은 P_A = m_A x v_A 이다. 모든 것은 A가 관측했던 행위와 동일하게 진행된다. 즉, 위 수식에서 Index A를 B, B를 A로 바꾸면 된다. 마찬가지 방법으로 계산해 보면,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을 수 있다.
m_A = γ m_B = m_B / √(1 - v² / c²)
일반적으로, 정지 질량 m0인 물체가 속도 v로 이동하면, 그 상대론적 질량은 다음과 같이 측정된다.
m = m0 / √(1 - v² / c²)
나에 대하여 상대 속도를 가지고 움직이는 물체는 나에 대하여 정지해 있을 때에 비하여 질량이 증가하는 것처럼 보인다. 관성계에서는 운동량이 보존되어야 하는데, 앞서 설명한 시간 지연 효과에 의하여 운동하는 물체의 속도가 느려지므로 운동량 보존을 위하여 질량이 증가해야만 한다. 다만, 빛의 속도에 비하여 매우 느린 속도로 움직이는 물체에 대해서는 그 효과가 작기 때문에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느끼지 못하는 것뿐이다. 초음속 제트기가 마하 1의 속도로 날고 있다고 하자. 이 속도는 음파의 속도와 동일한 360 m/s이며, 0.36 km/s이다. 이는 빛의 속도의 0.00012%에 불과하다.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속도에 해당하는 초음속 제트기조차 빛의 속도에 비하면 매우 느린 것이다.
만약, 정지해 있을 때 질량이 m0인 물체가 광속의 50% (약 15만 km/s)로 날아가고 있다고 해보자. 그러면, 운동 중인 이 물체의 질량은
m = m0 / √(1 - 0.5²) = 1.15 m0
즉, 정지해 있을 때보다 질량이 15% 증가한 것으로 측정된다. 이 정도면 우리는 질량의 증가를 체험할 수 있다. 속도를 더 높여 광속으로 보내면, 질량은 무한대로 증가하게 된다. 이 우주에서 질량을 가진 물체는 빛의 속도를 넘어설 수 없다. 빛의 속도 근처로 가속하면 질량이 무한대로 증가하여 속도를 올리기 위해 투입되는 에너지도 무한대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빛의 속도를 넘어서는 물체 또는 입자가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