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의 꽃, 증명 (1)

명제와 공리, 그리고 정의

by Neutron

수학에서는 하나의 명제가 왜 그런지 남을 설득해야 한다. 명제란 참과 거짓을 판단할 수 있는 문장이다. 예를 들어, ‘이 꽃은 아름답다.’라는 문장이 있다. 당신은 이 문장의 참과 거짓을 판단할 수 있는가? 어떤 사람이 보기에 이 꽃은 아름다울 수 있지만, 어떤 사람이 보기에는 이 꽃이 아름답지 못하다고 느낄 수 있다. 이런 주관적인 감각에 의존하는 문장은 명제라고 부를 수 없다. 반면에, ‘인간은 산소가 없으면 반드시 죽는다.’라는 문장은 참과 거짓을 바로 판단할 수 있다. 생물학적으로 인간의 생명 활동은 산소와 밀접한 관계가 있고, 산소로 인해 호흡을 하며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이 문장은 참이다. 따라서 이 문장은 명제이다.


명제가 참이라는 것을 주장하려면 증명을 해야 한다. ‘이 꽃이 아름답다.’는 문장은 증명할 수 없지만 ‘인간은 산소가 없으면 반드시 죽는다.’라는 문장은 증명 가능하다. 산소의 호흡이 피에 전달되고 뇌에 전달되는 일련의 생물학적, 의학적 메커니즘에 의해 증명된다. 이성적이고 과학적인 문장은 증명 가능하다.


또, 증명을 위해서는 그 증명에 사용되는 모든 언어가 명확하고 객관적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 삼각형의 내각의 합은 왜 180도입니까? 라는 질문을 받았다고 하자. 우리는 '삼각형의 내각의 합은 180도이다'라는 명제를 증명해야 한다. 삼각형이 세 개의 변과 세 개의 각도를 갖는 도형이라고 얼핏 알고 있지만, 이것은 삼각형의 정의로 충분하지 않다. 세 개의 변 중 하나가 곡선이라면 이것을 삼각형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삼각형을 비롯하여 수학에 쓰이는 단어들의 정확한 정의와 의미를 확실히 해 두어야 주어진 명제를 증명할 수 있다. 여기서 우선 명확히 정의되어야 하는 단어는 삼각형, 각도, 내각이다. 삼각형을 보다 명확히 정의하면 길이가 유한한 직선 3개를 사용하여 각 끝점들을 연결하여 만든 도형이다.


그러면, 또 직선은 무엇인가? 직선은 구불어지지 않고 곧게 뻗은 선이다. 두 점 사이를 잇는 최단 경로이다. 특별히 길이가 유한한 직선을 선분이라고 한다. 그러면 선은 무엇인가? 선은 무수히 많은 점들의 집합이다. 그러면 점은? 점은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위치 정보를 갖지만 그 부피가 없는 것. 또는 더 이상 쪼개어지지 않는 것. 부분이 없는 것. 이것이 점이다. 그렇다면 부피가 0인 것들의 무한한 집합이 선이라는 말인데, 우리가 배운 지식을 동원하면 부피가 없는 것들을 아무리 많이 모아 놓아도 그 부피는 0이다. 다른 말로 숫자 0에 그 어떠한 것을 곱해도 0이 된다. 우리의 상식으로는 점들을 아무리 많이 합쳐놓아도 애초에 선이라는 것을 만들 수 없다.


이렇게 이유를, 근거를 파고 파고 들어가면 어찌해야 할지 모를 상황에 처하게 된다. 우리는 점과 선의 관계에 대한 정의를 새로 만들어야 할 필요를 느끼게 된다. 새로운 정의는 '점은 부피가 없지만 선의 모든 부분을 꽉 채우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 것을 더 깊이 이해하려고 하면 안 된다. 이 명제가 거짓이면 수학이라는 학문 자체가 무너진다. 왜냐하면, 이 명제는 실수(Real Number)의 연속성과도 연결이 되어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해 못 할 정의 하나 때문에 수학 전체를 부정하는 우를 범할 필요는 없다. 그냥 그러려니 해야 한다. 이성적으로 ’그냥 그러려니‘ 해야 하는 것을 ‘공리’라고 부른다.


수학은 공리에서 출발한다. 점은 부피는 없지만 선의 모든 부분을 차지한다는 공리와 떨어진 두 점을 연결하면 선이 된다는 공리에서 직선의 개념을 도출할 수 있고, 도형을 정의할 수 있다. 2차원 도형은 삼각형, 사각형, 오각형, 육각형 등 모든 도형이 정의 가능하다. 또, 우리가 직선은 점의 집합이라는 공리를 받아들이는 순간 도형은 변과 꼭짓점을 가질 수 있다. 이렇게 삼각형은 세 개의 변과 세 개의 꼭짓점으로 이루어진 도형이다. 세 개의 변과 세 개의 꼭짓점을 갖는 도형은 반드시 세 개의 내각을 가진다. 네 개의 변과 네 개의 꼭짓점을 갖는 도형은 반드시 네 개의 내각을 가진다. 다섯 개의 변과 다섯 개의 꼭짓점을 갖는 도형은 반드시 다섯 개의 내각을 가진다. 이런 식으로 계속 확장하다 보면 ‘n 개의 변과 n 개의 꼭짓점을 갖는 도형은 반드시 n 개의 내각을 갖는다.’는 명제로 귀결된다. 이런 방식의 추론을 수학적 귀납법이라고 한다.


다시 삼각형으로 돌아가서, 세 내각의 합이 180도라는 것을 증명하려면, 우선 각도가 무엇인지 각도의 정의부터 알아야 한다. 하나의 중점 O에서 A까지 선분을 긋고, 이 선분을 중점 O를 중심으로 회전시킨다. 그러면 점 A가 그리는 궤적은 원이 된다. 점 A가 처음 위치에서 약간 옮겨간 위치를 A’라고 하면, 선분 OA와 선분 OA’ 사이에 각도가 생긴다. 이 각도는 0에서부터 점점 커져 선분 OA’가 선분 OA의 위치로 올 때 최대 각도를 만든다. 이 최대가 되는 각도를 우리는 360도로 정의하였다. 360이라는 숫자는 수학에서는 별 의미가 없다. 이 숫자가 100이어도, 200이어도 수학의 근본은 바뀌지 않는다. 그냥 한 바퀴 회전하는 각도는 360도이다라고 정의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각도를 360 등분하면 1도가 된다. 이 정의에 따르면 직각은 90도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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