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태진 Nov 28. 2024

물리학으로 바라보는 세상

고전역학 - 미래는 예측 가능하다 (3)

고전 역학의 가상 실험 (Virtual Experiment)


무거운 것과 가벼운 것을 같은 높이에서 동시에 떨어뜨린다면, 뭐가 먼저 땅에 닿을까 (단, 진공 상태에서)? 이 문제를 놓고 누구나 한 번쯤은 곰곰이 생각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물리학적인 지식이 있거나, 고등 교육을 받았던 사람 중에도, 이 결과의 이유에 대하여 명쾌한 답과 이유를 말해 줄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고등학교에서 배운 물리학 책에 일정 높이에서 자유낙하 하는 물체의 시간 t 후의 속도를 구하는 식이 있다. 이 식에는 질량도 없고, 부피도 없다. 속도 v는 시간 t만의 함수이다. 진공 상태에서는 어떤 질량을 가지는 물체도, 어떤 부피를 가지는 물체도 시간에 따라 같은 속도로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일정 시간 동안 떨어진 거리 h를 구하는 식도 있는데, 여기에도 질량과 부피에 관한 변수는 없다.

중력가속도 g가 포함되기는 하지만, 질량이 다르고, 부피가 다른 두 물체가 시간 t 후에도 동일한 속도가 된다는 것에 대한 의구심은 우리가 진공 하에서의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에 드는 느낌일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가상 실험으로 우리는 이 현상이 한없이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우리는 이 문제를 뉴튼역학의 관점에서 차근차근 풀어가 볼 것이다.

그림. 서로 다른 질량의 물체가 낙하한다


일단, 무거운 물체와 가벼운 물체가 동일한 위치에서 자유낙하를 하였을 때 세울 수 있는 가설은 3가지밖에 없다. 첫째, 무거운 물체가 먼저 떨어진다. 둘째, 가벼운 물체가 먼저 떨어진다. 셋째, 둘이 동시에 떨어진다. 먼저 무거운 물체가 땅에 먼저 닿는다고 가정해 보자. 이 가설이 맞는다고 가정하면, 만약 두 물체를 끈으로 연결하였을 때 무거운 물체가 땅에 떨어지는 시간은 무거운 물체를 독립적으로 떨어뜨렸을 때 보다 더 걸릴 것이다. 왜냐하면 가벼운 물체가 무거운 물체의 낙하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가벼운 물체를 하나 더 끈으로 연결하면 무거운 물체의 낙하 시간은 조금 더 늘어날 것이다.

이제 끈이라는 매개체를 없애고, 무거운 물체 하나를 반으로 쪼개보자. 그러나 실제로 쪼개는 것이 아니라 상상에서 쪼갠 다음 접착제로 감쪽같이 붙여 놓는 것이다. 그럼 원래의 무거운 물체와 다르지 않지만 낙하 시간이 더 늘어나게 되는 기이한 현상을 경험하게 된다. 더 나아가 반으로 쪼개는 것이 아니라 분자 단위로 쪼개었다고 가정하면 (상상으로만 쪼개고 다시 접착제로 예쁘게 붙여놨다고 가정하면), 너무 가벼워진 물체들의 집합은 매우 천천히 낙하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앞서 세운 무거운 물체가 가벼운 물체보다 먼저 떨어진다는 가설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이 가설을 제외하면 두 개의 잔여 가설만이 남는다. 하나는 가벼운 물체가 먼저 떨어진다는 가설과, 물체의 무게에 관계없이 동일하게 떨어진다는 가설이다. 전자의 경우도 마찬가지 사고 실험을 통하여 참 거짓을 밝힐 수 있다. 만약 가벼운 물체가 무거운 물체보다 먼저 떨어진다고 가정해 보자. 두 개의 동일한 무게를 가진 물체에서 한쪽만 반으로 쪼갠 후 접착제로 예쁘게 붙여놨다면 이 붙여놓은 물체는 무게가 반으로 줄어든 물체의 집합이므로 당연히 원래 물체보다 먼저 떨어져야 한다. 하지만, 상상에서만 쪼개었기 때문에 사실 두 물체는 완전히 동일한 무게를 가진 물체이다. 이로써 전자의 가설도 틀렸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살아남은 가설은 서로 다른 무게를 가진 두 물체가 동시에 떨어진다는 것이고, 우리는 이를 사실로 믿고 있다. 몇 백 년 전에 갈릴레이가 이 사고 실험을 할 수 있었다면 힘들여 피사의 탑 위로 올라가는 일 따위는 없었을 것이다.

그림. 서로 다른 질량을 묶으면? 반으로 쪼개었다 붙이면?



낙하 현상을 설명하는 방정식에는 질량이 없다


물체의 낙하 시간을 알아내기 위하여 가속도 운동을 하는 물체의 시간과 거리에 대한 관계를 알아야 한다. 낙하하는 물체는 중력에 의하여 중력가속도를 가지게 되기 때문이다.

그림. 속도와 시간의 그래프

a) 등속 운동     b) 등가속 운동


등속 운동을 하는 물체의 이동 거리와 시간의 관계는 다음과 같다.


s = v t


여기서, s는 이동 거리, v는 물체의 속도, t는 이동하는 데 걸린 시간이다. 그래프 a)에서 빗금 친 하부 사각형의 면적과 동일하다.

그렇다면 등가속도 운동을 하는 물체에 대한 관계식은 어떻게 만들어 질까? 그래프 b)에서 보듯 속도가 시간에 따라 증가하며, 이동 거리는 빗금 친 하부 삼각형의 면적과 동일하다.


s = 1/2 v t


여기서, v는 물체가 지면에 닿을 때의 최종 속도이다.

가속도는 속도의 시간에 대한 미분 개념이고, 가속도가 일정하다고 하면 a = v / t 로 표현할 수 있다. 이 식을 v에 대해 정리하면,


v = a t


이 식을 위에 대입하면,


s = 1/2 a t² 이 된다.


만약, 가속도의 크기가 중력가속도 g와 같고, 이동 거리가 낙하 높이와 같다면, 다음의 식으로 쓸 수 있다.


h = 1/2 g t²


이 식을 시간 t에 대해 정리하면 정해진 높이에서 자유낙하 하는 물체가 땅에 떨어질 때까지 걸린 시간을 얻을 수 있다.

실제로 질량 m의 물체가 지면으로부터 h인 높이에서 자유낙하를 한다고 가정할 경우, 진공 상태에서 지면에 닿을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다음과 같다.


t = √(2 h / g)    


여기서, g는 중력가속도이다. 이 방정식은 가속도 운동을 하는 물체의 거리와 시간과의 관계식에서 유도될 수 있으며, 여기에는 질량에 대한 아무런 정보가 없다. 즉, 질량에 관계없이 성립하는 식이라는 뜻이다.

지구 위에서 자유낙하하고 있는 서로 다른 질량을 가진 두 물체에 작용하는 가속도가 동일하다는 것을 알아보기 위하여 만유인력의 법칙을 이용해 보자. 만유인력의 법칙은 아래 식과 같다.


                            F = G (m M / r²)


여기서, F는 만유인력, G는 만유인력상수, m은 자유낙하 하는 물체의 질량, M은 지구의 질량, r은 지구 중심에서 물체의 질량 중심까지의 거리이다. 지구의 크기에 비하여 자유낙하 하는 높이가 매우 작으므로, r은 단순이 지구 반지름 R이라고 여겨도 된다. 서로 다른 질량을 가진 물체를 지구 표면으로 낙하시킬 때, 질량 m1, m2에 각각 지구와의 만유인력이 작용한다고 하면, 아래 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


F1 = G (m1 M / R²),   F2 = G (m2 M / R²)


또, 이 힘에 의해 m1, m2가 각각 다른 가속도 운동을 한다고 가정하고, 이 가정이 맞는지 틀리는지 검증해 보자.


            G (m1 M / R²) = m1 a1,    G (m2 M / R²) = m2 a2


이 식들을 각각 정리하면,


            G (M / R²) = a1

            G (M / R²) = a2


이 되고, a1은 a2와 같아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또한 이 값은 중력가속도와 같다.


           a1 = a2 = g (중력가속도)


a1과 a2는 같은 값을 가져야 하며, 서로 다른 질량을 가지는 물체 m1과 m2에 작용하는 가속도가 동일하다는 것을 의미하며, 우리는 이 것을 중력가속도라 부른다.

정리하면, 지구는 각각 다른 질량을 가지는 물체를 각각 다른 힘으로 당긴다. 당기는 힘은 질량에 비례하고, 그렇기 때문에 가속도는 일정하게 되는 것이다. 두 물체에 작용하는 가속도가 일정하기 때문에 추가 외력이 없다면, 두 물체는 동일 시간에 동일한 속도를 내며, 동일 거리를 낙하한다. 바로 지면에 동시에 떨어지게 된다.



아인슈타인의 중력에서도 동시낙하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아인슈타인은 일반상대성 이론에서 중력과 가속도계를 구분할 수 없다고 말한다. 아무런 힘이 작용하지 않는 우주 공간 안에 엘리베이터 모양의 상자를 놓고, 관측자 A가 그 안에 들어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그림. 중력과 가속도계


상자 밖에 있는 관측자 B가 보면 엘리베이터 모양의 상자가 우주 공간에 떠있다고 말할 수 있겠으나, 그 상자 안에 들어가 있는 A의 입장에서는 자기가 엘리베이 터 안에 갇혀 있는 것은 확실한데 여기가 서울인지 우주 끝 어디인지 가늠이 되지 않을 것이다. 단지 몸이 둥둥 떠 있고 중력이 없는 것으로 보아, 지구는 아닐 것이라고 막연하게 믿는다. 자신의 몸을 비롯하여 자신이 들고 다니던 노트와 연필 등이 함께 둥둥 떠있다.

A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 B는 강한 끈으로 이 상자를 우주선에 매달았다. 그리고 우주선을 g의 가속도로 움직이게 했다. B가 보기에 상자는 가속도 g로 운동하는 물체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상자 안에 갇혀있는 A는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갑자기 중력이 생겨났고, 자신을 포함해 둥둥 떠있던 모든 물체들이 일시에 엘리베이터 바닥으로 자유낙하를 했다. 동일 위치에 있던 물체들은 동일 시간에 동시에 바닥에 닿았다. 낙하 가속도는 g이므로, A는 여기가 지구인 줄 착각하고 있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우주 공간에서 가속도 g로 이동하는 물체 안에서 느끼는 모든 물리적 현상은 중력가속도 g인 지구상에서 느끼는 물리적 현상과 구분할 수 없다. 두 중력 (질량 중력과 관성 중력)은 동일한 물리량이다. 엘리베이터 안에 있던 A가 경험한 자유낙하 시 모든 물체가 동시에 바닥으로 떨어지는 현상은 지구에서의 현상과 동일하다. 따라서, 지구상의 모든 물체는 동시에 떨어질 수밖에 없다.

B가 볼 때 상자 안의 물체들은 가만히 있는데 상자 바닥이 물체들을 향해 달려드는 것처럼 보인다. 동일 위치에 있던 물체들이 상자 바닥에 동시에 닿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다.


우리는 앞으로 가상 실험을 자주 하게 될 것이다. 사고 실험이라고도 불리는 이 실험에서 빛과 시공간에 대한 고찰을 하게 된다.



작가의 이전글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