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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렛대로 지구를 움직일 수 있을까

아르키메데스의 상상

by Neutron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이자 수학자, 물리학자였던 아르키메데스는 '나에게 긴 지렛대와 튼튼한 받침대를 주면 지구를 들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지구를 지렛대로 움직이려면 지구 밖 어딘가에 받침대를 고정시켜야 하는데 지구 밖은 허공이라 불가능하다. 아르키메데스의 말은 지렛대의 위력이 그 정도로 대단하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꼭 지구를 움직이는 일이 아니어도 인류가 문명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지렛대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건물을 지을 때 무거운 나무나 돌덩이를 들어 올리는 데 지렛대가 활용되었다. 이집트의 피라미드 건설과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관개시설 등 고대 문명 건설에 지렛대는 필수 아이템이었다.


지렛대는 토크(Torque) 또는 모멘트(Moment)라는 용어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는 모두 회전 운동과 관계된 물리량이다. 지렛대가 받침점을 중심으로 회전하는 긴 막대라는 사실에서 어느 정도 그 연관성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지렛대의 원리를 완벽하게 이해하기 위해서 먼저 토크가 무엇인지 알아보도록 하자.


토크는 '회전력'이라고도 불린다. 나사를 조일 때 드라이버를 사용하는데 드라이버 손잡이가 두꺼울수록 나사 조임이 수월하다. 그 이유는 같은 힘으로 더 큰 토크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친구와 둘이 야구 방망이 양 끝을 쥐고 비틀기 시합을 할 때 얇은 손잡이 부분보다는 두꺼운 타격점 부분을 쥐는 것이 더 유리하다. 자동차 핸들의 지름이 클수록 회전시키기가 수월하다. 비교적 가벼운 승용차보다 무거운 버스나 트럭의 핸들이 더 큰 이유가 여기에 있다.


회전 중심에서 더 먼 쪽에 힘을 작용시키면 더 큰 토크를 만들어낼 수 있다. 그래서 토크를 계산하는 식은 다음과 같다. 토크는 거리에도 비례하고 힘의 크기에도 비례한다.


T = d x F

(T : 토크, d : 회전 중심에서 힘이 작용하는 지점까지의 거리, F : 작용력)


놀이터에 있는 시소는 튼튼한 봉을 중심으로 회전한다. 아빠와 아이가 시소를 탄다면 무게가 더 나가는 아빠 쪽이 회전 중심에 더 가까이 가서 앉아야 한다. 그래야 둘이 만들어내는 토크가 비슷해지고 시소를 재미있게 탈 수가 있다. 만약 아빠와 아이가 동일한 거리에 앉아있다면 시소는 아빠 쪽으로 기울어져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위 식에서 아빠 쪽의 F라는 무게가 더 크므로 거리 d를 줄여야 토크 T가 같아진다.


무게 차이만큼 거리를 당겨 놓으면 시소를 탈 수 있다. 그런데 시소가 충분히 길어서 아이가 앉는 위치를 훨씬 뒤로 빼면 아빠를 공중에 매달아 놓을 수 있다. 아이의 작은 무게로도 아빠를 들어 올릴 수 있다는 말이다. 이 원리가 바로 지렛대의 원리이다.

그림. 지렛대


그림처럼 질량 m인 물체와 지지대 사이의 거리를 L이라고 하고 지지대에서 지렛대를 누르는 지점까지의 거리를 두 배인 2L이라고 하면, 이 물체를 들어 올리는 데 드는 최소한의 작용력 F는 이 물체 무게 mg의 반 즉, mg/2이면 된다.


지지대가 물체에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작용력은 감소한다. 지지대로부터의 거리 비가 1 : 3이면, 물체를 움직이기 위한 작용력은 1/3이 된다. 거리 비가 1 : 100이면 작용력은 1/100이 된다. 이렇게 거리 비를 아주 크게 하면 작용력도 아주 작아진다. 아르키메데스가 지렛대의 원리를 발견했을 때 충분히 강한 지지대와 긴 막대가 있으면 지구라도 움직일 수 있다고 한 말이 과언이 아니다.


아주 무거운 물체를 지렛대를 이용해서 들어 올릴 때, 지지대를 최대한 물체 쪽으로 위치시킬 때 희생해야 하는 것이 한 가지 있다. 그것은 바로 힘을 주어 지렛대를 움직이는 거리이다. 동일한 높이로 물체를 들어 올리는 데 있어서 지지대를 물체 쪽에 가까이 두면 둘수록 내가 힘을 주어 지렛대를 움직여야 하는 거리는 늘어난다. 즉, 힘이 줄어드는 대신 거리가 늘어난다.


이 것은 에너지보존 법칙으로 설명된다. 질량 m인 물체가 지렛대에 의해 높이 h만큼 들어 올려졌다면 지렛대가 이 물체에 해 준 일(에너지)은 mg x h (힘 x 거리)이다. 이때 내가 지렛대에 해 준 일의 양도 지렛대가 물체에 한 일의 양과 같아야 한다. 왜냐하면 외부에서 추가 에너지가 투입되거나 외부로 에너지의 일부가 빠져나가지 않았기 때문이다(마찰은 없는 것으로 가정한다). 지지대로부터의 거리 비가 1 : 3이면 물체가 들어 올려진 높이보다 내가 지렛대를 움직여야 하는 거리가 3배 더 길어진다.


힘을 주어야 하는 거리가 늘어나기는 하지만 그만큼 주어야 하는 힘의 크기가 작아지므로 지렛대는 무거운 물체를 움직이거나 작은 힘을 큰 힘으로 증폭시킬 때 아주 유용하다. 우리 주변에는 지렛대의 원리를 이용한 물건들이 생각보다 많다. 주위를 천천히 둘러보고 한 번 찾아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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