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의표정 #쓸쓸함 #삶의고단함 #따뜻한위로 #소통의바람
지하도 계단 오르는 퇴근길
사내 뒷모습
한 번도 본 적 없는
내 등이 거기 있다
차마 다,
말하지 못한 쓸쓸함이 묻어나는
쇼윈도 유리 너머
환하게 웃는 마네킹
찡긋, 눈 감는 것을
유혹이라 여겼건만
등허리
숯한 시침 핀 촘촘히 꽂힌 걸 알까
온전한 네 모습을
마주 대한 적 없다
스멀스멀 가려운 건
손 닿지 않는 외로움으로
나에게
말 건다는 걸 눈치챘어야 했건만
말 좀 걸어줬으면
누가 날 만져줬으면
너의 말 읽어내는데
참 오랜 시간 지났다
등 돌려 봄 햇살 향해 앉아본다
참, 따뜻하네
퇴근길, 지하도 계단 오르며 앞 사람의 등을 본다.
한 사내의 등이 유독 눈에 들어온다. 고단함과 쓸쓸함이 고스란히 담긴…. 문득, 내 등도 저럴까? 싶다.
이번엔 쇼윈도 마네킹이 눈길을 끈다. ‘내가 입어도 날씬해 보일까?’ 쇼윈도 마네킹 앞에서 한참을 머뭇거리다 돌아섰다. 사람들 시선을 받으려고 한쪽 눈 찡끗, 윙크 보내지만 등 뒤에 꽂힌 시침핀의 고통을 참는 일그러짐은 아닐까?
등은 우리가 볼 수 없는 유일한 신체 부위다. 안 보이는 것이지, 없는 건 아니다. 얼굴 표정이야 얼마든지 꾸밀 수 있지만 등의 표정은 숨길 수 없이 있는 그대로 드러난다. 그런데 그게 또, 그렇게 짠할 수가 없다.
가끔은 등 돌려 볕이라도 쬐어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