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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독준 Dec 01. 2021

집착: 인생의 향신료

없이도 살 수 있을 지도(?), 하지만 심심할 지도

   즐겨보는 프로스포츠가 몇 종류 있다. 그중에는 적당히, 팬심을 강하게 가지지 않고 아주 가볍게 즐기는 것들도 있고, 하루하루 승패에 매우 일희일비하는 종목도 있다. 전자는 후자보다는 덤덤하고 크게 기분이 고양되지도, 저하되지도 않는다. 후자는 전자보다 좋을 때는 매우 좋고, 좋지 않을 때는 매우 좋지 않다. 이 두 가지의 차이를 내는 것은 아마도 내가 얼마나 집착하고 있느냐, 관심을 가지고 있느냐에 달린 듯하다.


   관심을 가지고 집착하는 것이 있으면 스펙터클하고 다이내믹한 생활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상태가 좋을 때는 아주 좋고, 상태가 나쁠 때는 아주 나쁜 것이다. 관심을 많이 가질수록(지금은 관심과 집착을 거의 동의어로 쓰고 있지만) 시간과 에너지, 정신, 마음 등을 빼앗긴다. 그것이 나쁜지 좋은지 나는 아직 가치 판단을 하지 않았다. 사실 나는 잘 모르겠기 때문이다.


   무언가에 얽매이지 않고 초월해버리는 것이 무조건 인생에서 좋은 것인가 생각해보면 답은 나오지 않고 생각만 깊어지곤 한다. 극도로 담백한 것은 심심한 것과 매우 가까이 있지 않겠는가. 옛이야기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새옹"을 생각해보면, 그 일화에서 새옹은 얼마나 담박한가. 기르던 말이 도망을 쳐도 담박. 그 말이 짝을 찾아와도 담박. 그 말을 타다가 자식이 낙마하여 불구가 되어도 담박. 불구인 덕에 징병되지 않아서 목숨을 건져도 담박.


   무언가에 집착하고 얽매여서 그것 때문에 괴로울 때는 새옹처럼 담박한 자세가 부럽지만, 집착하지 않는 삶이 무조건 좋아 보이지 않는 것 같은 양가감정이 들 때 나는 고민하며 침묵하게 된다. 속세를 초월하기엔 화려한 번뇌가 크니.


   너무 과도한 것이 아니라면, 어느 정도는 무언가에 관심을 가지고 집착하며 사는 것도 평범한 인간의 모습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집착이나 얽매임은 인생의 후추나 정향 같은 향신료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지나치면 큰일이 나는 점도 닮았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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