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독준 Oct 13. 2022

계절이 바뀌면 생각나는 사람들

   매일매일 비슷하게 느껴지는 일상을 보내다 보면, 어느새 쳇바퀴 같은 나날에 파묻혀 있는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친구고 지인이고 할 것 없이, 동거하는 가족이나 직장 동료 정도만 교류하게 되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마케팅 표현은 "사계절이 뚜렷하다"는 말이다. 대체 여름에 따뜻하고 겨울에 시원한 것이 무에 쓸모가 있는지. 괜히 염제니 동장군이니 하는 말이 옛날부터 전해지는 것이 아닐 것이다. 돈도 많고 냉난방에 걱정이 없다면 뚜렷한 것이 좋겠지만, 나 조차도 그렇지는 못한 것을.


   그래도 최근에는 조금 시선을 달리 생각하게 되었다. 사계절이 뚜렷한 것에 생각하지 못한 장점이 있다는 것을. 그것은 일상과 관련이 있다. 평범한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에게 있어서 해야 할 일은 계절과는 상관이 없다. 그러니 자연스레 일상에 매몰된다.


   만약 계절까지도 단조롭다면 시간이 속절없게도 흘러가고 있음을 느끼기 어려워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무려 사계절이 뚜렷하기 때문에 일상에서 건져내지는 것이다. "날씨가 추워지는데 내 친구나 지인들은 잘 지내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떠오르기 때문일 것이다.


   서로 각자의 삶에 파묻혀 지내다 보면, 생각나는 지금 연락해도 될지 새삼스럽게 망설여지곤 한다(애초에 일상에 파묻혀 있으면 생각도 나지 않는 것 같지만). 이럴 때 계절과 건강을 이야기하며 연락을 하기에도 좋다.


   적어도 내 인맥은 비슷한 모양인지, 나는 최근 A에게 문안을 오랜만에 했다가 당일 약속이 잡혔었다. 그리고 그날 B에게서 문안 연락이 왔다. 조만간 보게 되겠지.


   날이 추워지면 추워지는 대로, 더워지면 더워지는 대로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해지게 하는 사람들을 우리는 몇 명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물론 블랙 스완도 있겠지만 무난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뿐이니 너른 마음으로 이해를 바란다.


   지금 이 순간 누군가가 떠오른다면, 아마 그 사람도 지금 당신을 떠올리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작가의 이전글 남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든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