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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중국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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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현 Nov 16. 2018

중국에서 낭만을 느끼고 싶다면

#상해일기 3. 물 위의 마을, 시탕의 아침


이것도 굉장히 좋아하는 컷들이다.


아마 사진을 찍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감하리라 생각되는데, 여행지를 가장 매력적으로 담을 수 있는 시간들 중 하나가 일출과 일몰 때다. 사진을 빛의 예술이라고들 하지 않는가. 빛이 예쁘게 드는 낮도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해가 뜨고 질 때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그래서 여행을 갔을 때 그곳이 일출/일몰의 포인트라면 어떻게 해서든 보기 위해 노력하는 편이다.

이번 시탕은 유명 포인트가 있는 건 아니었지만 포인트가 될만한 곳이 많아 보였다. 그래서 해가 뜨는 시탕을 담고 싶어 일출 시간을 찾아본 후 6시에 알람을 맞췄다. 그러나 눈을 뜨니 오전 10시. 왜지? 아쉽게도 일출응 못 봤지만 그래도 우리 중 가장 먼저 일어난 터라 홀로 나와 시탕을 돌아다녔다. 그리고 새로운 시탕의 모습에 반했다. 어제저녁까지만 해도 사람들에 치여 힘들고 지쳤건만, 어제 보지 못했던 아침의 시탕은 모든 피로가 날아가게 만들었다.




나 홀로 시탕 산책


비좁은 골목에도 홍등이 달려있다. 홍등이 달려있는 곳은 그곳이 어디든 매력적이야.


어제저녁, 바닥이 움직이는 클럽이었던 곳. 저녁만 해도 사람들과 연기로 가득 차 있어 좁다고 생각했는데 사람들이 다 빠진 이곳은 꽤 넓었다. 열심히 안을 들여다보며 구경하고 있다 신기한 사실을 알았다. 대부분의 클럽이 창문이 뚫려있었다. 문은 닫혀있지만 문에 유리가 붙어있어야 할 곳이 뻥-하니. 동네가 좁아 다 아는 사람들이라 믿는 건가? 그렇다기엔 오가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타지에서 온 관광객들인데도? 훔쳐갈 만한 것도 없어 보이긴 했으나 그래도 중국인데 놀라웠다. 아니면 내가 너무 세상 풍파에 찌든 걸까.



어제 식당을 찾다 치져 돌아간 곳을 기점으로 가지 않았던 곳 위주로 돌아다녔는데, 그 시작점이 내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곳이었다. 딱 한 발자국만 더 내디뎌볼걸. 여러 척의 나룻배가 물 위를 노닐고 홍등이 달린 가게가 양옆에 버티고 있으면서 다리 뒤에 또 다리가 있는 곳. 드디어 찾았다!



어느 쪽을 보든 물길이 나있는 곳이라면 볼 수 있었던 나룻배 행렬. 물 바로 옆임에도 너무나 더워서 걷는 내내 덥다고 노래를 불렀지만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손이나, 내 발걸음은 멈추질 않았다.



이쯤 되면 나도 한번 나룻배를 타봐야 하는데 말이지.



다리 위에서 시탕의 아침을 한동안 계속 바라보다 골목으로 고개를 돌렸다. 끝없는 나룻배도 좋지만 눈이 조금 쉴 필요가 있었다. 정말 시선만 바꿨을 뿐인데 마치 다른 곳인 양 한적했던 골목. 한걸음 차인데 이렇게나 다르네.



골목에 앉아 쉬다가 다시 걷기 시작했다. 걷다 보니 나룻배를 세워두는 곳을 발견했다. 이 많은 배가 어디서 오나 했더니 여기였네. 이곳에서 사람을 태우기도 하고, 나룻배 위에서 노를 젓는 사람들이 쉬기도 했다. 그리고 나는 그 옆에서 계속 사진을 찍다 감탄을 하다 그랬다. 우리 모두 각자의 일이 있었다.



관광객들을 태우는 나룻배 말고도 작은 배 하나가 강 위를 떠다녔는데 자세히 보니 강을 청소하는 배였다. 떨어지는 나뭇잎을 건지기도 하고 쓰레기를 건지기도 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곳인데도 어쩐 일로 이리 깨끗한고 했더니 부지런히 청소하고 있었구나. 청소하는 분들의 차림새나 띄워진 작은 배 한 척이나 모두 그림 같아서 그냥 풍경의 일부라 생각하고 지나쳤기에 이제야 알았네.



시계를 보니 숙소에서 아이들을 만나기로 한 시간이라 다급하게 등을 돌렸다. 빠르게 숙소로 가는 와중에도 끊임없이 사진을 찍었다. 시탕의 한순간도 놓칠 수 없다!




안녕, 시탕



체크인 시 호스트가 주었던 조식 쿠폰을 쓰려고 보니 오전 11시까지만 이용 가능하단다. 거의 12시가 다되어가길래 숙소의 조식은 포기하고 내가 아침에 돌아다니며 봐 두었던 식당으로 갔다. 탕수육과 샤오룽바오를 시켰다가 토마토 스크램블을 발견하고 뒤늦게 추가했다. 탕수육은 접시를 내려놓는 순간 중국 음식 특유의 냄새가 나서 모두 기겁했으나 막상 입에 넣으니 괜찮아서 모두 다 잘 먹었다. 토마토 스크램블은 말할 것도 없지. 이후, 토마토 스크램블이 있는 식당에서는 항상 시켜 먹었다. (이 맛이 그리워 집에 와서도 시도해보았으나 실패했다. 중국산 토마토를 사다가 해야 하나.)



밥을 다 먹고 아이들은 보지 못한, 나 홀로 둘러보았던 곳을 함께 돌았다. 서로 사진도 열심히 찍어주고 풍경도 열심히 찍고. 구경하다가 생과일 아이스크림도 먹었는데 분명 맛있어 보이던 내가 시킨 보라색 아이스크림은 맛없어서 한입 먹고 버렸다. 아까워라! 내가 시킨 것만 맛없을 줄이야.

 

사람이 더 많아졌다.


이 사진을 찍을 때쯤 갑자기 비가 내렸다. 후드득하고 쏟아지는 비는 아니라 잠시 피해있었더니 금방 그쳤다.



슬슬 시탕을 떠나야 할 시간이 되어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충동적으로 쇼핑을 했다. 동남아에서 코끼리 바지를 샀다면 중국에서는 치파오지! 나는 치파오를, P는 중국풍의 상의를 샀다. 아 이거 왠지 상해 시내에서는 못 입을 것 같은데 괜히 샀나. 어제저녁에 사서 오늘 입고 돌아다녀야 했다. 그런데 또 내가 신고 온 신발이 하필이면 크록스라 어울리지도 않았겠다.



어제 왔던 그 길을 되돌아 버스를 타러 가야 한다. 호스트가 아는 사람이 있는지 우리를 자전거 택시가 서있는 곳으로 데려가 연결해주길래 빠르게 탔다. 어제는 인원수 상관없이 택시 한 대에 20위안이었는데, 이번에는 인원수로 돈을 받았다. 계산법이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다. 택시 두 대가 움직였는데 D만 태운 기사님은 15위안을, 나와 P를 태운 기사님은 30위안을 요구했다. 이제 진짜 상해로 간다.


2017년 8월 20일

캐논 EOS 6D




여행 중 책 읽기 #모든 요일의 기록 #김민철


카메라라는 걸 손에 쥐고 처음 나간 순간을 기억한다. 안보이던 게 보였다. 방금 있었던 것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걸 보았고, 지금의 빛은 1분 후에 다른 빛이 되는 걸 보았다. 나는 경이에 차 있었는데, 사람들은 무심한 표정으로 내 옆을 지나갔다. 노을이 지고 있는데. 저렇게 노을이 지고 있는데. 노을빛 때문에 이 벽이 이렇게 아름답게 빛나는데.


중략


하지만 동시에 또 알고 있는 사실이 있다. 평생 찍을 것이라는 것을. 그렇게 찍는 순간은 어쨌거나 나만의 순간이 된다는 것을. 대단하진 않을지라도 나만의 시선은 끊임없이 버려지리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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